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러지 세일이 열렸습니다

by 하이디 준

안녕하세요, 하이디입니다.

일부러 맞추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매거진의 글이 100번째에 이르러 끝납니다.

마지막은 떨이 장사를 좀 해봅니다.

수첩 봉지의 찌꺼기까지 탈탈 털어내고

개운한 마음으로 달맞이하고 올까 싶습니다.

몰래 먹는 달콤한 사탕이나

정신없이 집어먹고 치워버릴 감자칩

혹은 기분 더러운 날 더 쓰게 삼켜야 할 에스프레소처럼

가볍게 즐기고 가주시길.




“나는 나를 안다고 말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렇게 오만하고, 허세에 찬 말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무리 해도 나를 모르겠다고, 그저 웃어주는 사람이, 그런 솔직한 사람만이, 나는 사랑스럽다.”



“아침에 눈을 뜨고 설레는, 밤에 잠들기가 아까운, 몸과 정신이 선명하게 깨어있다가, 달콤한 피로에 녹아드는, 오늘 하루도 나는 나를 사랑했다고 여길 수 있는, 그런 삶을 꿈꾸고 있다.”



“고양이들은 잠을 많이 자는 게 아니야. 단지 생각이 너무 너무 많은데, 가끔 생각을 하다 조는 것 뿐이지.”



“이불 빨래를 하고 난 날은 잘 수가 없다. 새 이불에선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 원래 천의 밋밋한 냄새와, 맛없는 희미하게 남은 세제 냄새. 고양이들의 기분을 이해한다. 전혀 안정감 없는 잠자리. 하품이 나고 머리가 멍하지만 막상 불을 끄고 잠들려 하면 자꾸만 뒤척이게 되는.”



“가끔, 앞발로 물을 떠마시는 고양이들이 있다. 그건 사람 흉내를 내는 것도 아니고, 성격이 특이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고양이들은 젖는 것이 싫을 뿐이고, 젖은 상태에서 빨리 말릴 수 없는 것은 더더욱 싫을 뿐이다. 구조상 턱 아래와, 앞발 중 그루밍으로 더 빨리 말릴 수 있는 쪽을 택한 결과다.

언제나 말하지만, 턱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건 그닥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헤벌쭉. 초승달 웃음.

아아, 기억났어 그래. 미치는 건 아주 행복한 일이지.

체셔, 체셔 고양이가 되자. 알록달록 줄무늬가 되자.

모두의 눈을 빙글뱅글 돌려버리자.

그럼 귀찮게 굴지 않고 나가떨어질테지.

그래. 멋진 해결책이야.”



“화라는 것은 전염성이 강하다. 글자 그대로 그것은 불처럼 쉽게 옮겨붙는다. 한 번 붙으면 떨쳐내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키우고, 키우고, 온 몸과 정신을 집어삼키도록 커지게 놔두면, 끝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또다른 희생양을 찾아 이 사람, 저 사람에게로 옮겨갈 뿐. 평소에 다스려야 한다. 차갑고 축축하게, 물컹하고 부드럽게. 쉬이 불씨가 올라올 수 없도록.”



“죽음이란 이토록 허무하고 간단하다. 한 번의 언급. 그 누군가가 살았던 날들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한 시간동안 뭇 사람들의 혀 위에서 노닐다, 마침내 완벽한 죽음, 망각으로 가는 것.”



<여섯 마디 소설>

“꿈결에 찾아온 죽음은 나에게 약속을 상기시킨다.”

“나무에 오른 고양이에게 하늘은 여전히 멀다.”

“마녀는 펜 하나로 세상을 훔치리라 결심한다.”



“사람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

그치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럭키!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사는 게 최고.

럭키한 고양이가 되자꾸나.”



“언젠가 나중에 올해를 돌아보게 될 때면, 이렇게 말하겠지. 아, 20xx년? 그 해에 잘 자란 건 내 머리카락밖에 없었지. 길고~ 길다~”



“나는 소라게이고 싶어. 집을 이고 다니는 녀석 말이야. 여기저기 떠돌면서도, 정작 불안해지면 금세 쏙 숨어들어갈 수 있게.”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길에서는, 아마 그가 나를 더 많이 사랑하는 게 아닐까 싶어 마음이 부풀어 오르면서도, 정작 그가 잠든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는 내 모습을 돌아보면, 역시 내가 그를 더 많이 사랑하는가 싶어 어느 한 구석이 찌릿하니 아파온다.”



“모든 이야기에는 씨앗이 필요하다. 쓰는 내내, 그것이 계속 걸리적거려야 한다. 그래야 이야기는 그것을 둘러싼 구체가 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형태로 뭉쳐진다. 아주 강력한 중력을 가진 씨앗. 아주 단단하고 견고한 이야기.”



“끊임없이, 해결하지 못한 과제의 꿈을 꾼다. 여러 가지 모양새로 나타나도, 그것이 내게 해주려는 말은 하나. 해야할 것을 하지 않고 있다고, 또 약속을 어기려는 참이냐고. 무시하고 잊은 듯 보여도, 내 무의식은 모든 걸 기억해.”



“시계 안에 붙들려 바늘이 돌아와 찌르기만을 얌전히 기다리는, 목에 날이 들어와 끝나기만을 바라는 누군가.”



“세상과 타인은 거울 같다. 내가 하는 행동에 따라 반응할 뿐. 내가 무섭다고, 싫다고, 못 믿겠다고 여기는만큼, 그것은 나에게 현실이 된다. 하지만 내가 괜찮다고, 살만하다고 믿으면, 그 또한 내 현실이 된다.”



“어떻게 해도 나는 철 없는 아가씨.

나는 고난의 세월을 산 듯이 얘기하지만,

실은 어떻게 해도 온실 속의 소녀.

내 괴로움은 분명 남에게 지지 않을 테지만,

애초에 그건 경쟁할 무엇도 아닌 것.

내 괴로움이 세상 무너질 듯한 아픔이었던건,

그저 그 시절 내 세상이 그렇게나 좁았기 때문.

세상을 넓히고 넓혀서, 아주 무한히 바라보면,

내 괴로움 따위, 바람결에 불어가는 티끌.

안녕, 하며 아주 가볍고 산뜻하게,

날리고 놓아버릴, 작고 투명한 나비.”



“책상 옆 창가에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가 그 사람의 평소 생각을 결정할지도 모른다. 내 방에서 아파트의 다른 집들이 아니라 너른 벌판이나 바다가 보였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게 사치라면 활기찬 마을이라도. 내 좁은 세상은 온통 네모진 빈 창들뿐.”



“나에게 말은 무겁고, 약하면서도 강하고, 그래서 소중해. 머릿속에 맴돌게 하긴 쉽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건 어려워. 매번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한 일이야. 그건, 마치 수정구슬 같아. 커다랗고, 안에 기묘한 힘을 가진 수정구슬. 아주, 아주 묵직한 거. 그게 사람에게 가질 수 있는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지만, 정작 떨어뜨리면 부서지기 쉬운 유리로 되어있지. 아주 무겁지만, 그건 혼자 들고, 품고 있을 때의 일이고, 한 번 굴리면 제멋대로 어디까지든 가버릴 수 있는, 그런 무서운 수정구슬.”



“꿈이 내 진정한 연인이라면, 그 지독한 사랑을 믿는 거라면. 내가 움직여야 한다. 사슬에 묶여있든, 진창에 처박혀있든, 당장 달려가지 않는 건 나. 기다리는 걸 혐오한다면, 움직여야 해. 죄다 핑계일 뿐. 절실하지 않은 것뿐. 나는 내 연인을 찾으러 가야만 해.”



“누군가의 새해는 다른 이와 전혀 상관없는, 달력과도 상관없는, 어느 하루에 시작되곤 한다. 마음이란 건 조금 느리거나, 조금 빠르거나, 모두 제멋대로여서, 종을 치건 폭죽을 터뜨리건, 떡국을 몇 그릇이고 해치우던 간에, 제가 완전히 준비되지 않으면, 새로운 해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단정지어 버린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모든 게 가볍고 산뜻하고 선명한 것 같으면, 그 때가 곧 마음이 맞은 새해인 것이다.”





지금까지 '조약돌 하나' 매거진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석 이후 '조약돌 하나' 브런치북과 새로운 시리즈로 만나뵙겠습니다.

은근한 달빛에 넉넉히 취하시는 한가로운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아이의 소꿉밥을 얻어 먹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