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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높이 너비 깊이 Mar 21. 2023

'難'中日記 02

'난'중일기-난임 이야기 02: 시험관 시술의 서막

시험관 시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나팔관 조영술. (정식 명칭은 자궁난관조영술)

나팔관 조영술은 조영제를 자궁-나팔관에 투여해 폐쇄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다. 아무리 난소가 제기능을 잘해도 난관이 막혀있으면 난자도, 정자도, 수정란도 아무것도 이동하지 못한다. 양쪽 나팔관이 잘 뚫려있으면 문제없이 끝나는 검사지만, 한쪽이라도 막혀있다면 곧바로 조영제로 터버리는데 그게 아주아주 고통스럽다고 악평이 자자하다.

역시나 겁이 많은 난 병원도 가기 전 네이버에 폭풍 검색부터 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화면에는 너무 아팠다는 후기들만 가득 찼다.


'아픈 사람들만 인터넷에 글을 써서 그런 걸 거야. 맛집 후기도 불만족한 사람들만 쓰니까.'



아무리 스스로 날 다독여도 '내막종 때문에 난소와 자궁이 들러붙어 있어 나팔관도 유착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사 선생님 소견이 자꾸만 생각나 무서웠다. 검사 전 진통제를 미리 먹어 혹시 모를 아픔을 대비한다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설상가상으로 그 사실이 기억난 건 아래가 휑~한 검사용 치마로 갈아입고 난 후였다.


"OO님 들어가실게요."


진통제를 제때 먹지 못한 걸로 자책하고 있다 보니 어느덧 내 차례가 되었다. 들어가서 누우니 금속 특유의 냉기가 낯설었고, 넓은 검사실과 대비되는 작은 검사대 위에 덩그러니 혼자 누워있다는 어색함이 날 두렵게 했다. 조금 불편하시겠지만 금방 끝날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검사는 시작되었다. 뭔가 불편한 느낌도 들고, 생리통과 비슷한 뻐근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제 하는 건가? 하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선생님의 "끝났어요" 한 마디가 날 단숨에 안심시켰다.


다행히도 나팔관은 어느 쪽도 막혀있지 않았다. 휴~! 이 얼마나 다행인가. 한 가지 더 희소식(?)이 있다. 의외로 자궁자체에는 혹 같은 것도 없고 깨끗하다는 것이다. 또, 남편도 검사했을 때 이상 無. (자세한 검사 내용은 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생략하겠습니다. 궁금하시면 네이버에 검색을….)

여기서부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럼 나는 왜 자연임신이 안 되지? 수정 자체가 안 되는지, 수정은 되는데 이동을 못 하는 건지, 아니면 착상이 안 되는 건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척 궁금했다.

남들은 쉽게 임신하며 과정조차 생각 안 할 텐데. 안 그래도 걱정 많은 내가 이런 고민까지 해야 한다니…. 박탈감이 들어 잠깐 울적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생리주간부터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기로 하고 병원문을 나섰다.



이 글은 개인의 경험으로 쓴 후기로 생각해 주세요. 실제 의료적 사실과 다를 수 있으니 자세한 건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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