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5의 대화
딸(지유): -
"엄마는 뭔 재미로 살아? 버킷리스트가 뭐야?"
엄마(나)-
"그때그때 그냥 여행 가고
너네 키우고
회사 안에서 또 성취하고 인정 욕구채우면서
그러고 살았지
니가 물어보니까
미래에 뭘 할지 생각하면서
그 재미로 살던 시기도 있었던것 같은데
요새는 아~~무 생각이 없네."
딸(지유)
"난 한국 돌아가자마자 할 거 너무 많은데,
지금 하고 싶은 거,
사소한 것도 너무 많아."
"나 가면 올리브영 가서 구경하고 싶어.
굳이 뭔가 사지 않더라도, 그냥 구경을 하고 싶어.
그리고 다이소 가서 2만 원 이상 쓰고 싶어
그리고
내가 에이블리 포인트를 7천 원 정도 모았거든?"
하루하루 진짜 양치할 때마다 매일 모은건데,
그걸로 네잎클로버 필름지를 하나 사고 싶어.
심지어 유기동물한테 후원해 주는 걸로 받은 거야.
2천 원은 사장이 가져가고, 3천원은 기부되는거야."
"그리고 테무 알리에서
되게 귀엽지만 쓸데없는 것들을 만원이나 이만원 정도 사고 싶어
약간 돈낭비가 하고 싶어."
"내가 하고 싶은 거 다이어리에도 써놨는데 기다려봐.
보자 보자 보자~~~
가서 먹고 싶은것도 완전 많아
방도 꾸미고 싶고 또 아파트 안에 있는 스터디 카페 있잖아.
거기 가서 2시간 동안 완벽하게 몰입할거야
아무리 집중이 잘돼도 딱 2시간만 완전 쩌는 몰입감 그거 느껴보고 싶어."
"그리고 비행기에서 하고 싶은 것도 있어
나는 지금 드라마 제한이 있다 보니까
한 달에 한 개씩 저장을 해주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비행기 타면 제한없이 보고 싶어."
"그리고 나 도서관도 가고 싶어
집 근처 도서관! 관악 도서관으로 바뀌나?
아주 큰 도서관에 가보고 싶고,
강남역에 지하 상가
보세 옷 가게에서 옷을 사고 싶어.
그리고 대대적인 방청소를 하고 싶고,
엄마 쓰는 책상에 촛불 있잖아.
그거 켜놓고 얘기하고 싶어. 같이 귤 먹으면서,
그리고 전기장판 켜놓고 누워 있고 싶어."
또오~ 가방 빨고 싶어
그리고 실내화 새로 사기."
엄마(나)-
"너는 참 버킷 리스트도 많다. 엄청 소소하고."
딸(지유)
"이런 것부터 채워야 해
엄마가 생각하는 버킷리스트는
유럽 여행가기, 번지 점프하기,스카이다이빙하기
이런거만 생각하니까,
너무 뭉퉁그려져 있어서
엄마가 갈피를 못 잡는 느낌인 것 같은데
소소하게 하나씩 해나가도 되."
"난 내일 스니커즈 초코바 먹기 그것만 해도 괜찮아.
아 그래서 돌아가면 마이구미 먹을 거야.
포도맛 왕꿈틀이, 그게 내 버킷리스트야."
엄마(나)-
"그런건 그냥 하면 되지
그게 무슨 버킷리스트인가..싶은데.."
딸(지유)-
"엄마가 살면서 경험한 게 이미 너무 많아서
그런 사소한 거에 감사를 못 느끼게 돼버린 거야.
너무 일상적인거라, 재미를 못 느끼게 돼 버렸나봐."
엄마(나): "맞아, 그런거 같애."
딸(지유)-
"감사하란 말이야. 엄마 맨날 감사하라며."
엄마(나)-
"네가 그렇게 소소한 게 많으니까
평소에 감사한 것도 많은가 보다."
딸(지유)-
" 종이 접기 알지?
종이 접기나 아이 클레이로 뭔가 만들고 싶어
되게 쓸데없는 거 있잖아.
그리고 소묘도 다시 시작하고 싶고 ,
기초 디자인이랑 다시 시작해보고 싶어
음,,일단 머리를 잘라야 돼.내 머리 지금 난리났어."
"그리고 노래 들으면서 스토리도 짜야 되고
참, 아이패드 케이스 바꾸기도 해야 되."
엄마(나)-
"음.내 버킷리스트를 다시 정의해야겠구만."
딸(지유)-
"엄마는 평소에 하고 싶은 거 없었어.?"
엄마(나)-
"대학원 가서 공부해야겠다 했는데 학교 다니고 있고,
여행가야지 해서 캐나다 갔다 왔고 뭐 그런거지."
딸(지유)-:
"아 엄마의 버킷리스트는 구체적이지 않고 두리뭉실해.
엄마는 그냥 오키나와 여행을 간다 이건데
나는 일본 대온천탕 가서 유카타 입은 나를 생각하거든."
엄마(나)-
"생각을 깊게 안 해봐서 그런가 봐."
딸(지유)-
"그게 아니라 뭐든 두리뭉실 퉁치니까
그 기준점이 조금이라도 맞춰지는 게 있으면
엄마의 목표가 금새 채워져 버리는 거지."
"그냥 캐나다 여행" 라고만 생각하니까
캐나다 갔다 왔지? 즐거운여행이었지? 그럼 된거야."
"그러니까 되게 구체적으로 생각을 한번 해봐."
에이블리 7천포인트 모았으니까
네잎클로버도 사야지
테무알리에서 2만원어치 사치도 부려야지
다이소랑 올영가서 신상구경도 해야지
이 많은 버킷 리스트가
그냥 "실컷 쇼핑하기"로 퉁쳐지면
그냥 한번에 다 사라지는거야."
엄마(나)-
"음 진짜 그러네
명사 하나로 다 퉁칠려고 하니까 삶이 건조했구만."
딸(지유)-
"응, 내가 진짜 가고 싶은 여행의 형태를
상상해 놓으면
엄청 설레는게 많아져."
"사람들이 말할 때
여행다니기,
10개국 뿌시기,
회사 관두고 집에서 드라마보기 어쩌구 하잖아."
나는 그때 무슨 드라마를 볼지도 정해두는 편이야
어느 OTT인지, 더빙일지 자막일지 막 상상해놔."
엄마(나)-
"그렇게 하면 뭐가 좋은거야? 피곤하지 않아?"
딸(지유)-
"일단은 성취감!!
인생의 목표가 생겨
그래서 살아갈 목표가 많아져.
비록 사소하지만."
"근데 엄마같은 경우는
여행을 갔어.
캐나다 왔잖아.
그러면 한잔해!
여행 좋았잖아..
머 이렇게 되 버리는거야
정확하지 않고 구체적이지 않으니까
그 다음에 뭘할지
뭉뚱그려서 생각하고,
막연하게 여행은 잘가고 싶으니까
그게 또 막~ 스트레스가 되는거지."
"그러니까 엄마가 지금 뭘 해야 되냐고
나한테 물어본다면,
나처럼 되게 되게 사소하더라도
되게 되게 자세하게 적어놔야 돼."
"진짜 세밀하게,
챗gpt한테 물어보는것처럼,
프롬프트 쓸 때처럼 해봐.
엄마가 최대한 자세하고 세밀하고 정확하게 물어보라고 했잖아
내가 원하는거, 바라는걸 자세하게 자주 써놔봐..
그래서 난 다이어리에 다 써놓거든."
"그리고 엄마는
그 두리뭉실한걸 목표처럼 빨리 이루려고 그래
버킷리스트도 어쨌든 리스트인거잖아
그러니까 버킷리스트마저도
하나의 목표리스트처럼
해야 할 "투두"로 생각하고
빨리빨리 해치워버려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근데 이게 너무 빨리 이루려고 해서도 안 돼.
그러면 버킷리스트가
목표리스트가 되 버린다니까.~."
"엄마, 오늘이 올한해 1년이 끝나기 전까지 한 25일 남았거든요.
그전까지 엄마 좀 하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나랑 지금 크리스마스 날 뭐 할지 버킷리스트정하자."
엄마(나)- "생각 안 해봤는데."
딸(지유)-
"아니야 안 돼. 지금 생각해봐
나는 하루 종일 그림 그릴거야."
그리고 그 동안 스포티파이에 모아둔
크리스마스캐롤을 무한반복해서 들을거야."
엄마(나)-
"음 너도 없고, 나가면 사람많고
뭐 시켜먹어야지~ 그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ㅋㅋㅋ."
딸(지유)-
" 지금 생각나거나 먹고 싶었던거 있어?
크리스마스에?"
엄마(나)-
"아니 그날 쿠팡이나 배민 보고 시키겠지."
딸(지유)-
"에헤이.. 지금 떠오르는거 말해봐."
적당히 아주 세밀하게 정해야 된다고
엄마 이 상태로 그냥 맛집에서 시켜 먹고 싶어 하면
먹었잖아, 됐잖아,한 잔 해
하고 또 끝내게 될거라고!
엄마(나)-
"그래서 넌 뭐할건데?"
( 할 말 없으면 매번 이런식으로 되돌리기;;)
딸(지유)-
"2개만 말하고 갈게요
엄마도 생각해보세요
저는요~~~어머니~~~
크리스마스 당일엔 아침 8시에 일어날거에요
제가 저장해둔 캐롤 플레이리스트가 있거든요
55분짜리에요
그리고 화장하고 옷 빼입고 이런거보다는
오랜만에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몇개 없는 옷을 배치하면서
옷을 개워서 침대 위애 놔두고
이불 정리하고 슬리퍼를 신을거에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어머니?
엄마(나)-
"ㅋㅋㅋㅋ 정리정돈 하고 싶다는거잖아요."
딸(지유)-
"크리스마스에는 교회를 가자고 했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요~~~
근데 한국은 하루 늦으니까
나는 두번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잖아요?
그래서 크리스마스 엽서를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요~."
" 수채화 물감으로 그릴지 패드로 그릴지 생각중이에요"
그래서 홈스테이마미랑 엄마에게 좀 나눠 주고 싶습니다요
아주 소확행이쥬?
이런걸 여러개 많이 만들어두시라구요 우리 어머님."
"전 이만, 이불빨래하러 갑니다..
크리스마스...
구체적으로 한번 생각해보세유
우리 오마님!!!
대단한거 생각하지 말고
일상속에서
아주 사소한 버킷리스트의 일상화..
오늘은 옥수수스콘에 뜨끈한 라떼를 마시자..소소하지만 거창하게 ~ ^^
(그렇게 25년 크리스마스에 패드로 그려온 엽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