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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추리 Apr 15. 2021

19 비가 와

20210401

19 비가 와


6시에 눈이 떠진다. 젠장! 진짜 백수가 되니 더 일찍 일어나는 건가? 그.런.건.가. 네이버 웍스, 커넥트, 슬랙 등의 회사 계정 접속이 안 되는 걸 보니 확실히 퇴사한 게 실감 난다. 바로 폰에서 삭제한다.  


비가 온단다. 얏호! 강제 휴식이다. 근데 오전부터 흐리긴 했는데 비는 안 온다. 바람만 제법 쎌 뿐.  


어제 퇴사 소식을 페북에 올리고 회사 임직원들에게 퇴사 인사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저녁에는 올레길 얘기를 4편을 브런치에 한꺼번에 올렸다. 아직 4/1일, 오늘 날자까지 따라잡기 위해선 더 서둘러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올레길 얘기를 더 편집해서 올릴 거다. 이게 올레길 걷는 것만큼 중요하다. 아니 그렇게 믿는다.  


한 편 다듬고 편집해서 올리는데 3시간 가까이 걸렸다. 오전에 온다는 비는 아직도 안 온다. 일기예보도 소폭 변경되었는데 오후부터가 아니라 오후 3시부터 비가 온단다. 오후 3시부터 올 줄 알았으면 아침 일찍 17킬로 다 걸었지. 흑. 후회가 밀려온다.


2시, 드디어 비가 온다. 역시 안 걷길 잘했어. 비바람 몰아치는 창밖을 바라보며 고등어구이 백반을 배달시켜 먹다. 남김없이 다 먹고 나서 과식했음을 자책한다. 집에 있으니 할 일이 없어 넷플릭스를 튼다. 집에서 HDMI 케이블과 아이패드 젠더를 가져오기 잘 한 듯. 불 다 끄고 커튼 치고 큰 TV 화면으로 넷플릭스를 보니 이것도 좋네. ㅎㅎ


저녁엔 어제 내 페북 보고 연락 온 대성이를 만나기로 했다. 이 후배도 회사 관두고 제주 한 달 와 있다고 하네. 허름한 고깃집에서 오겹살과 가브리살로 한잔 하다. 이 집은 가브리살이 대박이다. 부드럽고 깔끔한 이 맛, 으~ 여긴 다시 올 각이다.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인생, 사회경험, 투자 등. 먼저 나에게 연락해줘서 고마웠다. 라인에 있을 때 투자한 회사 직원으로 만난 인연인데 얘기 나누고 싶다고 먼저 연락해준 용기가 고마웠다. 비가 와 하루 종일 숙소에 처박혀 빈둥대던 나에게도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그것도 제주시에서 먼 저지오름 부근에서 온다는 것이 넘 고마웠다.



1차는 고기집에서 내가, 2차는 수도꼭지가 쭉 있는 맥주집에서 대성이가 쐈다. 'Stone Island'라는 연동에 있는 힙한 맥주집인데 10여 개 넘는 Tab에 각기 다른 생맥주가 담겨 있고, 마시는 량에 따라 과금되는 시스템이다. 그러니 자기가 원하는 맥주를 자기가 원하는 만큼만 먹으면 된다. 술 취할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


투자 관련 얘기가 나왔다. 내 경우 회사 관두고 제주 와서 올레길 걷는 동안 돈을 더 버는 것 같다. ㅎㅎ 내가 잠자고 쉬는 동안에도 내 자산은 열심히 일했나 보다. 이게 자본주의지. 대성이도 똑같다고 하네 ㅎㅎ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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