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벨소리
만남 7
25
“이수미 대리, 누가 꽃 보냈네. 그 남자야?”
“몰라요”
오늘은 수요일이다. 비가 온다. 오전에 그 남자로부터 스물 네번째 편지를 받았다. 편지봉투에 한글로 또박 또박 “스물 네번째 편지 – 김신우” 라고 적혀 있다. 벌써 그 남자로부터 편지를 받은 지 한달이 넘었다. 이젠 어느 정도 생활이 된 것처럼 아주 친숙하게 느껴 진다. 그 남자는 때론 자기가 쓴 시를, 때론 아침에 들으면 좋은 명언들을, 때론 자신의 근황을 아주 솔직하게 적어 보내왔다. 매일 매일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거기 익숙해 졌나 보다. 그러던 와중에 그 남자로부터 장미꽃이 가득 담긴 상자가 배달되어 온 것이다. 그것도 비오는 수요일에 빨간 장미를
직원들이 웅성 거리면서 떠든다. ‘그 남자 비오는 수요일에 장미도 보내고 센스 있다’고 부러워 하는 사람부터 ‘누구야 누구야’ 하면서 계속 묻는 사람들 까지 온통 난리다. 졸지에 스타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얼굴도 화끈 달아오른다.
장미꽃 상자 안에 작은 카드가 들어 있었다. 카드에 쓴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나를 바로 보게 도와준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아직은 용기 없어
이렇게 꽃다발로 대신하는
내 마음을 받아 주십시오.
- 이해인 수녀님의 시 중에서
비오는 날 수요일에 김신우
나를 바로 보게 도와 주었다니. 그게 뭐지. 내가 그만 만나자고 해서 자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인가? 아님 뭐지. 그리고 고맙다니. 또한 고맙다는 말을 꽃다발로 대신하다니. 무슨 뜻일까? 궁금하다. 내가 헤어 지자고 했는데도 아직 정신 못차리는 그 남자가 불쌍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끝까지 나를 위해주고 이렇게 비오는 수요일에 나를 기억해서 꽃을 보내준 그 남자가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달이 넘도록 연락을 안했다. 그 남자는 거의 한달 동안 스물 네번의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그 사이 그 남자로부터 딱 한번 문자가 왔다. “수미씨가 무지 보고 싶습니다. 숨막힐 정도로” 이 남자는 아직 나를 가슴에 품고 있나 보다. 몰라, 집착이 극에 달해 오기로 이런 문자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난 한달 정도 떨어져 있으면서 마음을 많이 정리했다. 물론 나도 방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평소에 잘 먹지 않던 술도 많이 먹고 많이 힘들어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난 내 판단을 믿었고 그 판단대로 밀고 나가야 겠다고 결심했다.
이젠 기말고사 기간도 다 끝나 한결 여유가 있다. 부서원도 한명 보충되어 휴가 쓰는 데도 눈치가 덜 보인다. 벌써부터 여름 휴가 계획으로 부서가 난리다. 내 밑에 직원은 2주후에 필리핀 놀러 간다면서 부산을 떤다. 나도 슬슬 휴가 계획을 세워야 겠다.
어제 저녁 무렵이 가까워 오는데 서클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소개팅 하라는 제의였다. 한 달이 넘도록 소개팅이 없었는데 선배가 기억해 주고 이렇게 시켜 줘서 고마웠다. 대충 스펙을 들어 보니 증권사 인터넷 부문 애널리스트라고 한다. 국내 명문 대학에 미국 MBA 까지 마친 아주 똑똑한 사람이라고 한다. 나이는 나보다 두살 많은 서른 세살. 그 남자를 오늘 만나기로 했다. 장소는 서울 파이낸스 센터로 정했다.
26
지하 1층 커피숍에 제시간에 도착했다. 저 멀리 깔끔한 외모의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뛴다.
우린 바로 자리를 옮겼다. 인도풍의 ‘강가’ 라는 식당으로 가려고 했는데 가는 길에 “My X-Wife’s Secret Recipe” 라는 식당이 보인다. 그 남자가 식당 이름 재밌다고 거기 가자고 한다. 예전 그 남자 생각에 약간 거슬렸지만 그냥 그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식당 이름 참 재밌네요”
그 남자가 먼저 입을 연다.
“아, 예”
“저 여기 혹시 한번 와보셨어요?”
“아, 아니요”
“음, 그렇군요. 그럼 뭘 시키나?”
“그냥 세트로 하시죠”
“그럽시다”
그 남자는 참으로 명석한 사람이었다. 딱 부러지는 말투와 명확한 분석 그리고 예리한 눈매. 완벽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 남자는 최근 인터넷 업계의 붐에 대해서 한참을 열변을 토해낸다. NHN, 다음, 네오위즈 여기에 최근 코스닥을 추진 중인 드림위즈, 엠파스 등 예를 들면서 요즘 주가가 아직은 저평가 되어 있다고 다시 주가 상승 모멘텀이 올 것 이라고 얘기 한다. 얘기하는 중에 EV/EBITDA, PER, PBR 등 재무 관련 전문 용어들을 늘어 놓는다. 첫 만남부터 너무 사무적으로 흐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얘기를 두시간 계속 하는 것이다. 나는 거의 말도 못했는데. 첫 느낌과 달리 너무 자기 위주인 것 같았다. 갑자기 예전 그 남자 생각이 났다. 우린 첫 만남에서 이 식당 이름에 얽힌 얘기부터,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얘기를 서로 나누었는데. 그리고, 그 남자는 내가 하는 얘기를 잘 들어주었는데.
그래도, 두시간은 넘게 있었다. 음식은 여전히 훌륭하다. 그 전에는 오픈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메뉴가 다양하지 않았는데 한 달이 넘는 동안 메뉴도 제법 구색을 갖췄다. 양고기 스테이크에 와인 한잔, 그리고 엘리트 남자. 완벽한 조화 인 것도 같은데 뭔가 허전함이 느껴지기도 하다. 그게 무얼까?
갑자기 편안함 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 남자는 우리가 만나는 한달 동안 날 아주 편하게 해 주었다. 비록 그 남자가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부담으로 헤어지기는 했어도 그 남자는 나를 편안하게 해 주는 재주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섬세함과 세심함으로 나를 배려해 주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그냥 던진 말을 기억하고 깜짝 선물로 나를 놀래주기도 했었다. 지금 남자는 애널리스트다. 그것도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인터넷 업종 애널리스트다. 돈도 잘 번다. 모든 것이 명석하다.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도 아주 쌔다. 그런데 자기 위주다. 편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남자와 헤어지고 나서 집에 오는 길에 계속 이런 생각들이 머리 속을 맴돈다.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두캔 사서 들어왔다. 맥주를 마시면서 구석에 처박아둔 그 남자의 편지들을 꺼내 보았다. 한 5일 전에 보낸 그 남자의 편지에 유난히 손길이 간다. 날 상상 하면서 행복하다고 쓴 시를 보냈다. 상상만으로 행복해 지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이라…
想像(상상)
상상 만으로 즐거워 지는 사람이 있다
기대감으로 하루가 풍만해 지며
그윽함으로 그 깊이가 깊어진다
상큼함으로 미소 짓기도 하고
그리움으로 차분해 지기도 한다
부푼 마음으로 공중에 떠 있기도 하고
아련함으로 가라 앉기도 한다
나에겐
상상 만으로 즐거워 지는 사람이 있다
이 남자가 날 정말 좋아하는 걸까? 아님 집착이고 고집일까? 온통 머리가 어지럽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난 이 시가 좋다. 누군가 나를 좋아해 준다는 사실이 부담은 되지만 행복감 또한 동시에 느낀다. 그러나 우린 인연은 아닌 것 같다. 왜냐면 운명처럼 느껴지지도, 그리고 보고 싶어하는 가슴 설레임도, 이성으로써의 강렬한 끌림도 없다. 난 아직까지 그런 남자를 찾고 있다. 그래서 그 남자를 마음 속으로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남자를 만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새로운 남자를 만나고 나서도 더 예전 그 남자 생각이 많이 난다. 그 남자가 한 말, 티없이 맑게 웃던 모습, 그냥 악수만 하고 돌아서 가던 모습, 같이 도자기 빚던 추억 등이 떠오른다. 정말 어쩌지.
27
“이수미 대리, 오늘 또 편지 왔네. 스물 다섯번째 편지래. 근데 옆에 보니 마지막 편지라고 써놨군. 그 남자도 이젠 지쳤나 보네. 하하. 어서 받어”
윗 상사가 또 편지 가지고 부서원이 다 들리게 장난을 치신다. 쑥스럽다. 편지를 건내 받고 보니 마지막 편지라고 쓰여져 있다. 뜯을까 말까 망설였다. 퇴근 할 때 읽으려고 그냥 서랍속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계속 편지 쪽으로 신경이 쏠린다. 마지막 편지 라니, 과연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참고 참다 점심 무렵이 거의 가까워졌을 땐 다 포기하고 편지를 집어 들었다.
To. 수미 氏
장미꽃은 잘 받으셨나요?
사실 장미꽃을 보내면서 지금 이 마지막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보실 때쯤 이면 아마 장미꽃을 받은 후가 되겠네요.
어제 보내 드린 시는 제가 좋아하는 이해인 수녀님의 “용서의 꽃”이라는 시 입니다. 가장 마지막 연이 좋아 그 부분만 보내드렸는데 오늘은 전문을 다 읽어 드리고 싶네요. 잘 들어보세요.
용서의 꽃
- 이해인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용서하지 않은
나 자신을 용서하기
힘든 날이 있습니다
무어라고 변명조차 할 수 없는
나의 부끄러움을 대신해
오늘은 당신께
고운 꽃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토록 모진 말로
나를 아프게 한 당신을
미워하는 동안
내 마음의 잿빛 하늘엔
평화의 구름 한 점 뜨지 않아
몹시 괴로웠습니다
이젠 당신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참 이기적이지요?
나를 바로 보게 도와준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아직은 용기 없어
이렇게 꽃다발로 대신하는
내 마음을 받아주십시오
시 참 좋죠. 이 시가 내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 같아 내 마음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젠 정말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당신을 보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을 만나고 당신과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전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나의 모습을 많이 되돌아 보게 되었지요.
자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전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자아에 대해 고민을 시작 했습니다. 그래서 관련 책도 많이 읽고 자아를 찾기 위해 여행도 많이 떠났습니다. 그렇게 5, 6년을 헤매이며 자아가 뭔지 드디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학교 3학년 때부터는 더 이상 자아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죠. 자신의 중심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내 의지대로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내 의지대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내 착각이었습니다. 난 자아를 찾지도 못했고 어쩌면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갑자기 들더군요. 왜일까요?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수미씨를 만나고 헤어져 있는 동안 나 자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다가 얻은 결론입니다. 그래서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구요, 그래서 이해인의 시처럼 내 자신을 제대로 보게 해 주어서 고맙다고 꽃을 보내 드린 것입니다.
그 동안 스물 다섯번에 걸쳐 편지를 보내면서 무척 행복했습니다. 그 한달 넘는 기간은 수미씨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은 고민과 정리를 할 수 있는 기간 이었거든요. 그래서 매일 아침 편지 쓰는 시간 만큼은 행복감에 겨웠고 우표를 붙이고 우체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그렇게 가벼울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스물 다섯번을 보내게 되었네요. 저 꼭 스토커 같았죠?
그런 편지도 오늘로 마지막입니다. 제가 감히 저를 좋아해 달라고, 사랑해 달라고 말은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영원히 기다릴 테니 돌아와 달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전 서른 넘어 저의 마지막 열정을 피울 대상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는 그럴 자신과 용기가 없다는 것은 당신께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나에게 이렇게 큰 열정을 주신 당신께 감사 드립니다.
수미씨, 당신은 너무나 매력적인 여자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전 하염없이 부족한 존재입니다. 그런 당신을 한달 동안 만날 수 있어 아직도 행복합니다.
이런 행복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그 당당함 잊지 마시고 행복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또한, 당신의 운명을 꼭 만나시길 바랍니다. 전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게 가능 할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부터 수미씨를 잊는 작업을 해야 겠습니다. 처절하게 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렇게 마지막 편지를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김신우가 드립니다.
이게 끝이다. 그 남자의 마음은 충분히 공감가고 이해가 된다. 미안한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시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스토커처럼 편지 보내던 그 사람도 떨어져 나가니 이젠 편하게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처럼 맘이 편했다.
“과장님! 그리고 미진씨. 오늘 점심 제가 쏩니다. 점심 드시러 가시죠?”
“어, 이대리 왠일이야. 편지에 좋은 소식이라도 실렸나? 왜그래?”
“내일부턴 편지 안 올겁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더 이상 보내지 않겠데요. 속이 시원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쏠께요. 다들 가시죠.”
신나게 점심을 먹고 들어왔다. 오후도 바쁘지 않게 지나갔다. 퇴근 무렵에는 여기 저기 친구들에게 여름 휴가 같이 가자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아무도 나와 스케줄이 맞는 친구가 없다. 방방 뜨던 기분이 약간은 우울해 진다.
28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 남자의 마지막 편지 이후 첫날은 아침부터 왜 편지 안오지 기다리고 있던 내 모습을 보고 스스로 놀랐다. 벌써 한달 사이에 내가 이렇게 길들어 졌단 말인가. 머리를 흔들어서 정신 차리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둘째날, 셋째날 지나고 일주일이 다 되어 가면서도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오는 것이다. 왜 이러지? 동시에 허전함도 일어난다.
참아보려고 했는데 계속 그 남자 생각이 난다. 그 남자는 김신우다. 오늘 만큼은 신우씨라고 부르고 싶다. 신우씨가 보고 싶다. 나를 이렇게 생각해준 사람은 신우씨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래 신우씨의 편지가 집착이 아니라 사랑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우씨가 보고 싶다. 나도 왜 내가 이러는지 모른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신우씨가 보고 싶다. 그 보고 싶은 마음이 가슴에 가득차 넘쳐 나오기 직전이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신우씨가 내가 헤어지자고 말했던 날 ‘날 좋아한다는 얘기 안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바로 이 느낌일까? 그래 이 느낌이었을 꺼야. 그렇다면 더 망설일 필요가 없지. 바로 휴대폰을 들고 신우씨 휴대폰 번호를 눌렀다.
가슴이 뛴다. Queen의 “Too much love will kill you” 라는 통화 연결음이 흘러나온다.
Too much love will kill you. 편집후기
그녀를 만난 한달 그리고 소설을 썼던 한달 이렇게 두 달은 나에겐 행복에 겨운 날들이었다. 그녀를 만나서 행복했었고 소설 쓰면서 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어 더 행복했었다. 이제 그 긴 작업을 마치려고 한다.
글은 항상 나의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마음을 정리해서 편하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참으로 많은 위로를 해준다. 그래서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항상 쓸려고 노력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운몽 류의 꿈을 빙자한 액자소설을 처음 썼는데 지금은 어디 갔는지 도무지 찾을 수 없다. 그리고, 대학교 4학년 무렵 고등학교 성장 소설을 한편 썼다. 그런데 이것도 완성을 보진 못했다. 그렇게 보면 이번 소설 “만남”이 나에겐 첫번째 소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나에게 상당한 의미를 준다.
이 소설은 참으로 어설프다. 기승전결의 구성도 그렇고 긴박한 갈등의 전개 및 해소 부분도 그렇고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다. 이런 부족한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 여러분에게 선보이는 것은 나 자신의 만족 때문 만은 아니다. 난 열정적으로 살아온 내 삶을 가식 없이 보여주고 싶었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평가 받고 싶었다.
이젠 그녀는 나의 마음에서 잊혀져 간다. 그렇지만 그녀가 있었기에 이 소설이 가능했으므로 그녀는 영원히 내 소설 속에서 살아 나를 보살펴 줄 것이다.
소설 속에 파묻혀 참으로 행복하게 보낸 한 달을 접으려 하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 다시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다. 이제 정말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나 자신을 가다듬어야 겠다. 그리고 다시 튀어 올라야겠다.
2003년 6월 20일
역삼동 사무실에서
이 희 우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