디자인씽킹 실행계획 1단계 - Empathize
06 먼저 깊게 공감하라
이번 연재를 시작하면서 디자인씽킹 책들을 스무 권 가까이 사서 보고 있다. 공통점은 한결같이 재미없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 공감이 잘 안된다. 내가 멍청해서 공감이 안 되는 게 제일 크겠지만 책을 재밌고 쉽게 쓰지 않은 저자들 탓도 크겠다. 그래서 내 글은 무조건 쉬워야 된다. 그래야 좀 더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거든.
그래도 딱딱한 얘기부터 해야겠다. 린스타트업에 'Build-Measure-Learn'이라는 'Iteration Cycle'이 있듯이 디자인씽킹에도 프레임워크에 해당하는 디자인 실행계획이 있다. 디자인 실행계획은 공감(Empathize), 문제정의(Define), 아이디어 도출(Ideate), 프로토타입(Prototype), 테스트(Test) 이렇게 다섯 단계를 거친다. 제일 처음이 공감이다.
약간 벗어난 얘기지만 최근에 보이그룹 샤이니 종현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2017.12.19.일자 중앙일보 기사 '우울증 환자에게 하면 안 되는 위로의 말 6가지'를 보면 우울증에 빠진 사람에게 "힘내" 또는 "긍정적으로 생각해" 등의 위로를 가장한 충고를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 대신 그저 얘기를 들어주거나 "그렇구나, 힘들었겠다" 정도의 말만 하라고 한다. 이런 게 공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공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다. 오히려 디자인씽킹의 개념이 미국에서 나왔기에 한국어의 공감보다는 영어의 'Empathy'를 이해하는 것이 공감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Empathy'는 'the ability to understand and share the feelings of another(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나눌 수 있는 능력)'으로 그 어원은 그리스어의 Em과 Pathos의 조합이다. Em은 영어로는' In(안으로)'에 해당하고 Pathos(파토스)는 '감정'을 뜻한다. 문학비평용어사전에는 Pathos를 '열정이나 고통이나 기타 일반적으로 깊은 감정'이라 정의하고 있다. 즉, Empathy는 타인의 열정이나 고통 등 깊은 감정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단순하게 '그렇구나' 하고 맞장구 쳐주거나 이해하는 수준 이상의 강도를 말한다. 그래서 번역을 '공감' 보다는 '감정이입'으로 하는 게 더 적당하지 않을까?
그럼 왜 공감해야 하는가? '다니얼 링'의 '디자인씽킹 가이드북'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 최종 사용자들, 해결해야 하는 문제 자체 등으로부터 뭔가를 배우기 위함이다. 즉, 사용자나 고객의 불편함, 니즈, 본모습(Persona) 등을 파악하고 그다음 단계인 문제정의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다. 카닥의 한현철 이사는 린스타트업 강연에서 뽀로로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화장기 다 지운 뽀로로의 본모습을 파악해야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고객은 화장을 하고 치장을 하면서 본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그런 치장을 다 걷어내야 고객의 본모습을 파악할 수 있고 문제의 근원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뽀로로의 모자와 안경을 한번 벗겨봐라. 그럼 앙증맞은 캐릭터의 모습이 전혀 아닐 것이다.
어떻게 공감해야 할까? 'Empathy'의 어원대로 잠재고객의 고통이나 깊은 감정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기에 고객이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배운다는 자세로 몰입할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고객 마음속으로 깊게 들어갈 수 없다. 처음엔 가볍게 맞장구치면서 고객의 마음을 열게 하고, 고객의 얘기를 들어주고, 고객에게 질문하고, 관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는 사업계획서 작성도 공감이 우선이며 공감이 되어야 설득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투자유치를 위한 사업계획서라면 그것을 읽는 대상인 투자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투자자의 마음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투자자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 투자자가 선호하는 분야라던지, 투자 Stage 및 기존 포트폴리오 등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오늘 글은 좀 공감이 되시는가? 표지 그림을 봤는데도 공감이 안되시나? 안된다 하더라도 오늘은 독자들을 탓하지 않겠다. 왜냐면 내 스스로도 독자의 마음속으로 깊게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7.12.21. 오후 11:04 신논현역 패파 6층 독방에서 쓰다.
#공감 #empathy #페르소나 #perso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