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의 국수 이야기

서사가 있는 국수

by 은예진

동생은 왕관은 없고 왕관의 무게만 견뎌야 하는 애매한 자리의 역할을 하느라 일 년 365일 꽉 찬 봉사활동 스케줄이 있다. 적당히 흉내 내며 사진만 찍어도 될 일이다 싶은데 지나치다 싶을 만큼 열심히 한다. 처음 시작은 의무였으나 어느 순간 진심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런 동생이 요즘 한 박스씩 사서 보는 사람들마다 나눠주며 칭찬하는 아이템이 생겼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윤광준의 생활 명품'을 써서 소소하지만 애착 가는 물건에 대해 소개한 윤광준 씨의 글을 옮겨야 한다.



국수를 좋아하지만 그의 입맛에 맞는 국숫집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는 윤광준 씨가 줄 서서 먹는 집은 '권오길 손국수 집'이라고 한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 소개되어 이미 유명세를 탄 권오길 씨의 국수는 면발의 쫄깃함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해서 이로 맛을 느낄 정도라고 한다.


국수는 최상품 밀가루에 조제재료를 더하고 국내산 천일염을 쓴다. 반죽의 함수율과 눌린 정도가 쫄깃함을 좌우하는 조건이다. 수십 년 반복해 얻은 경험의 감각이 적당함을 찾아낸다. 반죽을 주물러 보면 손끝에 전달되는 느낌이 있다고 한다.


권오길 손국수는 자신의 식당에 찾아올 수 없는 이들을 위해 건면을 생산한다. 광고회사 제일 기획은 꼭 챙겨야 하는 귀한 분들에게만 보낼 선물로 이를 기꺼이 선택했다. 국수 맛을 본 이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세상에 국수 맛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느냐는 탄성과 함께.....

'윤광준의 신 생활명품 권오길 손국수 중에서 '


이 국수 명인 권오길 씨가 육십 년 동안 대를 이어 만들어온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 준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 위치한 담쟁이 장애인 보호 작업장이다. 그곳에서 명인의 레시피로 생산된 국수와 육수는 '담쟁이의 국수 이야기' 식당에서 판매되고 있다.


식당에서는 꼬치세트, 우리밀 비빔칼국수, 잔치국수, 어묵국수, 메밀국수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간단하게 맛을 낼 수 있는 육수와 건면도 판매하고 있다.


아쉽게도 아직 '담쟁이의 국수 이야기'를 방문해보지 못해서 국수 맛을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동생이 주는 간편 육수 파우치로 떡국을 끓여보고 깜짝 놀랐다. 동전 육수가 감히 따라가지 못하는 깊은 맛이 나는 육수였다.


네 개들이 한 곽에 2,500 원하는 육수는 국수뿐만 아니라 샤부샤부를 비롯해 온갖 국물 요리에 만능으로 쓸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윤광준 씨가 극찬하고 식객에도 나온 그 면발과 이렇게 기막힌 육수를 가졌지만 홍보부족 탓인지 '담쟁이의 국수 이야기' 영업 실적은 생각보다 좋지 못한 모양이다. 동생은 내내 안타까운 표정으로 유명인 일인 점장 행사로 명맥을 유지하는 식당에 대해 설명했다.


명인이 무료로 전수해 준 레시피로 장애인 작업장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국수라는 거의 완벽한 서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에 어려움을 겪다니 이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럴 때는 내가 인풀루언서가 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


[이음공감] 쫄깃쫄깃 잔치국수 비빔국수 면발 담쟁이 국수이야기/ 세트 : 마니-또 (naver.com)


할 수 없다. 동생처럼 나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먹여 보는 방법밖에. 그냥 국수가 아니라. 서사가 있는 국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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