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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IDI Jun 15. 2024

열째 날 | 어젯밤 먹은 치킨

새벽 운동, 무작정 걷기 #10


2024년 6월 14일 금요일



이런 된장, 지각?이다. 누워서 유튜브 보느라 늦게 잠든 데다가 2시 19분부터 우리 집 개님의 알람을 시작으로 30분마다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며 '좀만 더'를 반복하다가 결국 5시 넘어서 기상했다. 오랜만이네, 5시 넘어서 일어난 건. (좋은 건가?)



서둘러 강아지 영양제부터 챙기고 후딱 준비해서 밖으로 나왔다. 젠장. (이건 된장으로 안 되는 수준) 너~무 밝다. 이틀 전 어둑어둑한 하늘 사이로 다홍빛을 내던 일출과는 달리 너무나 환하고 밝은 하늘이다. 드라큘라 백작마냥 '으앗'하고 눈을 찌푸린다. 나는 어둠의 자식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밝다면 큰 도로변의 산책로는 사람이 두 배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그쪽 오르막길은 포기하기로 하고 공원 안쪽으로 빙빙 돌기로 한다. 공원 안쪽 코스는 군데군데 계단이 많은데...



역시 너무 시작부터 계단을 올랐나. 속이 더부룩하고 메스껍다. 아, 그게 아니다. 이건 어젯밤 먹은 치킨 때문이다. 특히 매운 양념 치킨이 속을 마구 뒤집어 놓았는지 목구멍까지 매운 느낌이 난다. 


오늘따라 계단은 또 왜 이리 긴 건지... 어찌저찌 꾸역꾸역 계단 막바지에 이르자 목구멍으로 신물이 왈칵 올라온다. 아차 하다간 다 쏟아낼 뻔. 마른침을 끌어 모아 꿀꺽꿀꺽 삼켜서 억누른다. (아 드러...)
















호기롭게 세트 개수를 늘려보리라 했던 운동 기구는 더욱더 힘겨웠다. 특히 역기 올리기는 1세트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겨우겨우 2세트를 하고 3세트는 도저히 무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순간을 넘기는 게 정신력이겠지? 그래도 와르르 쏟아내는 대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포기하는 게 맞다. (맞을걸...?)  


양심상? 아니 그나마 '올리기' 보다 수월한 역기 내리기는 3세트를 진행해 본다. 평소에는 재미있게 느낀 구름 걷기와 쭉쭉이도 오늘은 유독 힘겹다. 그리도 맛나게 먹었던 치킨의 후폭풍이 이리 세다니, 역시 기름기 많은 요리는 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 (사실은 밤늦게 많이 먹고 늦게 쳐 잔 네 탓이잖아! 어디 신성한 치킨한테! 라는 양심의 소리는 못 들은 척한다.)






그나저나 밝아도 너무 밝다. 그래서 벌레가 더 많아진 건지, 그냥 더 잘 보이는 건지, 원래 있던 애들이 나처럼 늦게 일어난 건지, 여하튼 온통 '윙윙-'대는 소리에 몇 번이고 허공에 손을 휘적휘적거리게 된다. 다시는 늦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확실히 치킨부터 시작해 지각으로 이어진 오늘의 새벽 운동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낀 듯이 어딘가 삐걱삐걱거린다. 마음에 심술보까지 덕지덕지 붙어서 불평불만이 마구 터진다. 어우 또 벌레! 이 놈의 버찌는 또 왜 이르케 많아. 하여간 마음에 안 들어, 아주 그냥. 바닥을 온통 점박이로 만들어 놓질 않나, 신발 밑창에 달라붙어 끈적끈적거리질 않나, 씨앗이라도 밑창 틈새에 끼었다가는 걷는 동안 칠판 긁는 느낌이 발에서 나기도 한다.


투덜투덜 대는 내게 복수라도 하듯이 버찌가 계속 등장한다. 역시나 금세 끈적끈적해진 것은 물론이고 씨앗이 달라붙어 걸을 때 바닥을 긁어대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이내 참지 못하고 적당히 긁기 좋은 돌을 찾아 신발 밑창을 벅벅 문지르며 괜히 감정을 실어 본다. 이런 그지 같은 버ㅉ@$!!$!@#....!!!

 









지질한 사투를 벌이고 집에 돌아와 치킨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까 봐 급하게 생수를 들이붓는다. 속은 맵고 목으로는 신물이 올라오고 난리도 아니다. 운동이란 게 이런 순?효과가 있나 보다. 바른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할까나? 일찍 자야 하고, 밤늦게 음식은 금물이다. 컨디션 조절을 하지 않으면 운동하다가 험한 꼴을 보일 것 같다.


토마토에 꿀이랑 얼음 때려 넣고 믹서기로 갈갈갈-해서 먹고 싶다. 그치만 이 시간에 믹서기는 전쟁 소음이나 다름없겠지...? 꾹 참고 그냥 토마토를 씻어서 우적우적 씹어 먹으며 속을 달래 본다.


내일은 늦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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