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셜록홈스'에 빠져 있던 나는 포의 작품에는 다 셜록이 나오는 줄 알고 '검은 고양이'를 읽기 시작했다.
사형수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에서 대체 어떻게
셜록이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책장을 넘겼다가 셜록의 부재에 실망하기도 전에 고양이에 대한 공포심으로 책을 덮은 기억이 있다.(그렇게 무서운 책은 아니지만 나는 어렸고 꾸준히 겁이 많다. 공포영화 '분홍신'을 보다가 분홍신이 나오기도 전에 영화관에서 도망친 적도 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셜록홈스는 1854년에 연재를 시작했기에 1843년에 쓰인 '검은 고양이'에 등장하기는 힘들었을 일이다.
'검은 고양이'는 알코올 중독과 고양이를 싸잡아 경계하는 작품인 듯한데, 왜 하필이면 귀여운 고양이를 터부의 존재로 만들었는지가 궁금할 일이다. 실제로 검은 고양이는 여러 매체의 여러 작품에서 요망하고 불길한 존재로 소비된다.
실제 유럽에서는 검은 고양이가 배 위를 걸으면 배가 침몰한다든가 고양이가 무덤을 뛰어넘으면 시체가 살아난다는 등(좋은 거 아냐?) 신비하면서 꺼림칙한 미신과 고양이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아일랜드에서는 고양이를 죽이면 17년 동안 불행하다는 전설도 있다. 중세에는 무려 마녀의 심부름꾼, 악마의 사자라는 어마어마한 의심을 받기도 했었다. 중세 이후에도 이런 고양이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는 지속되어 벨기에 어떤 지방에서는 악귀 퇴치를 위해 고양이를 높은 성탑에서 내던져 죽이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고양이는 이런 근본 없는 낭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데 고양이를 키우면 임신을 못한다거나 고양이가 무릎 관절에 좋다는 등의 이야기다.(페스트가 유행하던 무렵에는 고양이 고환이 치료제로 쓰인 경우도 있다. 영국에서는 고양이가 흑사병의 원인이라 하여 고양이 20만 마리를 태워 죽인 적도 있다고 한다.-부적절한 고양이 활용의 실로 안타까운 사례가 아닐까?!)
글 제목이 고양이 망곤데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아서....
고양이에 대한 속설이 이렇게 다양한 이유를 인간과 함께한 세월에서 찾을 수 있지만 인간과의 친밀도를 함께한 세월로만 계량화한다면 고양이는 개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고양이가 가축화된 것을 최대한 오래 쳐도 12,000년 전인데 개는 대충 잡아도 14,000년 전 최대한으로 잡으면 30,000년 전까지 간다. 게다가 개는 인간을 위협하는 늑대의 아종으로 여겨짐에도(개와 늑대의 유전적 차이는 0.04프로 미만이라고 한다. ) 고양이에 비해 주술적 활용도는 낮은 편이다.
그럼 고양이에대한 통설들은 아마도 고양이의 기묘한 매력들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아기와 비슷한데 실제로 인간이 귀엽거나 호감이 가는 아기 같은 대상을 맞이할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이 고양이를 대면할 때도 상당량이 분비된다고 한다. 개나 닭이 일찍이 그 효용성에 기대어 가축이 되었다면 고양이는 단지 귀엽다는 이유로 가축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양이의 신비화는 이집트 시대가 큰 도약점이 된다. 아마도 농업이 발전하기 시작한 이집트에서 곡식을 위협하는 쥐와 벌레들을 무찔렀던 고양이는 믿음직한 첨병이 되었을 것이다. 바야흐로 고양이는 이집트 신의 화신으로 여겨지며 고양이를 죽일 경우 사형에 쳐해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와중에 파라오는 뭘 죽여도 예외- 고양이의 신성화가 이후 기독교의 득세 이후에는 이교도의 상징 처럼 여겨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유일신을 강조하는 종교집단에서 고양이 신을 받아들일 여유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그 반면에 고양이에 대한 박해가 횡횡했던 중세 유럽에서(정확하게는 근대까지도 이유 없이 박해당하는 고양이는 여전히 존재... 아마 현대에도.. 최근까지...) 특이하게 수도원에서 고양이를 많이 키우기도 했다 한다. 수도원은 자체적으로 농사를 짓기도 하고 필사에 쓰이는 양피지를 쥐로부터 지키는 데 고양이가 꽤 요긴하게 쓰였던 것이다. 이슬람의 창시자 무하마드도 고양이를 좋아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걸 보면 고양이는 이러니 저러니 신과 엮이기 좋은 생물이 아닐까 한다.
처남집 고양이를 바라보며 고양이에 대한 상념이 깊어간다. 이 상념의 대부분은 나무 위키에 기대고 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