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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7. 2022
다이어트는 어차피 실패한다 2
우리 몸의 항상성
26000개의 다이어트 방법의 존재, 다이어트 성공률 2~5%, 대부분의 다이어터들이 겪어봤던 요요현상. 빠지긴 커녕 점점 뚱뚱해지는 몸. 앞서본 바와 같이 이것들은 다이어트가 어차피 실패한다는 증거들이다. 실패는 성공의 증거보다 많고 확실하다. 이 정도 수치면 우리는 머리로라도 받아들여야한다.
다이어트가 실패하는건 당연하다고.
자신에게 계속 질문해보라. 계속 실패할 것을 하는게 맞는지, 안하는게 맞는지. 어차피 실패할 일인데, 스트레스라도 안 받고 즐겁게 사는게 낫지 않은지. 당신이 아낀 에너지로 당신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은 정말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멈추지 못한다. 나도 이 과정을 반복했다.
“다 때려치우고 싶어!” "때려쳐!" 생각이 든 후에도 다이어트 그만두기는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너무 날씬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만 두라니...
그러면 계속 뚱뚱하게 살란 말인가요?
내 대답은 이제 "그렇습니다" 에 가깝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 중에는 비만이 아닌 사람도 너무 많다.
-그래도 제 몸이 마음에 안드는걸요.
“그래도 그냥 사는게 낫습니다.” 나는 이제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이 왜 그냥 그대로 사는게 나은지를 설명해줄 것이다. 당신은 현재 거울 속 당신의 몸이 마음에 안 듦에도 불구하고 그냥 사는게 낫다. 바로 우리 몸의 항상성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비만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뭐 나오고 있지만 주류는 아니다. 여전히 날씬함은 선망의 대상이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비만이 혐오대상이 되었으니까.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비만은 게으름과 동일시 된다. 또는 의지력이나 절제력이 부족한 사람이 된다.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는 자기관리. 뚱뚱한 사람들은 자기관리를 못하는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는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비만은 우리가 후천적으로 어쩌지 못하는 요인들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니가 날씬한 건 자기관리를 잘해서가 아니라 유전적으로 날씬할 확률이 높아서이다. 아마 선사시대에 태어났으면 이들은 생존에 불리했을 것이지만, 이들은 운좋게 날씬해야 인정받는 시대에 태어났다.
우리 몸은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항상성이란 생명체가 생존에 필요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작은 환경의 변화에도 우리 신체가 급변한다면 우리는 생존하기 힘들 것이다. 춥다고 체온이 그걸 따라 많이 떨어지면 안될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 몸은 외부환경이 변하더라도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체온, 체내 세균 수, 혈압, 혈액 이온 농도 등 우리 신체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서 항상성은 생명력이다. 생명의 근원적인 강력한 힘이다. 이것이 없으면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그리고 안타깝게... 몸무게도 여기 해당된다.
항상성을 몸무게에 적용하자면, 우리 몸무게도 최대한 안 변하려고 한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누군가는 날씬한 상태가 기본셋팅값이고, 누군가는 통통한 상태가 기본셋팅값이다.
왜? 글쎄다. 그건 유전적인 요인이 크니까. 내 광대뼈가 튀어나왔고 치열이 고르지 못하고 피부가 흰편에 악건성이고 상체가 말랐고 하체가 통통한 그것들에 무슨 이유를 찾겠는가. 난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이것이 내 항상성이고, 동양의학적으로 말하자면 그게 내 체질인거다.
내 동생은 상체가 통통하고 하체가 늘씬하며 상체보다 하체가 길다. 나와 반대다. 피부는 약간 까무잡잡하며 건강하고 반질반질하다. 아빠 체질을 닮은 나와 엄마 체질을 닮은 동생은 그냥 어렸을 때부터 달랐다. 우리는 어렸을 때 같은 음식을 먹었고, 다리가 예쁜 동생이 어렸을 적 발레를 한 것도 아니다. 내가 아무리 강하나 하체 스트레칭을 한다해도 나는 동생처럼 늘씬한 다리를 가질 수 없었다. 뭐 억울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상에는 갖지 못해 억울한 것 투성이니까. 지금의 난 이렇게 생각하고 넘긴다.
날씬한가 비만인가, 당신의 몸이 어떤 쪽을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지녔는가는 당신의 통제 바깥에 있다. 유전적 요인, 식욕 호르몬, 장내 미생물 등 다양한 요인이 당신의 몸에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이 다양한 요인들은 서로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한다. 이렇게 내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이 비만에 50%이상의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최근 연구들의 내용이다.
아 물론 당신이 통제가능한 요인도 당신의 몸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이 식이와 운동이다. 이것도 당연히 내 몸에 영향을 끼친다. 정크푸드는 식욕호르몬을 더 자극하고 포만감 호르몬을 감소시킨다. 하지만 그 이전에 내가 식욕 호르몬이 더 많은 체질이라 정크푸드를 더 먹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몸은 복잡하다는 것이다. 하나의 요인, 하나의 기제가 결정짓지 않으며 그 요인들에는 타고난 것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단지 의지와 게으름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식이와 운동은 흔히 사람들이 통제가능한 요인이라 말한다. 그러나 식이와 운동도 정말 내가 통제가능한 요인일까. 가능하긴 한데 지속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면, 성공률이 2~5%라면, 그것이 인간적으로 통제가능하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난 내가 2%는 아닌 것 같다.
식욕이 의지로 통제가능하다는 믿음은 사람들이 실패함에도 계속 다이어트를 시도하게 만든다. 자신을 자책하게 만들고, 타인을 혐오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상심리가 생긴 사람들은 억울하게도 살이 더 찌고 만다. 실제 비만 낙인이 찍힌 사람들이 살이 더 쪄버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리하자면, 자신의 체질을 바꾸기란 매우 쉽지 않다. 정말 정말 쉽지 않다. 항상성이라는 생명의 힘을 이기는 것이 쉽겠는가. 아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로또도 매주 5명씩 당첨자가 나온다. 다만 그 힘든 것을 해내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게다가 실패하면 살이 찔 확률이 더 높아진다. 근데 실패율은 95~98%에 달하고 스트레스는 많이 받고, 정신력도 많이 써야 되며 돈과 건강도 잃는다.
어..그러니까 나는 내 몸이 좀 마음에 안 들더라도 그냥 사는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어트는 투입대비 산출이 낮다. 날씬해지려고 우리가 치르는 대가들은, 잘 보면 엄청 중요한 것들이다. 몸건강, 정신건강, 돈, 자존감.
다이어트에 빠져있는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낮다. 그 사람은 날씬하지 않은 자신은 존중할 수 없을 테니까. 어떤 기준점에 통과해야만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건 외부적으로 프로페셔널로 보일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자기 자신을 쪼그라들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 기준을 통과했을땐 자존감이 높아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못 미쳤을땐 바닥을 친다. 그러니 그건 진짜 높은게 아니고 높아보였던 것일 확률이 크다.
나는 여자들이 다이어트 명언에 감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명언을 비웃었으면 좋겠다. 과거에 다이어트 하면서 내가 제일 새겼던 명언은 이것이다.
태어나서 한번은 원하는 몸으로 살아라.
이제 나는 원하는 몸으로 살려다가 인생이 자꾸 유예되는 거라고 말하련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대로 해야 한다. 살빠지면 공부할거고, 살빠지면 이 옷 살거고, 살빠지면 여행간다고 한다. 심지어 살이 빠지면 운동 하러 나가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냥 해라. 그런 말에 속아 당신의 인생을 유예하지 않길 바란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다른 명언을 찾아보았다. 기가 차면서도 이제 그 명언들에 자극을 받는 대신 반발이 드는 내 자신이 있었다. 나는 그런 현재의 내가 더 마음에 든다.
죽을만큼 운동하고 죽지 않을만큼 먹었다.
간단하다, 그것이 흔들리면 지방이다.
죽지 않을만큼 먹어서까지 날씬해져야 하나. 지방이 좀 있으면 안되나. 나는 이제 이렇게 생각한다.
안타깝고 화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명언들도 있었다.
세상의 변화된 시선과 대우를 꿈꾸어라.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