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끝까지 간다’를 보고
어김없이 주말엔 대학로를 찾는다. 이번 주는 햄릿을 살짝 블랙 코미디로 바꾼 연극 ’끝까지 간다‘를 봤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햄릿 자체의 내용보다는 ’To be or not to be, That is a question’ 이란 대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 다른 해석으로는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중학교 때부터 난 죽느냐 사느냐로 배워서 이 해석이 더 가깝게 느껴지지만 민음사에선 존재와 비존재로 해석해서 색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사실 이 대사 뒤의 대사가 더 멋지다고 난 생각한다.
“죽는 건 — 자는 것뿐일지니, 잠 한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 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셰익스피어는 죽음을 잠과 같다고 비유했다. 잠 한번에 육신의 가슴앓이와 갈등은 사라진다고. 그런데 죽음은 처음엔 한번의 잠으로 끝날 수 있겠으나 완전히 없어짐을 의미하니 꼭 같다고만은 할 수 없을 터. 극 중 햄릿의 고통이 커서 죽음조차도 잠으로 비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가?
이 연극은 햄릿 연극을 준비하면서 시작한다. 극단이 어려워 마지막 공연을 올리고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공연시각이 다 되어서도 관객이 한 명도 오지 않는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의상도 세탁소 넘기고 공연장비도 다 반납했는데 갑자기 관객이 들어온다. 이 위기상황을 응급대처하면서 현실과 연극이 공존한다.
공연을 그만두느냐 끝까지 가느냐 그것이 문제다. 현실에서 극단 배우들 간의 갈등이 연극에 그대로 드러나고 그것이 햄릿 연극과 교묘히 오버랩되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씁쓸한 블랙 코미디랄까?
오늘따라 관객도 별로 없다. 그래서 더 씁쓸하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게 우리 현실인지도 모르고. 그래서 지금 현실이 더 연극 같은지도.
환율은 1400원 가까이 치솟고 금리와 물가 또한 걷잡을 수 없다. 금리는 연준 기준 4% 중반대 수준에서 이젠 5% 얘기까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은 아래로 요동치고 있고 부동산도 하락세가 완연하다. 코인 시장도 이더리움 ‘머지’ 업데이트 이후 이 가격 ‘뭐지’라고 어리둥절하는 상황이다.
현금이 최고인 세상이다. 투자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연극은 현실을 대변한다. 때론 현실이 연극보다 더 극적이다. 그래서 연극으로 위로를 받는지 모르겠다.
하튼 오늘 연극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연극임에는 틀림없다.
2022.09.17. 오후 8:40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