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스 Mar 21. 2020

영화 I feel pretty

꼭 예뻐져야만 할까요?

2018년 개봉. 감독 에비콘. 주연: 에이미 슈머

아이 필 프리티는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해 도브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한 마디로 '너는 네 모습 그대로 아름다워. 그러니 자신을 가지렴.'이라고 말해주는 영화죠.    

 

우리나라에서 비누로 유명한 그 회사는 리얼뷰티 캠페인으로 한 때 엄청난 주목을 받았습니다.

1. Real beauty sketch 당신은 당신이 보는 것보다 아름답습니다.

왼쪽은 내가 묘사한 나, 오른쪽은 타인이 묘사한 나

-자신이 보는 자신의 모습과 타인이 보고 그린 나를 비교하여 보여줌으로써 내가 본 나보다 타인이 본 나의 외모가 더 예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 Choose beautiful! 아름다움을 선택하세요

둘 중에 하나의 문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당신의 외모는 평균 이상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아름답다/보통이다 선택하도록 합니다. 캠페인 후 아름답다 문으로 들어간 여성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성들은 '아름답다'문으로 들어간 뒤 아래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합니다.

리얼 뷰티 캠페인


3. speak beautiful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것만 말해주세요

-팻토크, 몸의 단점을 주로 말하는 보디 토크를 멈추고, 당신의 몸 중에서 아름다운 부분들만 말하자는 내용입니다.     


이처럼 도브는 기존의 미디어가 여성의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여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일관된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네가 어떤 모습이든 (나이 든 몸이든, 곱슬머리든, 뚱뚱하든) 너는 아름답다는 것이죠. 이 영화에서 주고 싶은 메시지는 도브 캠페인의 메시지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저는 이런 접근법, 이런 위로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미묘하게 느껴지는 찝찝함이 있습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러한데, 첫째 왜 굳이 예쁘다고 해야 할까에 대한 의문이 있고, 둘째 아름다움을 꼭 가져야 할 가치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 그렇습니다. 아름다운 부분을 찾아서 말하는 것보다 그냥 보디토크를 안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아름답다고 말해주기 위해 안달복달할 필요가 있나 싶은 것입니다.     


주인공 르네는 통통한 몸매를 가진, 그래서 대다수의 여성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는 평범한 여성입니다. “내가 예쁘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내가 예뻤다면 내 인생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는 평범한 여성들 말입니다.     


그 생각에 매몰되어 살진 않더라도 한 번쯤은,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종종, 예뻐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 여성이라면 이 영화를 보며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외모로 인해 떨어진 자존감도 조금은 올라갈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나는 겉모습이 어떠하든 아름다운 존재니까요. 그런데 이런 위로가 잠시 잠깐의 기분전환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한나는 전신성형수술과 다이어트로 절세 미녀 제니가 된 후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존감이 생긴 후 비로소, 과거 뚱뚱하고 못생긴 자신의 모습도 그대로 받아들이며 진짜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걸로 나오죠.     

영화 미녀는 괴로워


이 영화가 미녀와 괴로워와 다른 것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르네는 자신이 예뻐졌다고 느낄 뿐이라는 것입니다. (I feel pretty) 한나는 진짜 외모가 변했지만, 르네는 같은 외모인데 영화 설정 상 잠시 뇌의 이상으로 자기가 엄청난 미녀가 되었다고 착각하는 중입니다.  

어쨌거나 착각에 빠진 이후 르네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감탄하여 자신감 만빵이 됩니다. 원래 활발하고 표현하길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외모가 장벽이 되어 자신을 드러내지 못했던 그녀는 쭉쭉빵빵 미녀가 된 후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며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매사 자신감이 넘칩니다. 결국 회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남자 친구도 생기게 되죠.      


중간에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르네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닫고 자신의 통통한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인 채,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걸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물론 사랑도 성공도 거머쥐었어요.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인 여성은 그런 보상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이 영화는 여성들의 힐링 영화로 주로 소개되는 것 같습니다. ‘겉모습이 다가 아니야, 너는 네 모습 그대로 아름다워. 네 모습 그대로에 만족하고 자신감을 가져. 진짜 아름다움은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니까.’ 영화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성이 자존감을 얻는 것은 왜 외모로부터 비롯되어야 할까요? 자신 감 없이 살던 여성이 자신감을 되찾게 된 계기가 외모의 변화에서 와야만 서사에 개연성이 있게 되는 걸까요? 지금의 현실 상 그런 것 같기는 합니다. 못생긴 여자가 예뻐진 후 자존감을 되찾아 외모와 상관없이 자신 있게 삶을 사는 서사는 크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남자가 못생겨서 고민하다가  잘생겨진 후 자존감을 되찾는 서사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남자는 자신의 일을 통해 자신을 드러냅니다.


반면에 여성이 외모를 통해 자존감을 찾는 서사는 종종 보이는데, 이는 현실 고증이면서, 반복을 통한 의도치 않는 강화 효과가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잠시 잠깐 위로를 얻지만, 어쨌든 외모 변화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르네는 진짜 몸이 변한 것은 아니었지만, 착각이든 뭐든, 자신이 예뻐졌다고 생각한 후에야 당당해질 수 있었습니다. 결국 나중엔 ‘내 몸이 실제로 변하지 않았는데도 성공도 사랑도 나에게 올 수 있구나.’ 깨달았다지만, 자신이 예뻐 보이는 뇌의 이상이 없었다면, 르네는 계속 자신감 없는 삶을 살아야 했던 것일까요?    


진정한 자존감은 당신의 능력, 성격, 인간관계, 자신감에서 온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은 알겠고, 그래서 얻는 위로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영화는 종종 현실을 고증하지만, 우리는 현실이 다 영화 같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기분풀이 영화가 꼭 그렇게 엄격하게 현실을 반영해서 기분을 잡쳐놔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사실 연상연하가 나오는 로맨스 드라마의 광팬인데(로맨스는 별책부록 같은) 현실과 상관없이 그냥 보는 동안이라도 즐겁고 싶어서 즐겨 봅니다. 이 영화는 그런 마음으로 가볍게 기분전환 삼기에 좋은 영화입니다.


다만 아름다움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지속적인 위로가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워요.” 보다,

“아름답지 않아도 괜찮아요.” 가 낫지 않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ALL ABOUT LOVE] 벨훅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