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를 자양분으로 자란 스타기업 있어야

판교 테크노밸리 성공을 위한 제언

by 메추리

판교에 첫 삽을 뜬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간다. 현재 판교에는 1000여개 회사에 7만명이 넘는 인원이 근무하고 2014년 기준 전체 입주회사들이 총 79조(2014년 기준)의 매출을 일으켰다.경기도가 5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여 만든 지방정부 차원의 테크노밸리가 이제 제대로 자리를잡은 느낌이다.


판교가 이렇게 성공적인 테크노밸리로 정착하게 된 데에는여러 성공요인이 있다. 제일 큰 성공요인은 지리적 이점과 집적효과를 뽑고 있다. 서울 강남과 베드타운(분당, 용인등)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에 신분당선 개통까지 더해 교통의 편리함은 많은 기업들과 근로자들을 유인할수 있는 요인이 된다. 거기에, NC소프트, 카카오,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등 전체 입주기업의 64%(2014년 기준)에 해당하는 ICT 기업 위주의 단지 조성이 관련 기업들과 임직원들간의 시너지를 높여주고 있다.


테크노밸리를 말할 때마다 항상 언급되는 곳이 실리콘밸리이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이 여러 있지만 세가지로 축약한다면 우수한 인재, 모험자본, 넒은 시장을 들 수 있다. 스탠포드와 UC버클리에서 나오는 우수한 인재들과 그들이 보유한 새로운 기술, 그것을알아보고 과감히 투자해 주는 모험 자본, 그리고 바로 미국 이라는 큰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시장여건등, 이 세가지가 갖춰져야 제대로된 테크노밸리가 되는 것이다.


물론 실리콘밸리도 처음부터 이런 삼박자가 잘 갖춰졌던것은 아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군에서 제대하고 밀려드는젊은이들을 위한 부족한 일자리를 위해 1946년 정부 주도로 벤처캐피탈을 만들어 지원하게 된 것이 그시작점이다. 그때 설립된 정부 주도 벤처캐피탈 중 하나인 ARDC가투자한 기업인 DEC(Digital Equipment Corporation)가 1968년 기업공개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벤처캐피탈도 비즈니스 측면에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증명되었다. 1968년은 실리콘밸리의 이름의 유래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회사 ‘인텔’의 설립연도이기도 하다.


진정한 의미에서 실리콘밸리의 성장은 그 곳에서 DEC, 인텔, 애플 등 새로 생겨난 신생기업(Start-up)들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봐야 한다. 물론 1972년 설립된 유명한 민간 벤처캐피탈인 클라이너퍼킨스(KPCB)의영향도 있었겠다.


이 부분은 향후 판교 테크노밸리의 성장에도 시사해주는바가 있을 것이다. 테크노밸리의 발전은 결국엔 그 밸리에서 성장한 스타트업에 의한 것이지 그 곳에 입주한이미 성장한 거대기업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 스타트업 생태계가 형성되기 까지 정부는 지원자의 역할을충실히 하면 된다. 이미 판교도 자리 잡은지 10년이 되어경기도도 그 지원자의 역할을 하는 시기가 이제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왜냐면, 미국의 경우에도 정부의 지원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형성되는데20년 정도 걸렸고 그 이후부터는 스타 기업들이 탄생해서 순수 민간 중심으로 그 생태계가 돌아가고 있기때문이다. 돈이 되니 돈이 몰리고, 인재가 몰리고, 기업이 몰리고, 경쟁도 되며 성공확률도 높아진다.


판교 테크노밸리 입주기업들을 보자. 다들 서울 강남, 분당 등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 있다 우호적 임대조건때문에 판교로 옮긴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판교에서 자라서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아직 전무한 실정이다. 이것만 가지고는 진정한 의미에서 테크노밸리라 부를 수 없다. 판교의힘으로 판교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 스타기업을 이른 시기에 육성해야만 한다. 그것도 판교에 있는 자본(벤처캐피탈)의 힘으로 말이다. 그러기 위해 몇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첫째, 앞으로의10년은 민간 이양을 위한 준비단계로 삼자. 정부의 역할은민간부문이 스스로 잘 돌아가게 만드는 환경조성에 있어야 한다. 민간이양을 위한 조직 몸집 줄이기, 간접지원을 위한 벤처캐피탈 펀드 투자, 엔젤펀드 조성, 민간 전문가 인수인계 등의 준비를 해야 한다.


둘째, 소프트한역량을 키워야 한다. 하드웨어적인 인프라는 잘 구비되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부터최근에 오픈한 스타트업 캠퍼스까지 설비들은 훌륭하다. 다만, 그곳을채울 만한 콘텐츠 및 소프트한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다. 그런 콘텐츠와 역량이 쌓이면 문화가 된다. 기존 기업 성장지원이 아닌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면 거기에 걸 맞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한다. 열린 공간, 열린 소통과 열린 파티 등이 좀 더 많아 져야 한다. 강남만 보더라고 D.Party, Thursday Exit Party,Town Hall Meeting 등 다양한 스타트업 파티가 수시로 열린다. 그런 부담없는파티는 비단 미팅 형식의 정보교환보다 더 많은 사적 정보가, 더 많은 감정적 교류가, 더 깊은 신뢰구축이 가능하게 만든다.


셋째, 대학공대 캠퍼스를 하나 유치하자. 실리콘밸리가 IT의 중심이라전세계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지만 초기에는 스탠포드 공대생들의 공급이 절대적이었다. 그들이 학교앞차고에서 창업하고, 그 부근의 벤처캐피탈에서 투자 받고, 검증되면미국 시장에 출시하고 이런 사이클을 돌면서 실리콘밸리가 성장/발전했다.판교에는 경기권 일부 대학으로부터의 R&D 단지는 몇개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10년후 20만명(2015년기준 7만명) 가까운 인력의 공급원으론 부족할 수 있다. 물론 지리적 이점을 감안하더라도 20만명이 근무하는 첨단 테크노밸리로서판교만의 위상에 대학은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판교는 이제 경기도 만의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보더라도 판교 만큼 빠른 시기에 첨단 산업군이 집적되어 자리 잡은 곳이 없다. 향후 10년, 판교의아름다운 성장을 기대해 본다.


상기 글은 'Tech M' 5월호(2016년)에 실린 저의 기고문을 바탕으로 소폭 수정하여 게재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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