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The End

2019.03.02. Day 28

by 메추리

30 The End
2019.03.02. Day 28

3/2일 0:34분에 마드리드행 기차에 탑승하다. 침대칸 야간열차가 아닌 좌석 열차였네. 편히 자는 건 이미 끝났구먼. 컥.

9:12 마드리드에 도착하다. 9:19 공항 가는 택시를 타다. 하늘은 푸르다. 다시 돌아온 마드리드, 그 사이 봄은 더 가까이 왔다.

오늘은 더 이상 적을 게 없다. 다 버리고 와서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세 번의 순례일정을 나름대로 정리하려 했건만.

11:40 비행기에 타다. 좀 전 라운지에서 와인 두 잔 했더니 핑 돈다. 이스탄불까지 좀 자자. 마드리드 비행기 지연으로 환승지인 이스탄불에서 급하게 두 번째 인천행 비행기를 타다.


순례자는 머무는 곳이 집이 된다. 나그네처럼 발길 닷는 데로 다니면서 잠시 머물면 그곳이 집이고 고향인 것이다. 이제
조금 길게 머물렀던 곳으로 돌아간다. 그렇지만 그렇게 즐겁거나 좋진 않다. 세 번에 걸친 산티아고 순례를 마친 어제와 같은 느낌이랄까. 이해되시는가?

너무 많이 비우고 딜리트했더니 이런 부작용도 나타난다. 어쩌겠는가? 곧 더럽혀 질테고 빠르게 채워질 텐데. 그러면 다시 버리고 비우면 되는 것이고.

노란 화살표를 따라 800킬로를 왔다. 육체는 힘들었을지 몰라도 정신은 그저 정해진 목적지로 따라가는 거라 편했다. 이제 인생의 길로 나아간다. 방향 표시도 없는 야생으로 말이다. 스스로 길을 만들면서 나아가야 한다. 내가 새로운 길을 만들면 후배들이 따라오기도 하겠지.

날아가는 비행기를 스치는 강한 바람소리가 느껴진다. 순례길에 맞았던 바람과 다를 바 없다. 그저 비행기든 순례자든 바람을 뚫고 나아가면 된다. 때론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나아감이 더디기도 하겠지만 처벅처벅 걸어가면 되겠지.

그래, 이런 기분 느껴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쳤지 인생 순례길을 마친 건 아니기 때문이지. 그러니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것이고.

그래서 오늘도 순례자는 걷는다.


2019.03.03. 02:35 서울행 비행기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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