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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추리 Sep 03. 2022

내가 방황하는 이유

내가 방황하는 이유


진정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정신 차린 고등학교 1학년 이후 오십이 되기 전까지는 앞만 보고 달렸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연봉 및 직급 상승, 빠르게 임원 되기, 대표이사로 살아보기 등등. 대표이사로 산지도 10년이 되었구나. ㅎ


좋은 집, 좋은 자녀 교육환경, 나의 석사 및 박사학위, VC 창업, 코인 발행 및 상장, 유튜브 방송, 책 출간 등등. 유튜브 방송 12년에 책 3권을 출간했구먼. ㅎ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 제주 올레길 완주, 제주 몇 달 살기, 백수로 쉬어보기, 회사 그만두고 싶을 때 관두기, 일 하고 싶을 때 다시 일하기 등등. 그래 항상 노는 것도 최선을 다했지. ㅎ


지금까지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원대로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하고 싶은 게 없다. 이게 가장 큰 문제이다. 백수인데 ‘일 해야 한다’라는 막연한 의무감, 책임감만 있는데 ‘하고 싶다’라는 동기부여가 전혀 없다. 이게 내가 백수생활이 길어지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실제로 방법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다만 일 하고 싶을 때까지 그저 쉬어 볼 수밖에. 작년에 라인 관두고도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까지 4개월을 그냥 놀지 않았던가? 그러다 불현듯 일 하고 싶다는 생각과 하고 싶은 일이 생기지 않았던가?


그래 조급해하지 말고 쉬어 보자. 그러려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까 아니면 움직이며 사람도 만나고 해야 할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연극이나 뮤지컬도 보지 말아야 할까 아니면 이런 거라도 계속 보면서 다른 이들의 삶을 느껴봐야 할까? 이것도 잘 모르겠다. 지금은 마음 움직이는 대로 할 뿐.


나이가 들면 하고 싶은 것도 없어지는 건가? 젊을 때는 강박관념처럼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이런 생각도 안 들었는데. 버킷리스트도 만들고 그랬는데. ㅎ


얼마 전 넷플릭스 인가 유튜브인가 하튼 어디선가 본 듯한데 주인공이 한 말이 넘 기억에 남는다. 자신은 소비자(Consumer)라는 용어가 너무 싫다고. 소비를 해야지만 현대 사회에서 의미가 있는 존재가 된다고. 소비를 멈추는 순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 이상 존중받는 존재가 아니라고. 그래서 정부에서도 소외받는 존재로 전락한다고.


이렇게 백수로 사니 술, 공연 외에는 소비가 거의 없다. 나도 이젠 정부나 사회에서 버려지는 쓰레기 같은 존재로 전락하는 건가? 아 술이 취해간다. ㅎ


내가 전공한 경제학에선 소비가 생산을 촉진하고 경제를 순환시킨다고 배웠는데. 내가 소비를 줄이면서 경제순환을 망치고 있다니. 흑.


그런데 치솟는 물가로 인플레 잡으려고 연준이나 한은에선 금리를 올리고 있고 대외 경제여건으로 환율도 치솟고 있다. 덕분에(?) 주가와 코인은 바닥을 긁고 있고 집값도 자리 잡혀 가고 있다. 이 백수도 어쩔 수 없이 소비를 줄이고 있고. ㅎㅎ


이 뭔 개소리인가. 술 소비만 축내는 술소비충의 폐해인가? 흑.


하튼 하고 싶은 게 별로 없다. 그걸 찾고 싶긴 하다. 그래야 나도 다시 소비자가 되어 당당한 경제순환의 일원이 될 수 있으니까. ㅎㅎ


2022.09.03. 오후 9:01 대학로 어느 이자까야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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