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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IDI Jun 25. 2024

스무째 날 | 정체 모를 감정

새벽 운동, 무작정 걷기 #20


2024년 6월 24일 월요일



대...박... 스무째 날이라니, 우와 20일! 20일이나 되었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 이제 딱 하루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사실 마지막 날은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무인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생각에 살짝 들떠있다. 


김칫국부터 마셔보자면 '참 잘했어요' (겨우 그거 가지고, 너 심지어 아직 끝나지도 않았그든? 이런 내면의 자조 섞인 '비난'은 좀 덮어두기로 한다. 저리 가줄래? 나 좀 기뻐하게. 이 비난아.)



어제 새벽 나를 너무나 행복하게 해 준 '비'는 낮이 되면서 뚝 그치고 해가 반짝 떴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해가 쨍쨍할 줄 알았는데 밤새 비가 꽤 왔었나 보다. 금방 지나간 듯이 땅이 축축하고 습기 가득 머금은 모습이다. 근데 오히려 나는 좋다. 어둠의 자식에 이어 비의 정령인가.









어머나. 오늘도 운동기구로 향하는 길목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오른쪽으로 빠르게 사라져 버리는 귀여운 녀석.



그나저나 밤새 내린 비로 운동기구가 축축하게 젖어있다. 이쯤이야 뭐. 땀복 소매를 길게 내려서 의자 부분의 물기를 툭툭 털어냈다. 생각보다 꽤 많은 물기가 묻어 있다. 





조금 축축하지만 땀복이라 다행이다 생각하며 그냥 냅다 앉아 버린다. 역기 올리기는 3세트! 역기 내리기는 4세트를 진행했다. 확실히 3세트까지는 수월했는데 4세트는 확실히 마지막이 힘겹다. 구름 걷기와 쭉쭉이도 잊지 않고 챙겨준다. 그런데 구름 걷기와 쭉쭉이는 발판이 쇠철로 되어 있어서 살짝 미끄러웠다.






운동기구 루틴을 끝내고 아래로 내려가니 아까 그 고양이가 멀리 가지 않고 담벼락에 앉아 나를 구경하고 있다. 조금 가까워지니까 또 잽싸게 도망가서 낮은 담 뒤로 숨어버린다. 


그래도 궁금한지 고개만 빼꼼 내밀고 쳐다보는 모습이 겁나 귀엽다. 앗, 눈이 마주쳤다. 검은 고양이 네로?야, 이 언니?가 내일 마지막이거든? 그동안 허락 없이 너의 초상권을 침해하였으니 내일 츄르로 보상해 주마! 



도로변으로 나와 츄르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어라, 개껌은 잔뜩 있는데 츄르는 품절이네. 다행히 다른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이제 츄르는 준비했으니 내일 고양이만 나타나 주면 된다. 근데 1개 샀는데 두 마리가 나타나면 어쩌지? 2개 살걸 그랬나...










오르막길을 올라가며 내일 동선을 미리 짜 본다. 일단 운동기구 하기 전에 저기서 츄르를 주고~ 오예, 드디어 커피! ...어째 내일이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보다는 커피 먹을 생각에 더 신이 나는 것 같다. 끝을 앞두고 있지만 아쉽다기보다는 시원하고 후련한 편이다. (역시 난 파워 집순이다. 껄껄껄) 다만 어딘가 묘한 기분인데 정체 모를 감정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내일이 오고 정말 끝이 나윤곽이 잡히려나. 



21일 동안 기록을 남기기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만약 기록들이 없었다면 내가 그동안 정말 새벽 운동을 하긴 한 건지 잘 실감하지 못했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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