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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스 Nov 20. 2022

히틀러도 천국에 갔대

신과 나눈 이야기

한 때 나는 교회에 열심히 다녔다. 왔다갔다만 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나는 신의 존재와 신의 뜻, 또 이 세계의 상관성이 궁금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 때 라는데서 알 수 있듯 나는 그 신이 결국 믿어지지 않았다. 가장 큰 의구심은 신의 전지전능함에서 비롯되었다. 신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전지전능인데 이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고서는 신의 전지전능 따위를 체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유명한 에피쿠로스의 신의 역설이 있다.


간결하고 딱 맞아 떨어지는 논리다. 그러나 쉬운 답에는 항상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게 내 지론. 내가 살면서 깨달은  중요한 것 하나는 복잡한  쉽게 말하는 것들이란 대개 함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복잡하다. 나같은 우주먼지조차 입체적이고 복잡한 존재라서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기 때문이다. 내가 한 말과 행동, 선택들, 누군가 0.1제곱센티의 단면만 보고 나를 단정짓는다면, 나는 충분히 또라이나 부도덕한 인간, 멍청이, 한심한 인간이 될 것이다.


무신론에 대응하는 유신론의 논리도 있다. 그  논리는 만병통치약이다. 

암도 낫는 약


성경에는 모든 것이 합해 선을 이룬다는 만병통치약이 있다. 즉 어떤 것이 비극처럼 보일지라도 긴 시공간의 큰 그림 안에서는 선으로 작용한다는 논리다. 라이프니츠 역시 개별적 악도 존재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바로 더 큰 선을 위해서.


그러나 이 만병통치약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된다. (그래서 만병통치약인 것이지만.) 어떤 비극을 가져와도 한낱 인간은 알 수 없는 신의 뜻이라고 하면 되기 때문이다. 우주의 시간으로 한낱 눈 깜짝할새도 못살고 죽는 닝겐 따위가 어찌 신의 큰 뜻, 큰 그림을 알겠사옵니까. 머리를 조아릴 뿐이다.

이 만병통치약도 당연히 찝찝하다. 이 또한 답은 간단명료하니까. 게다가 만병통치약을 파는 사람은 보통 사기꾼이 아닌가. 


나는 단순한 논리들이 싫다. 세상에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없는데, 그럴 수 있다고 여겨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순한게 진리라고 목청을 높인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논리가 늘 역시적으로 무엇을 옹호했는지는 뻔하다.



이 책은 대화문 형식으로 되어있다. 저자가 신과의 대화를 적은 것이라고 한다. 아 물론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저자만이 알겠지. 하지만 의심많은 인간은 나뿐이 아니었기에 저자는 밑밥을 깔아두었다. 이 책의 내용은 자기 앎의 범위를 넘어선 것들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은 책을 읽다보니 중요하지 않아졌다. 어차피  알 수도 없고,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다양한 의제들에 관한 신의 견해다.


저자는 지구상의 수많은 종교인들, 비종교인들이 가지고 있던 의문을 들고 와 신에게 묻는다. 여기에 이 책의 훌륭한 점이 있다. 바로 민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피하지 않고 신에게 물어본다는 점이다. 나의 의문에 대해 교회는 답을 피했다. 정확히는 답을 해주었는데, 아는 얘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가령 이런 것이다.


*세상에 나쁘고 끔직한 일들이 너무 많은데 하나님은 선하신 분이라면서요. 절대선이요!

ㅡ그런 악한 일들은 하나님이 한 게 아니고 사단의 짓이란다.

*하지만 사단도 하나님이 만들었는데요.

하나님의 천사장인데 하나님 뜻을 어기고 배신한거지.

*알아요. 근데 천사장이 배신할줄 미리 몰랐나요, 사단이 될지 몰랐나요? 알면서 사단이 되게 두었나요? 왜 굳이 악을 만들었을까요?

자유의지를 주신거지. 우리의 자유의지로 악을 택하지 않고 하나님을 따르길 원하셔.


*그게 가장 이상합니다. 우리가 악의 유혹에 넘어가게 만들고, 넘어가면 지옥탕땅. 이렇게 느껴집니다.

ㅡ하나님은 사랑 뿐이시란다. 네가 지옥가길 원하지 않으셔. 하나님은 너의 자유의지로 하나님을 따르고 사랑하길 원하신다.


그렇다. 신은 자기자신을 이기고 자발적 선택으로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기를 바란다. 근데 선택 안하면 지..지옥? 그런 자유의지는 차라리 벌이 아닌가.


나는 이런 신이 사랑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우주최강자니까 찬양할 수밖에 없는 느낌이었달까. 안하면 벌받으니까. 고난과 고통이 와도 감사합니다. 당신의 은혜입니다. 마조이스트라도 되어야 한단 말인가.



천국과 지옥. 지옥에 가지않기 위해 착하게 살라고들 한다. 이는 신앙인 비신앙인 할 거 없이 어떤 형태로든 공유하고 있는 권선징악의 감각이다. 비신앙인도 착한 이에게 닥친 비극앞에서

'이렇게 착하게 살았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나쁜놈들 안데려가고.' 라고 말한다.

어떻게든 업보가 돌아올거라고 믿거나 믿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악인은 지옥에 갔을거라 믿는다. 저자는 역사에 남을 악인 히틀러를 데려온다. 그 대화를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히틀러도 천국에 갔나요?"

-그렇다.


"네?!!!!"

저자의 벙찜을 느낄 수 있었다.


닐 도날드 월쉬가 만난 신에 따르면 지옥은 없다. 그래서 히틀러는 지옥에 갈 수 없다.  데는 천국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신은 말한다.

우주에는 어떤 옳음도 그름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것도 본질에서 옳거나 그르지는 않다. 어떤 것은 그냥 어떤 것이다.


덧붙여 모든 사건이 신의 행위라고 말했다. 자연재해는 물론 우리가 비극이라 일컫는 인명재해도, 즉 히틀러의 홀로코스트마저 말이다. 난 차라리 속이 시원했다. 자유의지를 받은 사탄 또는 인간의 잘못이야 라고 말하지 않아서. 닐과 대화한 신은 적어도 이렇게 말한다.

내가 너희에게 자유의지를 줘 놓고는,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지 않으면 지옥에 보낸다구? 그러면 너희의 선택이 어떻게 자유로운 선택이겠니?
나를 복수하는 신으로 만들지 마라.


저자는 계속 놀란다. 이것도 당신의 의지라구요?

신은 전지전능함의 카드를 꺼낸다.

난 전지전능하잖아. 내가 허락한게 아니면 이 세상에 일어날 사건은 없어.
난 실수한 적 없어. 그랬다면 신이 아니지.


아 이쯤되니 다시 만병통치약이 생각나는 찰나,

신이 말한다.

너희가 모든 것에서, 너희가 동의하는 것들만 아니라 너희가 동의하지 않는 것들에서까지 완전한 완벽성을 볼 때, 너희는 깨달음을 이룰 것이다.


결국 신의 뜻은 "모든 것이 합일하여 선을 이룬다. "로 돌아온 것 같다.

근데 뭐가 중요할까. 모든 의견엔 근거가 있고 어차피 사람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것이다.



이 책은 1997년에 쓰여졌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이다. 그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감각으로는 부당하고 차별적인 것들이 자연스러웠던 시대다. 남녀차별이나 직장에 충성하는 건 너무 당연했고, 동성애를 비롯한 소수자 혐오에는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않았다. 즉 그때보단 지금이 진보적이고 열려 있다. (아직 멀었지만..)


그러나 2022년 현재의 인식수준은 97년도에 쓰여진 이 책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25년의 간극이 있음에도, 2022년 현실은 이 책의 관점을 전혀 못 따라가고 있다.


어떤 철학자가 말했다.

"우리는 현대에 살고 있지 않다. 근대는 커녕 중세에 살고 있다." 나는 상당히 공감한다.


이 책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다. 시공간, 종교, 구원, 정치, 경제, 인류의 삶의 양식, 교육, 성 등에 대해 말한다. 또 안에서도 논쟁적인 의제들을 다룬다. 그에 대한 신의 견해는 지금도 유의미하며, 현재의 사람들보다 개방적이고, 어떤 가치들은 아름답다.


정말 우리에겐 상상력이 필요하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상력없이는 불가능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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