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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추리 Apr 09. 2021

14 공친 날

20210327

공친 날


전날 과음으로 10시에 겨우 일어났다. 아, 전날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래, '어느 멋진날'에서 술을 너무 많이 먹었어. 술 안파는 거기에 왜 우석이는 한라산 소주를 7병이나 가져왔을까? 왜, 은익이는 소주 한 병을 나에게 주고 갔을까. 왜 나는 술을 많이 사 오라고 했을까. 결국은 다 내 책임이다.


과유불급, 뭐든 지나치면 안 되는 법. 흑. 지난밤의 악몽이 기억난다. 마지막 술을 마시고 제주시로 오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다. 양생 중이란 변기에 술김에 털썩 앉았는데 그 변기가 틀어졌나 보다. 물은 세고 그치지 않는다. 흑, 변기를 망가뜨린 거다. 이를 어쩔고.


그리고, 그냥 나왔다. 그 괴로움이 밤새 꿈속에서 나를 괴롭힌 것 같다. 이건 술로 인한 숙취가 아니다. 나의 실수로 인한 괴로움이다.  


그래도 배는 고프다. 쓰린 속은 풀어야 한다. 그래서 돼지국밥으로 해장을 하다. 앞으로 은익이와 '어느 멋진날' 김진태 사장을 어떻게 볼지 걱정이다. 담에 만나면 화장실 수리 비용은 내야겠다. 그래야, 조금은 맘 편하게 '어느 멋진날'을 들릴 수 있겠지.


죄책감과 숙취로 계속 침대에서 뒹굴다. 넷플릭스를 잠깐 보다 또 자다. 저녁도 배민으로 시켜 먹었다. 돼지국밥 이후 걷지도 않고 계속 방 안에서만 머물렀다.


오늘 하루 완전 공쳤다.


뭐 이런 날도 있는 거겠지.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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