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지 않네

by 은예진

작년 6월 경에 방광에 이아루릴 시술을 했다. 이아루릴은 히알루론산과 콘드로이친으로 구성된 약으로 요도에 카테타를 통해 방광으로 직접 주입한다. 약을 주입하고 최소한 한 시간 이상 소변을 참아야 한다. 그 한 시간 사이 방광 내벽에 히알루론산과 콘드로이친이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다. 히알루론산이라니 너무 익숙하지 않은가. 피부 보습을 위한 화장품이나 인공 눈물에서 익숙하게 들어본 성분이다. 남들은 얼굴에 바르는 것을 나는 방광벽에 바르는 것이다.


시술을 하고 작년 9월경 큰 스트레스에 한 번 방광염이 오기는 했지만 항생제 처방 일주일로 깨끗하게 나았다. 방광염에 걸려도 빨리 낫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올 들어 다시 시작된 방광염이 1차에는 2주, 2차에는 3주 그러더니 3차에는 한 달이 넘도록 낫지를 않는다. 항생제만 중단하면 즉시 통증이 밀려오고 미열이 난다. 목소리가 잠기고 아랫배 통증이 온몸을 죄어온다.


나를 오래도록 봐온 지역 피부비뇨기과 의사 선생님은 이미 오래전에 나를 포기해서 사모님 원하시는 대로 해드릴게요라고 한다. 본인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해봤고 1차 병원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항생제를 먹으면서 한의원에 다녔다. 한약을 시도했다 몇 번의 실패가 있었으나 나는 같이 고민해 줄 의료인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지난 한 달 한의원에 다니며 방광이 아프면 찾아오는 절망감을 이겨냈다. 한약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먹었고 침과 뜸을 떴다. 한의원 베드에 누워 배를 따뜻하게 하는 왕뜸을 뜨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방광염 치료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한약은 녹용까지 넣어서 비쌌지만 그걸 먹으며 어지럼증이 더 심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어지러워도 길거리에서 쓰러져본 적이 없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약을 먹는 게 두려웠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한의사 선생님의 고민이 깊었다.


항생제를 끊고 일주일이 되자 다시 염증 수치가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아랫배만 아플 때는 통증을 느끼지만 염증수치는 나오지 않는다. 요도가 아파야 염증 수치가 나온다. 이번에는 요도까지 아프다. 항생제 중단 일주일 만에 염증이 심해진 것이다. 이럴 때는 이차병원에 가야 한다. 이 세대 항생제인 세프틸 500미리를 먹었는데 먹는 동안 아프지 않지만 끊으면 다시 염증이 올라오니 처방 범위가 넓은 이차병원으로 갔다. 이차병원은 염증이 나올 때 가야 처방이 가능하다.


작년에 이아루릴 시술을 한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다. 평소에 세프틸 처방을 하지 않는 그는 3세대 항생제 중 써보지 않은 것을 찾아봤다. 예전에 쓰다 중단되었으나 요즘 다시 쓰기 시작했다는 저용량 항생제 유로렉스와 같이 처방했다. 나는 주변 사람들이 이아루릴을 다시 시술하라고 난리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의사 선생님은 시술은 염증을 잡고 나서 할 수 있다고 우선은 염증 잡는 게 우선이라고 한다.


나도 모르게 남들은 일 년에 몇백만 원씩 얼굴에 바르는데 저는 방광에 못 바르겠어요라고 중얼거렸다. 이아루릴 시술은 한 번에 삼십만 원씩 6회 기본이다. 실손이 없는 나는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부담되는 금액이다. 의사 선생님이 쿡쿡 웃으며 네?라고 묻는다. '정말이에요. 제 동생 일 년에 삼백 씩 얼굴에 쓰는데 그에 비하면 별거 아니잖아요.' 그는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트린다. (사실 동생은 공적인 행사가 많은 자리에 있어서 그 정도 투자는 생존템이다.)


어쨌든 내가 오늘 한 사람은 웃게 만들었구나. 나쁘지 않네.


새로 처방받은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는 효과가 없었다. 약을 먹자 통증이 잡히는 듯했으나 밤에 다시 아파서 오늘 세프틸로 바꿔 먹고 통증이 진정되었다. 병원 다녀오면 전화를 달라던 한의원에서는 우선 한약은 먹지 말라고 한다. 고단한 날들이다. 아프면 돈이 많이 든다. 한약을 제대로 먹을 수만 있으면 아깝지 않은데 그걸 못 먹게 되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한 달 내 마음을 의탁할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고 애써 위로했다.


내가 한약 값이 아까워 한숨 쉬고 있는데 다른 동생이 방광에 금칠을 하라며 이백만 원을 보냈다. 나는 이래저래 우리 집 아픈 손가락이구나 싶다. 이제 방광이 아파도 죽고 싶다는 소리는 더더욱 할 수 없게 만드는구나. 걱정하는 사람들 앞에서 가급적이면 씩씩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 고맙게 받았다. 나쁘지 않네.


방광이 아프면 죽고 싶은 마음에 스위치가 켜지는데 한의원 다니며 이겨냈으니 잘한 일이다. 끝이 없어 보여도 반드시 끝은 있다. 앞으로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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