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인선생님 제가 소리치는 중년남성에게 알러지가 있어서 눈물이 좀 나네요
드 디 어!
조용한 동네의 꼭대기층에, 심지어 옆에 붙어있는 집도 없어 벽간 소음 확률도 제로인 최고의 매물을 찾았다!
첫눈에 이 집을 기다리느라 내가 이렇게 기다렸다는 걸 알아봤다.
일요일이었지만 바로 부동산 사무실에 가서 등기부등본을 보고 추후 진행 과정을 얘기해보기로 했다.
중개인 분의 차로 사무실까지 이동하면서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될 시 계약을 해지하는 특약을 넣어주실 수 있나요?"
라는 질문을 했다. 등기부등본을 본 후에는
"저의 현재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하지 않을 시 계약을 해지하는 특약을 넣어주실 수 있냐고 집주인께 여쭤봐 주실 수 있으신가요?"
라고 여쭈었다.
혹시 위의 볼드처리된 두 질문을 보고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면서 화가 나는 중개인분이 계신가요?
놀랍게도 저의 중개인은 그랬습니다.
일요일이라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불꺼진 사무실에서 마주보고 앉아있던 중년남성이 갑자기 흥분하며 자리를 옮기더니 내 옆에 바로 앉아 소리를 지르는데 심장이 내려앉게 무서웠다. 어떻게 해도 진정은 되지 않았지만,
"선생님, 제 질문이 이렇게까지 화낼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떤 연유에서 그렇게 윽박지르시는 지요? 제가 혼나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거리를 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충 이런 말을 뱉었던 것 같다. 중개인은
"아니 아가씨가 보증보험 질문부터 전혀 상식없는 질문들을 하잖아. 내가 중개인 하면서 그런 질문은 들어본 적이 없어" "보증금 못 받는게 무서우면 내가 아가씨 집주인한테 전화를 대신 해주겠다고 했는데도 그걸 거절하고 말이야"
등등의 이상하고 방어적인 대답들을 하는데 다 들어보니 대략
"내가 기껏 너를 생각해서 제안한 것들을 젊은 여자인 너가 모두 거절해서 나의 무능이 만천하에 들어나게 생겼으니 짜증이 난다. 내 화를 받아라" 정도가 저 윽박지름의 골자인 것 같았다.
화룡정점으로 나의 버튼을 누른 것은 "임차인께 화를 낸 건 죄송하지만, 제 성격에 임대인이 비슷한 질문을 했어도 임차인분께 했던 것처럼 화를 냈을 것입니다."라는 중개인의 마지막 말이었다.
구집인생 삼십년, 이토록 기만적인 언사를 본 적이 없다.
저기요 중개인 선생님,
제가 15억 아파트를 매매하는 임대인이었어도,
마동석처럼 무섭게 생겨서 온 몸에 문신한 중년남성이었어도
똑같이 저한테 소리치며 위협하셨겠어요?
뭐 근데 가진 거 없는 젊은 여자가 그 자리에서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눈물이나 글썽이다 왔다는 것이 오늘날까지 베이비 카나리아가 집이 없는 이유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