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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스 Mar 31. 2020

의지력이 약한 나를 위한 변명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2020년 1월 1일, 새해가 지난지도 벌써 3달이 되어갑니다. 다들 새해가 되면 한해의 목표를 세우고 이전과는 달라진 내가 될 것을 다짐하곤 하는데요, 지금까지 얼마나 잘 지키고 계신가요. 아마 대부분은 작심삼일로 마무리 됐을 것입니다. 새해다짐 뿐일까요. 저는 종종 꼼수를 부립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다음 달부터는’ 하고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죠. 그래서 다음 주가 되면, 수요일쯤 되서 계획을 망칩니다. ‘내일의 나는 다르다’는 환상에 기꺼이 속아 넘어가 주어서 그런 거죠. 이번 주에 안 지켰는데 다음 주라고 지킬까요.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와 동일합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 것은 아닌가 봅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고작 8%라고 하네요. 92%는 저의 동지들인 셈이죠. 우리의 계획은 왜 항상 실패하고 마는 것일까요?

     

의지력의 문제?!     

사람들은 여기서 의지력 카드를 꺼내듭니다. 의지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죠.

흔히들 습관은 의지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의지력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우리의 노력으로 키울 수 있는 걸까요, 아니면 강한 사람, 약한 사람 따로 있어서 안 되는 사람은 계속 안 되는 걸까요?

     

책에 따르면, 의지력은 노력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불안과 자기 부정의 감정이 의지력을 약화시킵니다. 다이어트를 결심했는데 아침부터 빵을 먹어 버리면 “에이 오늘은 망했다.” 하고 그 날 하루 종일 더 많이 먹고, 운동도 안 하는 것이지요. 이렇듯 내가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불안과 후회의 부정적 감정을 안기고, 그런 감정이 우리의 의지력을 떨어뜨립니다. 사람들은 흔히 의지력은 많이 쓰면 쓸수록 소모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기에 성공하면 스스로에게 뿌듯해 다음 일들도 더 잘 지키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지켰다는 뿌듯함, 자기 긍정감이 오히려 의지력을 키워줍니다. 한마디로 즐거울수록 우리는 더 오래할 수 있습니다.

     

보상과 벌칙에 달려있다.     

사실 모든 것은 보상과 벌칙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보상이 온다면 그 행위를 계속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눈앞에 있는 보상과 나중에 얻는 보상이 모순된다는 것이겠죠. 아주 공감이 갔던 부분입니다. 과자가 먹고 싶은 저는 지금 당장 과자를 먹으면 행복하겠지만, 과자를 안 먹으면 살을 뺄 수 있습니다. 눈앞의 보상과 나중의 보상은 이렇게나 모순됩니다.

     

심지어 눈앞의 보상에만 급급하게 살아가면, 즉 과자를 먹고 싶은 대로 다 먹으면 살이 찐다는 벌을 받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종종 이 모순 사이에서 지고 맙니다. 저자는 쌍곡형 할인으로 이 현상을 설명합니다.

    

눈앞의 보상을 과대평가하고, 나중에 받을 보상이나 벌칙을 과소평가하는 성질을 쌍곡형 할인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컴퓨터처럼 합리적으로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    
  

또 보상이 너무 멀리 있으면 오늘 행동하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오늘 피자를 참는다고, 내일 살이 1kg 빠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의지력의 실마리 중 하나는 앞서 보았듯 감정입니다. 우리는 즐거우면 좀 더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그냥 하는 것입니다. 의식을 불러내지 않고 그냥 하는 것이 바로 습관입니다.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은 의식을 불러냅니다. 그리고 의식이 관여할수록 우리는 피곤합니다. 사실 우리의 행동 중에는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많은데요, 우리의 모든 행위에 의식이 관여한다면,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습관은 생각없이 하는 것     

우리는 성공한 프로 선수들을 보며 그들의 의지력에 감탄하곤 합니다. 김연아는 연습할 때 무슨 생각을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그냥 하는 거라고 답했습니다.  


습관이란 생각하지 않고 하는 행동입니다. 프로는 그냥 그 시간이 되면 일에 착수하는 사람입니다. 의욕이 생겨야만 일을 시작할 수 있고,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어야만 일을 시작하겠다는 것은 핑계입니다. 일단 그냥 하는 겁니다. 사람들은 흔히 의욕이 없어서 못했다고 하지만, 순서를 바꾸어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일단 움직여야 의욕이 생기는 것입니다. 몸을 움직이면 기분도 조율됩니다. 사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 감정, 기분은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여성학자 정희진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 있는데 바로 Mindful Body입니다. 몸에 해당하는 영어는 body가 아닙니다. body는 시체, 몸통이죠. 살아있는 우리의 몸, 총체적인 우리의 몸은 영어로 Mindful Body입니다. 그러니 무기력한 사람이 몸을 안 움직이려 하는 것도 이치에 맞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몸을 움직이면 기분이 나아진다는 것도 진실이지요.

정말 창조적인 사람들이 일하는 습관은 극히 평범하다. -존 아담스-

처음 습관을 들일 때 의지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단 그냥 몸을 움직여 보세요, 또 아주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이것만 해도 성공이다' 라고 생각해보세요.  자기 긍정감이 올라가면 습관을 만들기조금은 쉬워집니다.

저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자체가 안되서 일어나서 뭘하든 일단 일어나면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습관세우기의 키포인트는 감정과 보상니다. 작은 목표를  지킴으로써 자기긍정감을 선물해주고, 내가 지켰다는 사실 자체를 보상으로 여기며 '조금씩 꾸준히' 가 보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가끔은 눈에 띄는 보상도 오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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