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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스 Mar 27. 2020

<최강의 식사> 우리가 먹어야 할 음식

저는 나에게 들어간 것이 나를 만든다는 생각을 신봉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그렇습니다. 음식이든, 말이든, 글이든, 그것들이 내 장기로 들어갔든, 머리로 들어갔든, 마음? 그 알 수 없는 기관으로 들어갔든, 내게 들어간 것이 나를 만들죠.      


이는 단순히 음식은 신체에 영향을 주고 말과 글은 생각과 정신에 영향을 준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나라는 것에서 ‘나’는 내 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음식은 내 모든 것, 나 그 자체에 영향을 줍니다. 몸과 마음이란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과 글에 둘러 쌓여 있느냐도 정신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그 자체, 총체적인 나에게 영향을 줍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효율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강조 또 강조합니다.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해야 한다면 질 좋은 식재료의 중요성이 되겠네요.     


그렇다고 책이 ‘질 좋은 식품을 먹읍시다.’라는 뻔한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그 비율은 어떠해야 되는지, 왜 이 음식은 좋지 않은지 등을 아주 자세히, 과학적 연구와 실험, 수치와 데이터, 방대한 영양학적 지식에 근거해서 설명해줍니다. 음식과 영양, 그를 통한 건강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일반적인 통념과 정반대 되는 영양학적 사실들이 꽤나 많다는 점에서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이 대중화되면서 건강과 관련된 과거의 통념 중에선 우리가 이미 진실을 알고 있는 통념들도 많습니다. 가령,

살을 빼려면 지방을 적게 먹어야 한다.

과일은 건강에 좋으니 많이 먹어도 된다.

우유는 완전식품이다.  입니다.


이런 것들은 한물간 통념이 되어 건강이나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그것이 사실이 아니란 것을 알지요. (사실 위 주제에 대해서도 상반되는 이야기가 많아서 결국 본인이 자기 몸에 맞게 판단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지방은 사실 나쁜 놈이 아니라는 것, 과일도 당이 많아서 우리가 예찬할 만큼의 건강식품은 아니라는 것, 우유가 좋지만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책에는 이 외에도 제가 잘못 알고 있던 식품과 영양에 대한 정보들이 많습니다.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고 적용해서 실제 건강에 효과를 본 것들도 있지요.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 유명세를 탔던 ‘방탄커피’의 창시자입니다. 방탄커피란 버터를 넣은 커피를 말하며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각광받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끈 적이 있었죠.     


방탄커피 레시피

양질의 커피콩으로 진하게 내린 따끈따끈한 커피 1잔

목초를 먹인 소의 우유로 만든 무염버터 1큰술

MCT 오일 또는 코코넛 오일 1큰술.     


저자가 소개한 방탄커피 레시피입니다. 저는 약 한 달간 실천해 보았는데 사실 저자의 말처럼 그리 간단하진 않았습니다.....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바로 ‘질이 좋은’ 이기 때문이죠. 들어가는 재료는 그냥 커피, 버터, 오일이 아니라 질 좋은 커피, 질 좋은 버터, 질 좋은 오일이어야 하고 그것이 핵심입니다.     


어쨌든 저자는 7년 넘게 방탄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이 방탄커피가 뇌를 부활시키고, 음식을 향한 갈망에서 해방시켜 주었다고 하네요.     


식품과 영양, 건강에 관한 정보들에는 사실 대립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우리는 어쩌라는 건가 싶지요. 저는 이제 우유를 마시지 않지만 부모님은 일부러 우유를 챙겨 마십니다. 하루 우유 한잔이 건강을 만든다고 예찬하는 책도 있고, 우유는 마셔도 안 마셔도 그만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나쁘다는 책도 있지요.     


또 과일에 대해서도 의견은 분분합니다. 과일은 당 덩어리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안 좋다 라는 의견도 있고, 과일은 천연당이고, 무기질 섬유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마음껏 먹어도 좋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해주는 사실들이 신뢰가 가는 이유는 이 책은 저자가 자기 몸을 대상으로 자가 실험을 한 결과를 바탕으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돈이 많은 사업가라 자기 몸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음식을 먹고 나서 몸이 어떻게 변했는지 바이오 수치들을(부신 에스트로겐 등 각종 호르몬, 혈소판 수치 등) 측정해보는 식이죠.     


이를 바이오 해킹이라 하는데, 바이오 해킹과 더불어 수많은 의학, 영양학, 뇌과학 전문가에게 조언을 듣고 함께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나온 결과가 바로 책 제목에서 가리키는 최강의 식사법입니다. 저자가 자주 쓰는 말로는 ‘완전무결의 식사’입니다 저자는 이 자가 실험을 위해 자비로 7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억 원)을 쏟았다고 합니다. 물론 아무 동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구요, 140kg에 달하는 몸, 이러다가 곧 죽는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시작된 프로젝트이지요.     


식재료와 각 재료의 영양학적 가치 등의 정보를 얻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 책이지만, 저자가 말하는 완전무결 식사를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 에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일단 그는 돈이 많아서 좋은 식재료를 구하고, 요리를 하는데 사람을 쓸 수 있었겠지만 (영양학자, 의사들을 고용해서 자기 몸을 측정할 만큼 부자니까요), 퇴근하고 오면 녹초가 되는 제가 여기에 그만한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쏟기는 힘들었습니다.     


일단 질 좋은 식재료가 완전무결 식단의 핵심인데 생각보다 질 좋은 식재료를 구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냉장고에 항상 풀을 먹은 소고기나 돼지고기, 방목한 닭이 낳은 유정란이 들어있지는 않으니까요. 처음 이 책을 읽고 고무되었을 때 완전무결한 식단을 지키려 애를 써보았는데 그것 자체가 또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저자는 미국인입니다. 서구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와 한국에 사는 우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와는 차이가 있지요. 커피와 버터, 오일을 사는데도 여기저기 검색을 하느라 시간이 꽤나 들었고, 해외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매우 추천하고 싶습니다. 식재료와 영양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유용한 영양 상식들을 얻을 수 있거든요. 여기서 얻은 모든 정보들을 다 적용하며 살 수는 없지만, 잘못된 정보를 올바르게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 건강과 관련된 문제니까요. 시중에 쏟아지는 건강상식들을 믿어도 좋을지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유용한 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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