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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엄마 Mar 04. 2024

뭉클해

  "잘 다녀와." 

교과서가 6권 담겨 무거운 책가방을 든 아이를 학교 앞에 내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 한 번이라도 돌아봐줄까 싶어 창문을 내리고 아이를 곁눈으로 슬쩍 보며 천천히 골목길을 운전했다. 하지만 아이는 돌아보는 것 없이 언덕길을 올라간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는데 웃음이 나기도 하고, 심장 저 아래 어딘가가 간질간질하다. 눈물이 나는 것 같으면서도 가슴이 뻐근해진다. 주책없이 누군가에게 전화해 말하고 싶은 기분이다. 아이가 교복을 입고 학교를 간다고, 요즘 중학교 입학식은 학생들만 모아 놓고 하는지 시간이 오후 한 시 삼십 분이라는 흉 아닌 흉도 보면서. 내게만 특별한 게 내 아이 이야기인걸 아는지라 주변에 쉽게 말하지 않는다. 조심 없이 속엣말을 다 하는 친구나 친정 엄마께도 이미 "입학식이 다 되어간다. 교복을 찾아왔다."말했음에도 전화를 걸어 조잘거리고 싶어 입술이 달싹달싹한다. 아이 이야기는 같은 주제로 두어 번했으면 더 하지 않는데도.  기분이 묘하다. 이건 무슨 마음일까. 운전대를 잡고 있는데 울렁울렁거려 손과 발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덤덤한 편이다. 감정의 표현이 크지 않고, 속도도 느리다. 한참을 곱씹고서야 '내가 그런 마음이었구나.' 할 때가 많다. 집안의 분위기도 차분하고, 조용하다. 자라온 환경이 그래서인지, 내가 내향적이어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다. 큰 소리로 말을 하거나 호들갑스럽게, 수선을 떨면 왠지 더 어색하고 불편하다. 목소리를 높여 흥을 내 놀고 나면 정작 나와 함께 있었던 당사자들은 아무렇지 않다고 해도 나는 나중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부끄러워한다. 그래서인지 일생의 많은 부분을 조용히 처리해 왔다. 대수롭지 않은 양, 누구나 겪는 일이니까, 소소하고 간소하게. 나와 관련된 모든 일이 그랬고, 내 그런 성향으로 아이의 지난 십삼 년도 그렇게 보내왔다. 축하는 진심 어린 말 한마디면 된다고 생각해 아이의 생일을 주간으로 이름하고 축하해 준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니 태어난 날도 백일도 돌도 어린이집을 처음 가던 날도 학예회도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을 갈 때도 유치원 졸업식도 첫 영성체 날도 첫 복사도 첫 전례에도 내게서 아이에게로 송출되는 표현들은 크지 않았으리라. 파도가 연이어 밀려와 튜브 탄 나의 엉덩이를 밀어 올리는 기분, 내 가슴이 큰 북이 되어 두드린 후의 진동이 남아있는 것 같은 이런 순간들에 나는 내 마음을 다 잡았을 거다. 혼자서 소리 없이 빙긋 웃고는 창문을 내려 차 안에 공기를 바꿨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문득 궁금했다. 나의 이런 감정은 뭘까? 배가 아픈 것 같기도 하면서 간질거리기도 하다. 웃음이 나는데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다. 그저 입학식 시간에 맞춰 학교 가는 아이일 뿐인데 이름을 불러 돌려세우고 싶다. 집에 오면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린이집을 가고, 유치원을 가고, 초등학교를 갔던 지나간 3월의 첫 순간, 그때의 아이가 내 눈앞에 환상처럼 지나가는 것 같다. 사랑스럽고 기특하다. 대견하고 고맙다.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그 모든 감정이 더해져 아이를 보는 내 마음은 뭉클!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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