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이틀간 오전 미사를 가려니 씻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는 등의 집안일을 하면 늦을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오늘은 간단히 밥만 먹고 집안일은 그냥 둔 채 바로 성당으로 향했다. 오늘은 금요일,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는 날이다. 기도를 하고 미사를 본다. 미사 후 성전에 앉아서 묵주기도를 하는데 잠이 쏟아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약국에 들렀다. 이틀 전부터 목이 아팠다고 말하자 약 두 개를 준다. 두 알을 먹고서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몸을 챙겨야겠다 싶어서 애써 화면에서 눈을 떼고 침대에 누웠다.
자고 일어나니 오후 2시가 다 되어 간다. 일어나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며 집안일을 했다. 다음 주 강의 가는 곳 중 한 곳이 여태껏 연락이 되지 않는다.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기기를 두세 번씩 했는데,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아 초조해졌다. 학교로 다시 한번 전화했다. 두 차례 전화 시도 끝에 드디어 연결이 되었고, 학교 측에서는 오히려 6월에 신청한 이후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지 못해서 하는 건지, 하지 않는 건지 궁금했었다는 말을 한다. 확인해 보니 전화번호가 잘못되어 있었다. 선생님이 센터로 신청할 때 잘못한 건지, 센터에서 접수받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건지 알 수 없다. 어쨌든 이 상황도 마무리가 되어서 다행이었다.
그 사이 아이가 하교해 집으로 왔고, 준비해 놓은 간식을 먹을 틈도 없이 화장실만 갔다가 바로 학원으로 나선다. 유튜브로 뉴스를 몇 편 봤을까. 아이 학원 수학선생님이 전화가 왔다. 아이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고, 수업 중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남아서 잠시 얘기를 하자고 했더니 울기까지 했다고 한다. 집에서는 별 일이 없었고, 일이 벌어질 시간도 없었다고 말하며 나도 몹시 당혹스러웠다. 선생님께 아이의 정신과 진료 내용을 말씀드렸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4학년 때 학교 폭력으로 등의 이야기를 구구절절하게 하는 내가 비참해진다. 아이의 행동에 면죄부가 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이해받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음이 심란해져서 저녁을 준비하려고 일어섰다. 7시 30분은 되어야 집에 도착하는 남편이 7시에 들어왔길래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아서 불판에 올려놓은 고기를 굽든, 집 앞에 아이 마중을 나가든 둘 중 하나 원하는 걸 해 달라고 했다. 남편이 나가려는 찰나에 아이가 들어왔고, 고기를 식탁에 올려 저녁 준비를 마쳤다.
저녁을 먹으며 아이에게 학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아이는 말하기 싫다고 했다. 이런 대답은 예상치 못해서 당황했다. 엄마 아빠 모두에게 말하기 싫다고 한다. 알겠다고, 그런데 그냥 넘어가도 되는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 몇 가지 질문은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너나 다른 사람에게 위험한 일이 있었는지, 엄마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인지 등. 아이는 짜증을 냈고 나는 나대로 속은 상했지만 알겠다 하고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일상적인 순간을 가졌다. 그리고 아이가 랜선 수업을 할 때 강변을 걷고 왔다.
솔직히 말하면 끝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걸으면서. 나는 얼마나 더 이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할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두운 내리막 곡각도로에서 차가 오는지 주의를 살피다가, '굳이 살필 필요 있나.'라는 생각을 한 것이 사실이다. 거절은 할 수 있는데 아이의 태도가 상처가 된다. 담대하게 '그래 너는 말하기 싫어요.'라고 말할 수 있도록 내가 키웠구나라고 생각해 보려 애써보지만 그래도 인상을 쓰며 못되게 하는 말이나 태도는 참 마음 아프다. 사랑해서, 사랑해서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아이가 저러면 내가 굳이 이곳에 왜 참고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냉랭했을 거다. 할 일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거친 말도 표현도 없었지만 아마 내 태도는 상처받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거리를 뒀을 거다. 그러면 아이는 기민하게 그 기색을 읽고 말을 걸어온다. 그럴 때 걸어오는 말은 대부분 싸움이 되어서 별로 달갑지는 않다. 오늘도 역시나. 그리고 그 끝은,
엄마는 나를 가르치려고 한다.
엄마는 나를 세뇌시키려고 한다.
엄마는 나를 미워한다라고 혼자서 중얼 거린다. 저렇게 말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는 뭘 더 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