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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추리 Oct 31. 2020

연극 ‘오만과 편견’을 보고

- 첫인상 그리고 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

 - 첫인상 그리고 오만과 편견

영국의 작가 ‘제인 오스틴(Jane Austin)’의 소설 ‘오만과 편견’을 연극으로 먼저 접했다. 소설을 읽어 보지 않았기에 얼마나 연극으로도 잘 표현되었는지 감을 잡을 순 없지만 스토리의 탄탄함과 섬세한 대사 표현은 연극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지난주는 매주 애들 내팽개치고 홀로 놀러 다닌다고 와이프에게 구박받은지라 토요일 에버랜드에서 개장 전에 들어가 폐장 시에 나오는 강행군을 했다. 일요일에 녹초가 되었지만 뭔가 큰 숙제를 한 것 같아 뿌듯한 맘을 가지고 오늘 대학로로 향했다. 그렇지만 오늘 와이프와 점심(매주 토요일 점심은 와이프와 데이트한다) 먹는데 또 구박을 받았다. 애들 좀 더 신경 쓰고 은퇴한 후에나 홀로 놀러 다니라는. 흑. 그래도 연극을 보니 다시 위로가 된다.

이 연극은 2인극이다. 남녀 배우가 수많은 역을 정신이 없을 정도로 번갈아 맡으면서 처음엔 지금 무슨 역을 연기하는지, 이름은 왜 이리 헷갈리지 하는 등 적응에 시간이 좀 걸린다. 이런 우려는 1부가 마치고 인터미션을 거치면서 익숙해지고 2부는 온전히 극에 빠질 수 있다.

본래 소설은 작가가 스물 한살 되던 해 쓴  ‘첫인상’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이 출판 거절을 당하면서 17년 후 개작을 거쳐 ‘오만과 편견’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 연극은 소설 출간 200주년이 되던 2014년 영국에서 처음 공연되었다고 한다. 영국의 배우이면서 작가인 ‘조안나 틴시(Joannah Tincey)’가 2인극으로 각색했다고 하는데 등장인물이 많은 작품을 2인극으로 쓴 작가의 독창적 발상과 두 배우가 무려 21개의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 것 모두 놀랍다. 그 놀라운 연출력에도 박수를.

내용은 영국 소도시 평범한 베넷 가문의 다섯 딸을 돈 많은 귀족 가문과 결혼시키는 것이 중심이다. 주로 둘째 딸 리지의 시선으로 리지(엘리자베스)와 백작 가문의 다아시 사이의 사랑과 오해, 그리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 작품은 남자 쪽 집안의 반대로 결혼이 무산된 오스틴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산업혁명으로 자본은 축적되고 새로운 지배계층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결혼에 있어 가문의 체통, 신분 수준, 유산 등을 따지고 있는 현실에서 작가는 소설 속 리지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분출하는 것 같다. 리지는 당당함과 솔직함으로 남자를 대하고 다아시는 첫눈에 반했지만 집안의 시선을 의식해서 머뭇거리는 모습, 그리고 쌓여가는 오해. 작가는 이렇게 된 과정을 오만과 편견이라고 얘기한다.

결혼을 돈으로만 보는 시대, 결혼으로 신분상승을 꿈꾸며, 좋은 가문끼리 결혼을 해야 한다는 오만과 편견, 주위의 시선으로 결혼을 머뭇거리는 등 200년 전의 소설 속 모습이지만 지금도 그리 다르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캐스트는 백은혜, 이형훈이었다. 수많은 대사와 정신없는 배역 변경 등 결코 쉽지 않았을 연기였을텐데 넘 훌륭하게 잘해주셨다. 목소리도 남자, 여자를 각각 넘나들며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고 지문처럼 독백으로 내용을 연결시켜 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소품이 적절히 등장해서 배역 구분을 해주는 것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근데, 왜 오만과 편견이지? 난 첫인상이 더 나은 것 같은데. 첫인상 자체가 편견이고 그 편견의 근원이 오만함이라 그런가?

하여튼 시월의 마지막 날, 토요일 밤은 또 이렇게 저물어간다.

2020.10.31. 오후 7:09 대학로에서 쓰다.

#연극오만과편견 #배우백은혜 #대학로 #2인극


P.S.

연극을 보고 책을 읽었는데 책 내용과 연극은 거의 대사까지 똑 같다. 원작 자체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보니 연극도 그런 감정선이 잘 드러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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