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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스 Oct 27. 2022

다이어트를 할수록 뚱뚱해지는 사람들

왜 다이어트 하는데 살이 더 찔까?

다이어트를 하면서 점점 뚱뚱해지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몸무게의  베이스라인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이런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아니 상당히 많다.

난 시술을 받으면서 식욕억제제를 먹던 시기에도 지금보다 통통했다. 강박으로 인한 집착은 약효를 능가한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글이 있다. 인터넷에 유명한 3대 폭식 글이 있다. 진짜인지 알 수 없지만 주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디테일이 생생한 글이다. 이것은 그들이 폭식이 터진 날 자기가 먹은 것을 나열한 글이다. 그들이 하루동안 먹은 양을 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다. 누군가는 "저걸 정말 먹을 수 있어?" 라고 하겠지만,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말했듯이 강박은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심리가 몸을 이긴다. 정상적인 마음상태라면 느끼해서든, 더부룩해서든, 배가 불러서든, 먹을 수 없는 양을 심리는 먹게 만든다. 


또 잘 먹는걸로 유명한 모 연예인이 생각난다. A는 원래도 비만이었고 우람한 풍채를 자랑했다. A는 어느날 다이어트를 선언했고 살을 빼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요요루트를 밟았다. 그는 살을 뺐지만 먹을 것에 집착이 생기게 되어 더 폭식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다이어트를 반복했다. 그렇게 절식과 폭식을 반복하면서 몸무게는 100kg을 넘어서게 된다. 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몸무게보다 20-30kg가량 더 찐 것이다. 이제 그의 다이어트 목표는 다이어트를 처음 결심하던 때의 몸무게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게 대체 무슨 헛짓거리인가 하는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다이어트는 심리다.


사실 세상 모든 것은 심리다. 요즘 사람들의 최고의 관심사는 돈이다. 투자의 역사만 봐도 심리가 핵심이다. 무언가 심하게 억제하면 반드시 반대급부가 생기고 우린 안정적인 상태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게 된다. 내 몸을 거스르면서까지 한다. 욕망에 눈이 멀면, 위험에도 불구하고 전재산을 다 들이붓는 것처럼 말이다. 그 당시 그 사람의 눈에 리스크 따윈 안 들어왔을 것이다.


22살. 내가 내 몸에 스트레스를 받을 무렵 나는 자취방에서 몽쉘 12개입 짜리 한통을 한 번에 먹었다. 분명 4개가 넘어가면서 느끼했지만 난 다 먹어야만 했다. 이것을 뭐라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그걸 다 먹어야만 하는 기분이었다. 밥을 먹고 난 후 믹스커피 4개와 네모난 에이스를 한번에 두 곽 비우기도 했다. 식이에 강박이 있는 사람들은 집에 먹을 것이 있으면 일에 집중이 안된다. 나는 피자를 시켜 6조각을 먹고 남은 2조각을 저녁에 먹기로 했지만 남긴 2조각이 계속 신경쓰여 몇시간이 안되어 다 먹어야만 했다. 배가 정말 부른데도, 맛있게 먹을수도 없는데 말이다. 당시 내게 비슷한 일들은 음식 종류를 바꿔가며 빈번했다.


나의 위장과 체질을 고려했을 때 이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먹어선 안된다는 음식들을 정해놓을수록 나는 그 음식에 탐닉하여 몸의 한계를 이겨냈다. 아빠를 닮은 나는 선천적으로 위장이 좋지 않다. 잘 체하고, 엄청 많이 먹을 수 있는 위 크기도 아니다. 그런데 다이어트 강박이 생기면서 나는 점점 더 많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나의 강박은 내 몸의 한계를 이겨내고 위장의 크기를 늘려 나갔다.


그렇게 폭식을 하고 나면 배부름과는 다른 더부룩함이 자책과 함께 찾아왔다. 폭식은 며칠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고 그 후의 순서는 절식이었다. 절식은 다시 폭식을 불렀다. 이것을 반복하면서 몸무게의 베이스라인은 높아진다. 결국 시작도 안하니만 못한 상태가 된다.


이 루트를 반복하면서 우리 몸은 점점 더 살이 찌기는 쉽고, 빼기는 힘든 상태가 된다. 아마 이 말은 많이 들어봤을텐데 내 경험으로도 사실이었다.

이를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그럼 시작도 안하는게 제일 낫다.


다이어트가 얼마나 힘든지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식이를 제한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독하지 않은 나같은 부류는 대개 먹을 것을 못 참고, 참더라도 곧 폭식이 터진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스트레스 받아가며 다이어트를 하는데, 오히려 더 쪄버린다니.

게다가 쪘다 뺐다 반복하면 다음번에 찔 때는 더 많이 찐다니..

그러다 다이어트 시작 전 몸무게가 목표가 되어버린다니..

이렇게 억울한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어차피 못 뺄거 스트레스라도 받지 말아야 하는거다.


현타가 오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나는 목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전의 나는 결과값을 무조건 마른 나로 고정시켜 놓고 나머지를 바꾸려고 했다. 이제 나의 목표는 이것이다. 바로 이렇게는 살지 않는 것. 살에 얽매인 일상은 나를 너무 지치게 했다.


나는 여러번의 시도 끝에, 시간이 걸렸지만 목표에 도달했다. 다이어트를 그만두는데 성공했다. 이제 나는 과거의 나처럼 살고 있지 않다.

해답은 자연스러움이다. 의식하지 않는 것. 바로 자유. 몸으로부터의 자유. 음식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자유를 얻자 역설적으로 살이 빠졌다.


내가 왜 다이어트를 그만두고 도리어 살이 빠졌을까. 이유는 분명히 있다. 나는 예전보다 과자 빵 아이스크림 달달한 커피를 훨씬 덜 먹고, 폭식은 아예하지 않으며 과식은 가끔하기 때문이다. 즉 살찌는 음식을 덜 먹어서 살이 빠진게 맞다. 과자 빵 피자 치킨 떡볶이는 살이 잘 찌는 음식이 분명하고 나는 예전보다 그것들은 적게 먹고 있기 때문이다.


근데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

다이어트를 그만두 후, 그런데 진심으로 그만둔 후, 나는 점차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날마다의 나는 변하는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꾸준히 한다면, 몇 개월 년 후의 나는 엄청 변해있듯이 말이다. 마치 손톱자라듯이, 오랜만에 본 조카의 키가 커져있듯이 내 식습관은 조금씩 저절로 변해갔던 것이다.


다이어트를 그만둔 후 나는 밥을 잘 먹었다. 밥을 한공기씩 먹고, 음식종류도 양도 딱히 제한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내가 폭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언제든 먹을 수 있어서일까 나는 적당히 먹게 되었다. 밥을 잘 먹으니 확실히 간식을 덜 먹게 되었다. 버터와 설탕이 들어간 간식보다는 쌀과 물로만 지은 밥이 훨씬 건강하다.


따라서 내게 마음껏 먹고도 살이 안쪘다는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나는 식이제한을 한 적이 없으니 마음껏 먹은 것이 맞다. 원하는대로 먹었다. 그러나 그 마음껏이 엄청난 양은 아니었으니 누군가가 보기엔 마음껏 먹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태라면 우리는 그런 음식들을 그렇게까지 집착적으로 먹지 않게 된다. 물론 전제가 있다. 내 마음이 어딘가 고장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강박상태는 고장난 상태다.


생각해보면 이는 예전에 내가 그렇게 원했던 식습관이다. 과자 빵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기. 먹더라도 많이 먹지 않기. 아무리 애써도 죽어도 가질 수 없던 습관을 어느샌가 갖게 되었다.


먹지 말아야할 목록들이 있는 것이 당신을 망친다. 먹지 말아야 한다고 의식한 순간부터 당신은 그것들을 의식하게 될 것이니까. 그걸 의지로 참는 것을 불가능하다. 여기서 불가능은 지속성을 포함한 개념이다. 당신은 몇번 참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평생 참을 수는 없다.


우리는 흔히 스트레스 받으면 먹는걸로 푼다고 한다. 그것만 보더라도 심리상태는 먹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심리를 고려하지 않은 다이어트는 반드시 실패한다. 그리고 ‘먹지 말자.’ ‘조금만 먹자.’라고 정하는 규칙들은 당신의 심리를 흔든다. 규칙이 약한 사람은 약간만 흔들릴 것이고 규칙이 강한 사람일수록 세게 흔들릴 것이다. 규칙이 강한 이유는 욕망이 강해서다. 날씬해지고 싶은 욕망이 너무 강하고 외모가 최우선 1순위일수록 그렇다.


당신은 욕망을 다루는 법을 익혀야하며 솔직히 이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100점이 아니라 30점 40점 60점으로 점점 잘하게 될 수 있다. 어차피 완벽은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욕망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내 의지로, 나만 참으면! 이 들어가는 방식은 그만두자.

이유는 하나. 어차피 그 방법은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할 때 계속 실패하는데도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멍청하다고 한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몇 년간, 십수년간 다이어트를 했는데 실패했다면 그 방법은 틀린 것이다. 이제 인정할 때도 되었다.


당신은 아직도 당신의 의지를 믿을 수도 있다. 그러면 더 해보아도 좋다. 하지만 미련을 버릴 것을 권장한다. 내 의지로, 나만 잘 지키면 이 들어가는 방식은 그게 뭐가됐든 실패한다.

-정말로 좋은 다이어트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글쎄…구체적인 방법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다이어트 방법은 다 그게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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