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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추리 Apr 06. 2021

12 마지막 월급

20210325

마지막 월급


마지막 월급이 들어왔다. 이렇게 LINE에서 3년이 간 거구나. 그나마 인센티브가 들어온 것이 위안이 된다. 바로 와이프에게 생활비 외에 보너스를 듬뿍 송금했다.


담달부턴 건강보험료 걱정을 해야 한다. 울 아부지 전화 또 올 텐데. 흑. 그래도 당분간 백수로 지낼 거다. 언제 또 이런 자유를 누려볼 수 있겠는가.


월급은 묘하다. 한 달간 고생한 것이 돈 들어오는 순간 다 풀어진다. 근데 그 돈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빠져나간다. 그래도 다음 달 월급을 기다리며 갖은 스트레스를 참고 견딘다. 이런 월급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물론 좋긴 하겠지. 그렇지만 뭔가 할꺼리가 있어야 된다. 돈 보단 일이 더 중요하다. 남들은 내가 제주 와서 논다고 하는데 나는 노는 게 아니라 치열하게 걷는다. 걸으면서도 글을 쓰고, 저녁 먹고 나서 지친 몸을 이끌고 쓴 글을 다듬는다. 하루에 한 두 편씩 편집해서 올리다 보면 새벽 1시가 되기 일쑤다.


벌써부터 올레길 완주 후에 뭐할까 걱정이다. 뭐하긴, '놀멍 쉬멍 올레길 걷기' 말고 다른 글 쓰겠지. 원래 쓰기로 했던 책을 쓰겠지. 언젠가는 서울로 돌아와 다른 일거리를 찾겠지. 그리고, 또 그 일에 몰입하겠지.  


하여튼, 와이프가 해준 맛난(월급의 위력이 발휘된) 밥을 먹고 든든하게 공항으로 향한다. 다시 돌아온 제주, 포근하다.  고향 같다. 얼마 있지도 않았는데.


돌아와서 한 백반집에서 먹은 매운 소갈비찜이 맛나다. 직접 산에서 따신 제주 고사리나물도 맛있다. 역시 제주구나.  



내일은 라인 언블락의 후배이자 제자인 우석이가 온다. 제주시에서 1시간 거리인 위미항에 있는 횟집 ‘어느 멋진 날’에서 오후 6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어떻게 합류할지 고민이다. 그렇다고 6시까지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차를 가지고 가면 분명 술을 먹을 텐데 올 때가 걱정이고. 그렇지만, 이런 고민을 가지고 올레길 코스를 짜는 이 시간이 즐겁다.  


결정은 빠르게 났다. 차는 두고 버스 타고 서귀포로 간다. 올레길 5코스 중간쯤인 위미항을 종점으로 걸어간다. 서귀포에 있는 6코스 종점에서 역방향으로 걸어간다. 대략 6코스 11킬로에 5코스 중간까지 6킬로 더해서 17킬로 정도 걸을 것 같다. 다 걸은 후 제자와의 풍성한 저녁과 술이 있으니 내일은 한층 발걸음이 가벼울 것 같다.  


낚시 가기 전 준비할 때와 같은 흥겨움이 올레길 전날 느껴진다.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못 걸어서 더 그런가? 벌써 올레꾼 다 됐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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