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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IDI Jun 14. 2024

아홉째 날 | 짙은 외로움이 느껴진다

새벽 운동, 무작정 걷기 #09


2024년 6월 13일 목요일



아홉째 날이 되니 그럭저럭 습관?은 잡힌 듯하다. 거의 반 자동적으로 식탁에서 강아지 영양제 챙겨주자마자 화장실 볼일 보고 가글하고 방으로 돌아온 다음에 옷 갈아입고 머리카락 돌돌 말아 집게핀으로 고정해 주기까지 막힘이 없다.


- 미용실 가는 것도 귀찮아서 마냥 기르다 보니 벌써 허리를 넘어 선 머리카락이 무겁기까지 하다. 이왕 기른 것 기증할 곳을 알아봐 두긴 했는데.. 계속 '아.. 해야 하는데... 언제 하지?'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 -




여름이라서 그런지 이 시간에도 날이 꽤 밝다. 겁은 많지만 어둠의 자식 마냥 조금 더 어두우면 좋겠는데... 5시를 기점으로 삼지 말고 조만간 좀 더 빨리 나와봐야겠다.









자연스레 운동기구가 있는 코스로 향한다. 역기 올리기와 내리기가 생각보다 꽤 재미있다. 이젠 10개씩 2세트를 하고 있는데, 내일은 3세트에 도전해 볼까 생각 중이다. 지금 같아서는 어렵지 않을 듯.




운동기구가 마련된 곳 한쪽에 벤치가 있는데 깡술 맛집인가 보다. 주변에 나뒹구는 술병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다. 보통은 바닥에 있거나 낙엽 더미에 던져 놓던데 오늘은 벤치 정 가운데에 보란 듯이 소주병을 세워 놓았다.


왠지 모르게 짙은 외로움이 느껴진다. 무엇이 그 누군가를 저리 깡소주를 마시게 했을까. 동행이 있었을 것 같지는 않은 게 무척 외로운 밤이었나 보다. 그래도 그렇지 안주도 없이 저리 술만 자시다니... 하다못해 새우깡이라도 곁들이시지 아이고... 아! 술병은 무거워서 두고 안주 봉지만 들고 가셨나? 어쨌든 외로워 보인다. (역시 난 뼛속까지 F인가 보다. 아닌가? 이건 N의 특성인가...? 걍 NF의 특성인 것으로 하자. 갑분 MBTI)









매일 걷는 코스를 다양하게 구성해 보려 노력하는데, 가령 저번엔 A에서 B로 갔다면 이번엔 B에서 A로 가보거나 B를 거치지 않고 A에서 C로 돌아간다든지 여러 가지 길을 여러 방향으로 구석구석 다녀보고 있다. 나름대로 지루함을 피하는 방법이랄까. 그런대로 재미있다. 아닌가...? 쓸데없는 고민을 사서 하는 건가? 뭐 아무렴 어때.



새벽 운동?을 9일째 하다 보니 중간중간 꽤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아마도 정확하진 않겠지만 대충 '아 저번엔 저 쪽에서 봤는데~'. '오~오늘은 반팔을 입으셨네~' 등등 왠지 모를 내적 친밀감?을 느낀다. 반가움에 나도 모르게 인사할 뻔.


오늘 오전에 상담 선생님과의 만남이 있어 여러 가지 걱정이 많이 된다. 복잡한 내 머릿속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강아지가 그 시간 동안 잘 버텨줄까? 요즘 눈이 잘 안 보여 여기저기 부딪히는데 혹시 모를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지? 등등 주된 걱정은 분리불안이다. 고작 몇 시간인데 혼자 두고 갔다 올 생각에 마음이 벌써부터 괴롭다. 확실한 건 이 분리불안은 개님보다는 내가 훨씬 심하다는 것이다. 










오늘은 조금 일찍 나와서 그런가 5시 반도 안되어서 귀가를 했다. 왠지 좋다. 이건 무슨 심리일까? 내가 좋아하는 명수옹의 명언에 의하면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던데... (크크킄크 혼자서 낄낄댐)


역시 그게 맞는 말인 건 틀림없다. 지금 나는 무척 피곤하다. 역시 침대가 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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