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십오년 십일월 십일일

by 아니

화요일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오전에는 내내 유튜브를 본 것 같다. 고백한다. 요즘 내 삶의 순간순간을 낭비하게 하는 것이 유튜브다. 코로나 때부터 보기 시작한 유튜브를, 듀얼 모니터를 하면서 습관이 되었다. 한쪽 모니터에는 일거리를 띄워놓고, 한쪽 모니터에는 유튜브를 띄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일을 하는 것도, 유튜브를 보는 것도 아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로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그저 죽는 날을 기다리는 것 같은 생활. 그렇게 나는 내 순간들을 탕진하고 있다.


아마도 아이를 태워다 줬겠지. 그리고 집에 돌아와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고, 설거지를 했으리라. 그러고 아침을 먹었을 테고. 그런 후 유튜브를 보다가 오후 2시가 되어 정신을 차렸다. 지난 몇 주를 아이가 가슴 답답해하며 숨을 급하게 들이쉬었다. 천식의 재발 인가 해서 병원을 가지고 했는데 가지 않는다고 하는 걸 겨우겨우 간 밤에 설득했었다. 학교 마치고 나오면 학교 아래 있는 병원 앞에 엄마가 가 있겠다고. 아이 마칠 시간이 다 되어 부랴부랴 나와서 버스를 타고 아이의 학교 앞에 3시에 도착해 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이고. 오늘은 화요일인데. 화요일은 4시에 마치는데 착각했다. 아이랑 가기로 한 병원에 들어가 대기실에서 앉아 기다렸다. 그런데 졸리다. 버텨보려고 애썼지만 골... 아... 떨... 어... 졌... 다.


꾸벅꾸벅 졸다가 일어나 정신을 차리려 잠시 병원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부는 길에 섰다. 왔다 갔다 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4시. 아이가 마칠 시간이라 전화를 했더니 선생님과 상담을 해야 한단다. 응? 오늘 병원 가기로 했잖아. 그래도 상담을 해야 한단다. 20분에는 일어나야 하고 병원 진료하고, 학원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또 길에 서서 기다렸다. 아이는 30분이 넘어서야 연락이 왔다. 병원을 가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조바심에 짜증이 났다. 꼭 오늘 상담했어야 하냐고 물어보자 학교에서 일이 있었단다. 어떤 애가 자기를 찼다고, 그래서 자기도 찼다고, 그래서 안전생활부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고. 병원을 갔다가 가면 학원이 늦을 것 같아 바로 학원으로 가기로 하고 나는 집으로 걸어갔다. 지하철을 타라고 했건만 아이는 버스를 타고 학원을 갔단다. 걸어간 나랑 비슷한 시간대에 도착한 듯 내가 아이 학원 앞을 지날 때쯤 입실했다는 문자가 온다.


숨 쉬는 모양새가 영 좋지 않아 오늘은 병원을 갔으면 했는데 이렇게 허탕을 치니 힘이 빠진다. 병원 대기실에서 졸다 나오니 진상이 된 기분이라 그것 또한 편치 않다. 또 언제 병원 일정을 잡아야 하나 고민도 된다. 학원을 다니니 일상에 틈이 없다. 전에는 아이와 내키면 밖에서 뭔가 먹기도 하고, 어딘가 다녀오기도 하고, 미사와 성시간도 참례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불가능하다.


집에 돌아와 와인을 한 잔 마셨다. 내 삶을 낭비하게 하는 두 번째 재료에 대한 고백이다. 유튜브와 술을 그만 이용하고 싶다. 그 시간을 다른 것으로 채우고 싶다.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신 기색을 지우려 입을 물로 헹구고 태연히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웃긴다. 이것이 무기력함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것이, 그 무기력이 남편과의 관계에서 무럭무럭 자란다는 것이 나를 또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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