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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스 May 01. 2020

4시간만 일하고 살 수 있을까?

나는 4시간만 일한다_팀 패리스

이 책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일하는 시간에 관한 책이다. 저자4시간만 일한다고 제목부터 밝혀놓았으니, 우리는 4시간만 일하고도 먹고살 수 있는 어떤 비결이 있나 보다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이 맞다. 다만 저자가 나의 예상을 깼던 것은 그 4시간이 하루에 4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4시간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 저자는 하루에 4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하고도 살 수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하루에 4시간만 일하고 살 수 있다면 그것도 행복할 텐데.


사람들은 자기 계발서를 읽고, 어떤 책은 유용하다고 느끼고 어떤 책은 누구나 다 아는 소리 한다고 생각한다. 유용하다고 느껴지는 책들의 특징은  저자가 자기만의 비법을 말해준다는 데 있다. 이 책도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저자만의  비결과  성공 경험을 담고 있다.


그러나 유용함을 느끼는 데는 한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한데 바로 저자와 나의 상황이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문제를 겪었을 테고, 그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자신의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읽는 나의 상황이 저자와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저자의 팁은 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유난히 그런 성격이 강하다. 얼마 전에 읽은 습관 형성에 관한 책은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우리 모두 하나쯤은 바꾸고 싶은 습관이 있고, 잘 안되어서 좌절해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 책은 읽어서 도움이 될 독자층이 한정적인 편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나는 해당되는 독자층이 다...


일단  저자가 4시간만 일하고도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까지 그는 절대 4시간만 일하지 않았을 것이.  물론 그는 책에서 자기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사실 엄청 치열하게 살았다거나 그런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는 그저 나의 짐작일 뿐이지만,  어떤 일이든 성공하려면 주당 4시간 일해서는 될 턱이 없다는 사실에 기반한 합리적인 짐작이다.


그러니 우리가 책을 읽고 얻고자 해야 할 것은 "4시간만 일해도 되는 시스템을 어떻게 갖출 수 있는가?"이지 "지금 당장 4시간만 일하고 살 수 있구나"는 아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내가 일하지 않아도 돈이 벌리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당신은 그것이 잘 돌아가도록 관리를 해주면 된다.      


저자는 자질구레한 일은 아웃소싱을 맡기고 자신은 중요한 부분만 개입하고 관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알아서 잘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저자는 직원들에게 핵심적인 지시를 하고, 그 지시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내려서 자신에게 다시 질문이 오지 않도록 한다.


이것이 포인트다. 시스템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그것이 자꾸 나를 귀찮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시스템 구축의 목적은 일에 얽매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각자의 소중한 주말과 저녁, 그리고 크게 보아 인생을, 그저 일에만 너무 많이 쏟으면 안 되니까 말이다.


저자와 나는 처한 상황 다르지만, 인생과 일에 대한  관점과 태도는 슷한 점이 있는듯했다.  는 사장님은 아니었지만 공감할 수 있는 것도 몇 가지 있었다.

    

일례로 저자는 휴일에 메일을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조언한다. 괜히 열어보았다가 처리하지도 못하면서 그저 주말 불편한 마음으로 망쳐버리니까 말이다.


나는 작년에 퇴근 , 또 주말에도 전화를 거는 학부모 때문에 내 저녁과 주말을 망쳐버린 경험이 여러 번 있었. 지금도 나는  학부모의 상식만을 탓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시스템을 잘못 구축한 내 탓도 조금 인정하기로 다. 저녁에 전화를 받아주었더니 자기가 필요하면 전화를 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이다.


결국 나는 학부모용 폰을 한 대 더 구입해서 퇴근할 때 그 폰을 학교에 두고 갔다. 한 대의 폰으로 퇴근 이후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전. 혀. 도움이 안 된다. 내가 전화를 안 받더라도 ‘대체 이 학부모가 왜 전화를 했는지’ 마음이 불편하여 주말을 망기 때문이다. 그 후 내가 퇴근시간 이후에는 전화를 안 받는다는 것이 알아서 퍼지자  학부모는 드디어 녁에 전화를 안 하게 되었다.

어쨌든 나는  일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만이라도  일에서는 손을 떼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시 한번 다짐다. 팀 패리스처럼 주당 4시간만 일하지는 못하더라도 말이다.




이 책에 가장 적절한 독자층은 자신이 사장인 사업가이다. 4시간만 일하기의 핵심이 원격근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꾸만 직장인도 가능하다고 말해주지만 내가 볼 때 어렵다. 특히 한국에서는.


자기 계발서의 특징 중 하나는 저자들이 자꾸만 자기의 방법이 정말 쉽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아주 익숙한 멘트가 아닐 수 없는데 내가 이 멘트를 가장 많이 본 곳바로 다이어트 책에서다. 나는 건강서적들을 많이 읽었는데 저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방법이 정말 쉽고 간단하게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다. 그러나 단 하나도 쉬운 것은 없었으며, 나는 이때까지 저자들이 알려준 방법으로 살을 빼본 적이 없다. 내가 이제껏 살면서 얻은 단 하나의 교훈은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저자의 핵심 메시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시간과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일하는 것,

2.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남은 시간은 원하는 것을 하며 사는 것.

3. 거기에 생각보다 돈은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물가 차이를 이용해 미국에서 돈을 벌어 물가가 싼 나라에 가서 즐기면 적은 돈으로 꽤나 재밌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직장인도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자신의 조언을 받아들인 A가 재택근무를 얻어낸 과정을 풀어낸다. 그러나 A는 이미 회사에서 부장, 과장 정도의 자리는 차지한 사람이고, 능력도 증명된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런 협상을 제안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도 말한다. 당신이 능력 있다고 인정받는다면 회사에서 당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그러니 우리가 먼저 갖춰야 할 것은 회사원이라면 능력이고, 아니면 자신이 사업가 되는 것이다. 또 사업가라면 좋은 아이템을 찾기만 하면 된다. 찾기만 하면 제조와 판매 유통 등은 저자가 조언해준 팁을 참고하여 시스템을 갖추어 아웃소싱을 맡길 수 있으니 간단하다고 한다.


또 참 쉽죠? 가 생각난다.

사업 아이템을 찾는 것은 무지 어려운 일이며, 알아서 돌아가게 만드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시스템을 갖추려면 주당 4시간이 아니라 하루에 4시간도 택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4시간만 일해도 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열심히 치열하게 일을 해야 하는 거군.”


이 책을 읽고 난 나의 소감이다. 책을 읽고 나는 진심으로 새로운 소원이 생겼는데, 바로 이 책의 적절한 독자층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뤄 놓은 게  좀 있으면서, 앞으로의 삶의 방향이 고민되는 사람에게 이 책  도움이 될 것다. 나는 이뤄놓은 것은 없지만, 앞으로의 삶의 방향은 고민되던 사람이어서 약간의 도움을 얻었다.


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일을 많이 하며 살고 있는지,

더 많은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언제까지 그렇게 살 것인지 등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됐다.

'죽을 때까지 9 TO 6하며 살 수는 없지 않으냐'는 저자의 질문에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실용적인 부분보다 삶의 방향에 대한 것이다.  정신없이 일에 치여 살다 보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사는 건가?’라는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다. 누군가 삶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한번  툭 쳐준 느낌이. 언젠가 4시간만 일하고 살 수 있는 가 오길 기대하며 일단 지금은 열심히 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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