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명적 사랑과 치명적 노래
머더 발라드(Murder Ballad)
- 치명적 사랑과 치명적 노래
10/9일부터 시작하는 연휴 마지막 날인 11일 오늘 오후 ‘머더 발라드’를 봤다. 사실 10/8일 밤 공연을 보고 다시 봤으니 이번이 두 번째다. 목요일 밤에 처음 이 뮤지컬을 접했을 땐 커튼콜에서 일어나 같이 함성 지르고 손뼉 치는 것이 약간 꺼려졌었는데, 그래서 다시 보고픈 맘이 전혀 들지 않았는데 내가 다시 보고 있다니. 흑.
이 뮤지컬은 ‘Song Thru Musical’이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져 있다. 송스루 뮤지컬로는 그 유명한 ‘레미제라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이 있는데 나에게 있어 ‘머더 발라드’는 참으로 오랜만에 접한 송스루다. 그래서 첫 번째 봤을 때는 빠른 극 전개와 무대 변환 없이 연달아 나오는 노래로 인해 극의 흐름에 온전히 빠져들 수 없었다. 빠른 가사를 잘 알아듣지 못한 탓도 있겠고.
송스루는 내용을 조금 알고 보면 더 공연에 빠질 수 있다. 대략적인 내용을 안다면 오히려 축약된 가사와 격정적인 멜로디에 더 감동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여러 번 봐야 가사도 잘 들리고 송스루의 매력을 더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목요일 밤 집으로 돌아와서도 다시 이 뮤지컬을 볼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자기 전 멍하니 유튜브를 돌리다 ‘머더 발라드’ 음악을 듣게 되었는데 소름이 쫘악. 이건 무조건 다시 봐야 할 각이었다. 아 근데, 11/8일 종영하는데 표가 거의 없다(다음 주에 마지막 예매가 다시 오픈되겠지). 현재는 10/25일까지 예매 오픈되었는데 겨우 구한 표가 바로 오늘이었다.
이제 공연 스토리를 쓰겠다. 어린 시절 뉴욕에서 만나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 세라와 탐, 그들의 사랑은 식고 세라에게 이별을 고하는 탐. 실연에 빠져 방황하던 세라를 잡아준 남자 마이클, 이 둘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서 행복한 삶을 산다. 애 낳고 키우는 무료한 상황에서 옛사랑을 떠올리는 세라, 그리고 다시 만나는 세라와 탐. 세라, 탐, 마이클 세 사람이 펼치는 비극적인 사랑이야기. 쉽게 말해 뉴욕판 ‘부부의 세계’다.
주인공 세명에 극을 이끌어가는 나레이터 한 명해서 총 4명이 나오는 소극장 뮤지컬이지만, 곡들은 매우 매우 훌륭하다. 노래로만 채울 수 없는 내용의 매끄러운 연결은 나레이터의 노래가 큰 역할을 한다. 나레이터의 무대를 여는 노래부터 듀엣, 4인 모두 부르는 노래까지 모두 훌륭하다. 처절함이 극에 달해 고음으로 치닫는 ‘You belong to me - Reprise’에선 숨이 막힌다.
오늘의 캐스트는 고은성(탐), 허혜진(세라), 정상윤(마이클), 문진아(나레이터)였다. 고은성의 폭발적 고음과 정상윤의 묵직한 바리톤 음색, 문진아의 무대 압도하는 성량 등이 조화를 잘 이루었다. 목요일의 캐스트도 마이클은 정상윤으로 동일하였고 탐엔 김경수, 세라엔 김려원, 나레이터엔 소정화였다. 이 역시 훌륭했다.
이 뮤지컬은 젊은 시절의 사랑과 결혼, 부부의 일탈과 사랑 그리고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을 90분 동안 락 음악으로 잘 풀어주었다. ‘Deja Vu’라는 어두 침침한 빠가 무대라서 그런지, 공연장이 지하에 위치해서 그런지, 내용과 분위기가 어둡고 침침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이 공연은 맨 정신으로 보는 것이 왠지 맞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공연장 입장 전 편의점에서 양주 작은 병을 사서 세 모금 마시고 들어갔다. 혹 체온이 높게 나올까 쫄면서 들어갔지만. ㅎㅎ
술기운이 조금 오르면서 일탈과 불륜 그리고 비극을 보니 더 극에 집중되었다. 노래도 더 귀에 꽂히고. 역시 술도 음악도 취하기는 마찬가지인 듯.
집에 와서 또 ‘머더 발라드’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꿈속에서나마 치명적 사랑을 꿈꾼다.
2020.10.11. 오후 8:55에 쓰다.
#머더발라드 #치명적뮤지컬 #뮤지컬소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