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라는 전장, 그 길 위에서
나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회사에게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하고 기대할 필요가 없는 일엔 일절 기대하지 않는 굉장히 합리적인 공구인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지금이야 회사의 입장, 관리자의 입장, 고용된 이의 입장 등 다각도의 방면에서 각자의 입장이 가진 고충과 고뇌를 이해하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처음 회사에 입사했던 인생 1회 차 풋내 나던 신입 시절엔 이 각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어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회사는 밥벌이를 위해 다니는 전투의 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어느 날인가부터 나는, 옆자리의 동료를 밥벌이라는 전투에 함께 참전하는 용병 정도로 생각하게 되었고 이는 회사 생활을 객관적으로 잘 해내기 위한 꽤 매력적인 생각의 툴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이 전투에 참전하는 동료의 중요성과 본인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좀 더 깊이 관찰하고 연구하는 계기도 가지게 되었는데 그것은 회사 내에서 진행했던 한 워크숍에서 우연히 시작되었다.
사실 워크숍 하면 그저 하루 공식적으로 일을 안 해도 되는, 회사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공식 농땡이 데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내게, 이번 워크숍만큼은 정말 달라! 하는 굉장히 신선한 임팩트를 줬던 주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옆의 동료를 관찰하라', '동료의 옵서버가 되어라'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타이페이에서 하는 회사 생활은 생각보다 건조하고 간섭을 덜 받는 편이기에 회사에 소속되어 있고 팀원들과 함께 일을 하는 환경이어도 업종이나 산업에 따라 프리랜서와 같은, 아주 조금은 프리한 기분으로 일을 할 수가 있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출근 시간, 퇴근 시간에 관한 간섭은 일체 없고 탄력 근무 제도가 있어서 일을 하는 시간도 다른 회사에 비해서 자유롭고, 무엇보다 최근엔 코로나로 재택근무의 여부도 선택을 할 수 있기에 난 개인적으로 이런 제도적인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굉장히 만족하며 지금의 회사를 다니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동료를 관찰'하라는 일종의 지령?을 전달받은 나는 실로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신선한 자극에 앞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동료들을 어떻게 대하고 또 어떤 식으로 난제를 풀어가야 할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회사에서 꿈을 이루려는 이들, 회사에서 편안함을 누리려는 이들, 회사에 의무를 다하지도 않으면서 권리만 찾으려는 이들, 회사를 학교로 착각하는 이들 등 스스로가 보기에 회사 생활과는 맞지 않는 동료들이 생각보다 많고 또 본인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해서 어느 날인가는 나도 모르게 '제발 회사에서 민폐 좀 끼치지 맙시다! 회사가 당신 집은 아니잖아요!'라고 마음의 소리를 내지를 때도 있다.
회사 생활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팀에 소속되어 동료와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본인이 선택한 길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진정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를까. 앞으로 계속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할 계획이라면 생각해볼 만한 주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