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土
오래된 노래들을 좋아하는 건 아버지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본다. 음악 취향 같은 건 닮은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까. 취향 같은 건, 변해버리기도 하는 것이고. 애당초 음악을 들으며 아버지가 이 노래를 좋아했고, 이 음악을, 이 노래를 듣던 아버지만큼은 상냥했을 것이라고, 이 노래를 흥얼거리던 아버지만큼은 내가 좋아했노라고, 그리고 아마도, 이 노래를 나에게도 들려주던 아버지만큼은 나를 좋아해주었을 것이라고 하는, 그 모든 감상에 젖은 착각들을 하는 것 자체가 괴롭고 슬프다. 아니, 실은 그것들을 모두 거짓이라 돌리는 순간이 괴롭다. 그저 편하게 감상에 젖으면 어때서. 과거를 아름답게 채색하는 건 인간이 가진 나름의 치유방법이 아니었나. 그러니 그 정도는 용서해줘도 좋잖아.
때로는 어머니 탓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누군가에게 의존하기만 하는 것은 정말로는 어머니라고. 어머니 자신이 좀 더 일찍 자신을 지킬 생각을 했더라면,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을 했더라면, 아버지를 미워할 필요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하는 동안도 역시 괴롭다.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까.
그러다가는 오기가 생기고, 나는 스스로를 또 방어하려 든다. 왜 이렇게 있는 게 그토록 나쁘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만 찬양하는 세계가 이상한 거야. 조용히,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내 방식일뿐이야. 그리고 다만, 세계가 불어넣은 그 욕망 때문에,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한탄하며 괴로워하고 있을 뿐이라고, 그것을 잊으면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실은 잘 알고 있다. 방 안에 가득한 물건들과 쌓여있는 시간의 더미를 보면 금방 알 수밖에 없다. 나는 이별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몹시도 두려워한다. 나는 사랑하는 무엇, 누군가와 이별해본 적이 없다. 언제나 나를 떠난 것은 내가 미워하게 된 누군가였을 뿐이다. 정말, 그랬을까. 그들이 떠났기에 미워한 것은 아니었나. 이제는 조금 헷갈린다. 어느 쪽이든, 나는 사랑하는 채로 누군가를 떠나보내본 일이 없어서 두렵다. 나 스스로 떠나본 일이 없는 것은 물론. 미움받고 싶지 않아. 잃고 싶지 않아.
문득, 모든 것을 나눠줘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린다. 나는 정말 여기에 있고 싶은 것이 아니기에 얽매여 있는 것이라는 주장과 나는 진심으로 여기에 있고 싶어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부딪쳐 높은 파도를 일으킨다. 나는 수많은 물방울들로 산산이 부서진다. 부서졌다가, 다시 거짓말처럼 잔잔한 수면의 바다로 온전하게 돌아온다. 그것은 무한히 반복된다. 그리고 방 안에는 계속해서 시간이 모래사장처럼 쌓여가는 것이다. 잊어도 좋을 것들을 기억해내려 애쓰며,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을 깡그리 잊어버리며, 어느 날인가는 숨쉬기를 잊고, 바다도 모두 메말라버리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