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사그라다 파밀리아
이건 산티아고 순례기의 번외편이며 순전히 '마션'을 쓴 작가 '앤디 위어'에 대한 오마주이다. 당연 그의 문체를 다수 차용했음을 미리 밝힌다.
좆됐다. 좆이 된게 아니라 완전 망쳤단 말이다.
젠장. 순례는 잘 다녀왔는데 거기에 푹 빠져 바르셀로나를 너무 무시했다. 오직 가우디가 만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왔건만 오늘 티켓은 'Sold Out' 이란다. 그럼 내일 표는 어떻게 사냐 물어보니 웹사이트에서 시간대별로 온라인으로 구매해야 한단다. 그리고, 웹사이트를 알려준다.
아이폰에 주소를 찍었다. 한참이 걸려도 안열린다. 보다폰으로 로밍이 되었는데 보다 보다 이렇게 안터지는 폰이라 보다폰인가? 돌겠다. 된장.
멘붕이 온다. 원래 마드리드 인 마드리드 아웃인 걸 출국 일주일전에 바르셀로나 아웃으로 바꾸면서 100만원 정도 더 들었는데 이게 무슨 변고인고. 멀리 산티아고에서 비행기타고 날라왔건만. 야고보 앞에서의 기도발이 이렇게 안먹혀도 되는건가? 쩝!
오후 12:30. 배가 고프다. 아침을 미숫가루 한컵 밖에 안 먹었으니 그렇겠지. 그래도 성당은 한 바뀌 돌자. 도니 더 돌아버리겠다. 왜케 멋진거야? 난 못들어가는데.
성당이 보이는 야외 좌석에 앉았다. 맥주와 소시지를 시켰다. 소시지를 포크로 누르는 순간 소시지 물이 확 튄다. 제기랄. 흰 옷이 고추기름 물이 들었다. 더 짜증을 가속 시키는 건 여전히 내 폰으론 성당 예약 사이트가 접속이 안된다는 거다. 진짜 미쳐간다.
맥주는 두잔째다. 이러다 오늘 다 망치겠다. 이럴 수 없다. 가우디 프로젝트1을 가동해야겠다. 한국 시각을 보니 오후 8:30. 카톡으로 부탁해야 겠다. 누구에게 부탁하지? 와이프? 아니야. 성질만 낼텐데. 그럼, 친구? 그건 좀 짜치지. 그래 제자에게 연락해야겠다.
'우석아 Help Me'
'무슨 일이세요 교수님?'
'너 여기 들어가서 빨리 내일 오전꺼 예약 좀 해주라. 여기선 네트웍이 느려 접속이 안돼!'
우석이가 표를 알아본다. 내일 표는 오후 2시부터 있단다. 비행기가 오후 1:30에 이륙하는데 진짜 좆됀거다. 가우디 프로젝트1 실패!
아~ 100만원 돌리도. 아니야, 이럴수록 정신차리자. 가우디 프로젝트2 가동이다. 그래, 가우디 작품 카사밀라와 구엘공원에 가자. 역시 난 포기가 빨라. ㅎㅎ
가우디 프로젝트도 좋은데 똥부터 해결하자. 근처 예약한 숙소로 들어간다. 생각보다 후지다. 이 가격이면 산티아고가 백배 낫다. 대도시 도심이라도 이건 너무하다. 49유로 받으면서 공용화장실이다. 쩝!
후다닥 체크인하고 변기에 앉았다. '퐉, 파박 뽝!!!' 하고 분사된다. 시원하다. 니미 분사물이 변기에 너무 튀었다. 여자 손님도 꽤 있던데 이거 어쩌나? 어쩌긴 닦아야지. 변기 닦는 도구로 쓱싹 닦는다. 나 원 참 지금 뭐 하는건가? 닦다가 똥물이 살짝 튀어 오른쪽 뺨에 맞는다. 헉! 젠장 된장 담엔 뭐지? 하여튼 욱시랄.
다시 가우디 프로젝트2. 택시를 탔다. 카사밀라 플리즈. 가우디 초창기 작품이란다. 여기만 제대로 구경해도 바르셀로나 온 본전 뽑을 듯. 카사밀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뭔가 불안해 구글을 켰다.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지. 구엘공원을 검색했는데 여기도 예약해야 된단다. 지금 시각 오후 2:30. 다시 한국에 있는 우석이를 호출한다. 우석이 나와라 오바. 가우디 프로젝트3 가동이다.
가우디 프로젝트3은 한국의 적극적 도움으로 성공이다. 우석아 고맙다. 오늘 26일 오후 5:30으로 예약 성공. 짝짝짝. 카톡으로 예약증서를 받는데 그 기분이란 째질거 같다. 가끔은 꿩보다 닭이다. 닭도 요리 잘하면 꿩보다 낫기도 하지.
카사밀라도 줄이 길다. 가우디가 아파트로 지은 건물인데 물결치는 외관으로 인기가 높다. 여기도 줄이다. 어디가나 줄 줄이다. 승진도 줄, 인생도 줄이다. 그 줄 아니라고? 아님 말고. 따지냐?
입장료도 20유로(25,000원)로 비싸다. 천재 조각가 한명 잘 낳아서 도시 전체가 잘 먹고 산다. 아니 빼먹는다. 가우디 선생은 남루한 모습으로 불의의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쓰러져 있는 노인이 가우디인줄 아무도 몰랐었는데. 그래놓고 이렇게 대놓고 다 뽑아간다.
부러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프로젝트1 실패로 그 대신 프로젝트2,3는 충분히 즐겨야 한다. 카사밀라에 들어가니 옥상 테라스 먼저 보란다.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간다. 옥상에 놀라운 세상이 펼쳐진다. 이건 도무지 옥상이 아니다. 외계의 조각물들이 있는 화성 같다고나 할까? 로보트 모양, 봉화대 모양 등 다양하게 우아한 곡선을 뽑내고 서 있다. 가우디는 진짜 천재다. 나무, 나뭇잎, 나무껍질, 도마뱀 등 다 자연에서 모티브을 얻어서 만든거란다.
어떤 것은 외계인 모습 같기도 하고, 이슬람 풍도 옅보이기도. 얇은 귀두 모양 같은 것도 있는 듯. ㅎㅎ
옥상에서 빙빙 돌아 내려오는 관람 방식도 좋네. 다리 힘도 안들고. 중요한 건 100년이 넘은 이 건물에 아직도 사람이 산다는 사실이지. 아래 아파트로 내려가면 가정집으로 꾸며 놓은게 있는데 원형 모양의 집을 이렇게 조화롭게 배치해서 쓸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더군. 다 이렇게 지은 이유가 있어.
이제 택시를 타고 구엘공원으로 향한다. 내가 페북에 구엘공원 예약해서 들어간다 하니 다들 '헐'이란다. '헬조선'이 유행어가 되었더만. 하튼 한국의 적극적 도움으로 - 사실 우석이가 교수의 강압에 못이겨 - 난 무사히 가우디 프로젝트3를 완수할 수 있게 된거지. ㅋ
탄성이 절로 나온다. 'I made it!' 내가 여기 오다니. 헨젤과그레텔에 나올법 한 과자의집이 여기에선 현실이 되어 있었다. 빙 돌아서 입구를 찾는다. 공원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유료구역은 예약시간 맞춰 줄 서서 가다려야 하고 무료구역은 자금 옆으로 올라가면 된단다. 바르셀로나가 세금이 부족한가? 다 돈이고 다 온라인 예약이다. 이번엔 젠장 된장 아닌 막장. ㅋ
줄 서서 기다리는데 옆에 떠들석한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패스트트랙으로 바로 통과한다. 참고로 난 패스트트랙을 싫어 한다. 이건 뭐지? 역차별이다. 지들도 시간 맞춰서 기다린 후 들어가야지. 항의하려다 참았다. 쩝!
들어온 공원은 그야말로 가우디의 혼이 담긴 예술품이다. 도마뱀에 각종 형형색색의 칼라에 반하게 된다. 모든 이들이 좋아하는 나무뿌리 형상의 길은 일품이다. 멀리서 보면 각 기둥이 그 위 나무의 뿌리를 보여주는 것 같다. 다 여기 공원 만들때 파낸 흙으로 만든거라니 더 대단하다.
한국 관광객이 몇분 있어 사진을 부탁했다. 찍은 사진을 보는데 한결같이 '쉣'이다. 사진은 '구도'란 말이얏! 구도! 이게 구도니? 난 잘 찍어 줬잖아. 그거 보고 배우라고. 제길.
공원 광장에 올라가서 앉는다. 어느 노부부가 셀카를 찍고 계신다. 사진 찍어드릴까요 물어보니 그러란다. 한장 찰칵. 그리고, '키스 타임'을 외치니 활짝 웃으며 키스한다. 그 환한 웃음이 사진에 그대로 담겼다. 노부부, 특히 여성분이 너무 좋아 하신다. 나중에 공원 돌다 다시 만났는데 그 사진 넘 좋다며 나도 사진 하나 찍어주고 싶단다. 이런게 'Give and Take'
석양이 몰려온다. 공원에 앉아 멍하니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본다.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다. 구글맵 찍어보니 2.5킬로. 이정도 거리는 걸어야지. 30분이면 도착한다. 게다가 난 짐도 없거든. 이런게 이번 순례의 가장 큰 수확이 아닌가. 걷자 걷자. 처벅처벅.
한국에선 미꾸라지 한마리 때문에 스타트업 업계가 시끄러운 것 같다. 그 친구 우리 쫄투에도 출연했는데 그 편 삭제해야 되지 않냐고 화백(엑싯 후 화려한 백수) 홍준 선생께서 묻는다. 뭐 그것도 쫄투 역사인데 남겨둘란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안을 못 들어간 다는 아쉬움에 성당이 보이는 공원에 앉아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을 빨았다. 왜 이리 맛있는겨? 슬프게시리. 흑흑.
성당 앞쪽이 자연과 가까운 둥글둥글한 이미지라면 성당 뒷면은 직선의 단순함이 살아 있다. 뭐가 더 좋고를 떠나서 각각 그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앞면에선 비둘기가 뒷면에선 예수님 십자가와 그앞 익살스런 할머니 상이 기억 남는다.
아쉬운 마음에 성당을 천천히 세바퀴 더 돌았다. 낮과 밤의 모습이 사뭇 다르다. 내일 아침도 또 돌것이다.
스페인에서 마지막은 램찹으로 했다. 가우디 성당을 바라보며 와인도 함께 양갈비를 뜯는다. 그렇게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밤은 흘러간다.
난 바르셀로나 관광와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안에 들어가지 못한 유일한 놈이다.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