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스터와 천재의 시대
기
새해도 아닌데 목표가 생겼습니다. 앞으로 1년간 1,000km를 달릴 거에요.
승
평소 눈여겨보던 신발을 구글링해서 리뷰를 보러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구독 중인 블로거였어요. 뼛속까지 성실함으로 무장해서 리스펙하는 분인데, 제가 구독해온 2년 동안 매일 아침 7시에 신문을 스크랩해서 올리고, 본업[대기업>유통] 공부를 위해 주말마다 전국을 돌아다니는 분이었죠. 그래, 이런 분이 임원을 달아야지.. 가 아니라 몰랐던 사실 하나, 그 분이 3년간 3,000km를 뛰었더군요. 그리고 러닝화 리뷰를 했더군요. 그러자 그 신발이 사고 싶더군요.
전
성실한 사람을 존경하지만, 좀 거리를 둡니다. 재미없을까봐. 친해지고 정도 들면 같이 밥도 먹고 사우나도 가야 하는데 그만한 고역이 없잖아요. 그보다는 어딘가 나사 하나 풀린 사람, 대충 사는 듯하다가 삘 받으면 사흘 쯤 밤을 새서 일에 매달리는 그런 사람이 좋더라고요(제 이야깁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도 결국 성실한 러너가 추천하는 러닝화를 사더라고요(또 제 이야깁니다). 신발에 꽂혀서 100족은 질러보고 스스로 경지에 이를 게 아니라면 말이죠. 제게 그 정도의 삘은 없더군요.
결
힙스터와 천재의 시대입니다. 그들을 향하는 스포트라이트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동안, 우리네 일상의 영향력은 대부분 성실한 사람들이 가져가고 있었어요. MZ담론 속에 농업적 근면성은 쿨하지 못한 것을 넘어 구린 것이 되고, 꼰대들은 머리가 아닌 엉덩이로 일한다며 놀림을 받지만, 결국 우리는 성실함을 신뢰하게 되어있더라고요. 그게 기본이니까. 저한테 그걸 좀 가르치려구요. 1년에 1,000km쯤 달리면 저도 뭐 하나는 성실한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요?
일기_승전결
개인적인 기록도 타인에게 흥미로울 수 있길 바라며, 기승전결이 있는 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