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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스 Oct 27. 2022

프롤로그_다이어트를 그만두었다.

다이어트로 우울한 당신에게

내 나이 33세. 나는 다이어트를 완전히 그만두었다. 나는 18살 때부터 다이어트를 했고 33살에 마침내 다이어트를 그만두었다. 15년간의 다이어트는 이제 막을 내렸고 이제 그 후로 2년 반이 지났다.


지금의 내 일상은 다이어트로 가득 차 있던 예전과 다르다. 아마 남들보기에는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오직 나만이 아는 내 일상, 늘 나와 함께 하는 내 마음은 180도 바뀌었다. 다이어트를 그만둔 후의 일상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나는 식욕으로부터, 날씬함에 대한 과도한 열망으로부터 해방됐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싶었다. 특히 외모강박, 살 강박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당신이 그것을 정말로 버릴 수 있게 된다면 새로운 삶이 열릴 것이라고.


24시간 다이어트와 함께 하는 삶, 살에 대한 지나친 강박과 함께하는 삶은 절대 행복할 수 없다. 그러면서 동시에 다이어트를 그만둘 수도 없는 그 마음과, 두려움을 나는 안다. 누구보다 잘 안다.


이것은 15년동안 각종 다이어트와 시술, 수술을 받으며 몸에 집착하고, 이제는 벗어난 나의 이야기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당신도 그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나도 아가리 다이어터였다.

입으로만 살빼야 한다고 말하면서 결국 다 먹고,

먹다 못해 폭식하고,

폭식한 후 자책하고,

자책하니 심리 조절이 안되어 더 폭식하고,

내일부터라고 말하고,

그럼 오늘까지는! 이라 말하며 하루 더 먹는.

그러고는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하는 날 아침이면 벌써 스트레스 받는 그런 다이어터 말이다. 즉 스트레스란 스트레스는 다 받으면서 실제 살을 빼는 행위는 별로 안하는게 아가리 다이어트의 참 뜻이라 할 수 있겠다.

진짜 이렇게 살도 못뺄거면 스트레스라도 안 받아야 억울하지나 않겠다.


그렇게 나는 1~2주 정도 폭식을 한 후에 진짜 안되겠다 싶어서 다이어트를 시작하곤 했다. 칼로리를 제한하고 운동시간을 정했다. 1200칼로리를 먹고 운동으로 300정도 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당시 나는 이게 건강한 습관이라고 생각했다.

ㅡ난 다이어트를 하려는게 아니야. 건강한 습관을 정착시키려는거야!


뻥이었다. 사실 난 건강은 어찌됐건 살빠지는 것에관심있었으니까.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

나는 내가 다이어트 해야돼 라고 맘먹으면 스트레스로 폭식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명분을 내세웠다. 바로 건강! 얼마나 좋은 명분인가. 그러나 난 사실 건강한 습관 따위엔 전혀 관심이 다. 당시엔 이런 내면의 속임조차 인지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 '건강한 습관' 실천한지 보통 이틀만에 우울해졌다. 보통 삼일째면 내가 정한 칼로리를 초과하였고 스트레스와 함께 꾸역꾸역 다이어트는 지속되었다.  지켰다 못 지켰다 하는 날은 반복되었다. 나는 과식했고, 절식했고, 폭식했고, 절식했다. 보통인 나날들도 사이사이에 끼어 있었다. 15년간 인생은 이것의 반복이었다.


문제는 이것이다. 그 어떤 기간에도 내가 불행했다는 것. 맘껏 먹었던 기간이든, 절식을 하는 기간이든, 보통이었던 기간이든 언제고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언제나 살에 얽매여 있었다.


그러다 이 불행한 행위의 절정은 20대 후반부터 본격화되었다. 나는 나만의 규칙을 만들어갔고 이것은 점점 공고해졌다. 좋게 말하면 나의 '건강한 습관'은 완성형이 되어 가고 있었다.

-힘든 다이어트는 안된다. 지속할 수 있는 다이어트를 하자. 지속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자.


그 계획이라는 것은 하루에 1400kcal를 먹고  300kcal정도 운동하자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지키기도 그닥 어렵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으며, 이건 내 건강에도 도움되는 일이라고 믿었다. 역시 거짓말이었다. 나는 건강에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진짜 건강때문에 다이어트 하는지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당시 나의 규칙은 대강 이러하였다.

나는 아침 출근 전 공복운동으로 200kcal 정도를 소모한다. 아침은 200, 점심은 600, 저녁은 600kcal를 먹는다. 점심때 밥(쌀)을 먹지 않는다. 고기와 나물반찬 위주로 먹는다. 간식은 먹지 않는다. 퇴근 후엔 하체근력운동을 20분만 한다. (길게하면 힘드니까) 하체비만이므로 꼭 하체스트레칭을 해준다. 이로써 하루 운동은 끝. 저녁약속이 있을 때는 1일1식을 한다. 외식할때 600kcal만 먹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금지음식은 빵 과자 아이스크림 탄산음료이다.


나는 건강한 습관을 빙자한 이 빌어먹을 규칙들을 당연히 지키지 못했다. 일어나서 잘때까지 저 규칙들이 작용하지 않는 순간이 없었다. 일어나자마자 운동해야 했고, 식사 때마다 적게 먹을 궁리를 해야했다. 뜻하지 않게 맛있는 간식들이 생길 때마다 내 머릿 속에선 대전투가 일어났다. 나는 대다수의 인간처럼 의지라곤 없는 평범한 인간이기에 음식과의 싸움에서 항상 대패를 기록했다. 안된다고 할수록 나에겐 강박이 생겼고 이는 금지음식 폭식으로 귀결되곤 했다.


머릿속으로 하루종일 칼로리를 계산했다.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모든 일상과 행위 속에 나의 칼로리 계획이 잠입해 있었다. 그것이 진저리나도록 싫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춤을 멈출  없는 빨간 구두처럼 머릿속 칼로리 계산기는 원치 않아도 돌아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나만 아는 사실이었고, 내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내가 이런 한심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는 인간이지 몰랐다. 겉으로 나는 외모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 나에겐 식이규칙과 운동규칙이 있었고 티를 안내며 이를 실행하고자 애를 썼다. 나는 이런 내가 부끄러웠다.

에너지는 2배가 들었다. 다이어트를 하는데 드는 에너지와 이를 감추는데 드는 에너지.


나는 어느덧 나의 가치를 외모와 동일시하고 있었다.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마르고 싶은 나의 열망은 강렬해지기만 했다. 나는 지쳐 쓰러진 나를 꾸역꾸역 끌고가는 기분이었다.

ㅡ한 번 나를 놓으면 어떻게 될지 몰라. 놓으면 안돼


마름을 향한 나의 열망은 깊은 우울과 일상의 버거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저 망할 규칙들을 버리지 못하게 했다. 지키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느꼈다.

30대 중반의 어느날, 나는 다이어트를 완전히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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