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추리 Dec 23. 2017

07 크리스마스 캐롤과 에너지 절감

07 크리스마스 캐롤과 에너지 절감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23일 토요일 저녁때 강남역을 찾았다. 거리엔 사람들로 붐빈다. 그런데 캐롤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문득 왜 캐롤이 들리지 않는지 궁금해졌다.


그건 거리에 노점상들이 거의 없어져 캐롤을 틀 수 없게 된 것이고, 대로변 매장들도 문들 닫고 있어 매장 안 음악이 거리까지 새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하면 캐롤이 제일 먼저 떠오를 거 같은데 실제 네이버나 구글의 연관검색어를 보면 네이버는 선물 > 카드 > 데이트 순으로, 구글은 카드 > 캐롤 > 선물 순으로 나타난다. 캐롤은 네이버 연관검색어로는 영화와 트리에도 못 미치는 6위에 해당한다. 네이버 국내 시장 점유율 70%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 시장에선 캐롤은 더 이상 중요한 키워드에 해당하지 않은 듯싶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뭐 이런 거 분석한다고 나한테 도움되는 것은 없지만 이런 쓸데없는 잉여가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지. 역사적으로도 이런 잉여가 예술과 과학의 발전에 기여한 것도 많거든.


흔히 음악 저작권의 강화가 캐롤 침체에 영향을 주었다고 하나 이게 다라고는 할 수 없다. 2014년 12월 25일 자 JTBC의 팩트체크에 의하면 저작권료보다는 에너지, 소음, 트렌드 영향이 크다고 한다. 즉,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매장 문을 열지 못하고, 지나친 크기의 길거리 캐롤(음악 포함)을 생활소음으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와 캐롤을 튼다고 해서 매출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늘자 멜론 실시간 차트를 보더라도 Top 10안에 캐롤은 들어있지 않다.


여기에 내가 느끼는 이유를 더 추가하면 우리 때만 하더라도 'Wham'의 'Last Christmas(1986년)', 'Mariah Carey'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1994년)'등과 같은 크리스마스 히트 음악이나 '나 홀로 집에(1990년)'나 'Love Actually(2003년)' 같은 크리스마스 영화도 줄어든 탓도 크겠다. 이런 새로운 히트곡이나 영화가 터져줘야 침체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텐데.


우리 애들만 보더라도 크리스마스 하면 선물을 떠올리지 캐롤은 관심이 거의 없다. 지난주에 초등학교 4학년 딸에게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 둘까'라고 물어보니 시큰둥한다. 다시 치우기 힘드니 그냥 놔두란다. 헐~ 벌써 동심이 사라진 딸내미를 보니 씁쓸하다. 올해 오디션을 통해 데뷔한 워너원(Wanna One)만 매일 부르짖으니. ㅠㅠ


뭐 나도 캐롤을 딱히 좋아하지 않아 크게 영향은 없다. 덕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덜 나고 소비를 덜 부추기는 것 같아 좋긴 하다. ㅎㅎ


왜 오늘 이런 쓰잘데기 없는 얘기를 하는 거냐고? 양은우의 '관찰의 기술'에 의하면 관찰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당연한 것일수록 의문을 가져야' 하며, '사소한 것을 유심히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사업기회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지거든.


이 글을 읽기 전까지 독자들 대부분은 에너지 절감과 캐롤 산업의 퇴조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것을 알려준 것만으로도 이번 글은 의미 있다고 스스로 자부해 본다. 켁켁.



2017.12.23. 오후 10:46 양재동 우리 집에서 쓰다.


#크리스마스캐롤 #관찰 #에너지절감 #관찰의기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