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사카 3
우리 회사에서 7~8분 거리에 타이야키(たい焼き) 집인 오쿠만야가 있다. 한국에서는 붕어빵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에서는 타이야키, 즉 ‘타이(たい, 도미) 야키(焼き, 구이)’로 불리고 있다. 19세기 말에 일본에서 귀한 생선인 도미의 이름을 달고 탄생했는데, 한국에 1930년대 전해지면서 서민적이고 친숙한 붕어로 이름을 바꾸어 팔리고 있다고 한다.
처음 들렀을 때는 근처 장가라라는 큐슈 라면 집에 들렀다 오던 길이었다. 근처에는 아카사카 한식당들이 밀집된 지역인데 자주 가는 곳은 설렁탕이 1900엔이고, 꼬리곰탕이 1200엔 하는 일용이네와 깔끔하고 정갈한 돌솥 비빔밥이나 순두부찌개 등 단품 점심을 파는 구글 평점 4.8의 반(Bann)이라는 한식집이 있다. 그리고 근처 지하 1층에는 마이클 잭슨이 다녀갔다는 데판야키 단테(鉄板焼 ダンデ)가 있다. 여기는 대략 함박스테이크는 1500엔이고, 런치 스테이크 빅사이즈는 3200엔 정도인데 회사 직원들이 좀 괜찮은 성과를 내었을 때 데려가 달라고 조르는 곳이다.
이들 근처에 디저트라고 하기엔 좀 심하게 헤비하고, 식사 후 스위츠라고 하기엔 좀 덜 단 타이야키 가게인 <오쿠만야>가 있었다. 그 주위를 몇 번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설마 이곳에 타이야키 가게가 있을 줄은 몰랐다. 일본에서도 보통의 타이야키 집들은 테이크 아웃 형태로 판매한다. 바깥으로 타이야키가 진열된 유리 판매대가 있고 밖에서도 만드는 틀이 보이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 집은 일본 가정식 요리점처럼 조용히 숨어 있고 밖에 복어 같은 종이 인형이 걸려 있어서 복집인가 했었다.
하여간 반가운 마음에 가게에 들어가 보니, 차나 커피와 함께 파는 스위트 가게였다. 이렇게 임대료 비싼 아카사카 땅에 단팥소가 들어가 있는 무가시나가라(전통)은 280엔, 카스타드나 초콜렛 등이 소로 들어가 있는 하이브리드 타이야키는 350원에 팔고 있고, 차나 커피 등의 음료수와 타이야키를 세트로는 600에서 700엔에 팔고 있다. 흡연실도 마련되어 있고, 4인용 테이블이 4개 이상 들어가는 큰 공간에서 식후 디저트로는 헤비하며 비싸고 아카사카 다른 밥집보다는 현저히 싼 타이야키를 판매하는 이유를 주인장에게 한 번은 물어 보고 싶다. 아카사카 뒷길이라 외국인이 많이 다니지도 않는데 영어 메뉴판까지 구비하고 있는 준비성 철저한 주인장이 이 장소에서 얼마나 장사를 이어 나갈지 궁금하다.
에비스에는 현지 분들 뿐 아니라 관광객에게 유명한 가게가 하나 있다. <타이야키 히이라기(たいやき ひいらぎ)>라는 집인데 에비스 번화가 뒤쪽 주택가의 공공 놀이터 옆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는 전형적인 테이크 아웃 타이야키 집이다. 찾아가 보면 늘 긴 줄로 여기가 명소임을 뽐내고 있다. 많은 분들이 타이야키를 테이크 아웃해서 바로 옆 놀이터에서 동네 꼬마들과 엄마의 전쟁을 지켜보면서 무심히 머리부터 입으로 가져간다.
에비스는 ナンパ(난파/헌팅이라는 뜻)와 KAPITAL이라는 옷 가게로 유명한 지역인데 난 가끔 KAPITAL의 신상을 보기 위해 들르는 지역이다. 오쿠만야의 타이야키가 겉이 좀 더 바싹하고, 단팥소가 덜 단데 비해 히이라키의 그것은 좀 더 축축하고 더 달았다. 놀이터 한 켠에서 어정쩡하게 앉아 먹는데 놀이터의 꼬마 한 놈이 어찌나 울던지 타이야키를 머리부터 먹었는지 꼬리부터 먹었는지 기억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기억 남는 한 가지는 여기 타이야키는 230엔이었는데 1000엔을 내고 2개를 사고, 540엔을 거슬러 받았다. 거스름돈 받아서 호주머니에 넣었다가 타이야키 정신 없이 먹고 동전지갑으로 옮기려고 보니 500엔이 아니라 한국돈 500원짜리였다. 누군가의 몹쓸 장난질 탓에 한국에서 온 500원 동전이 돌아다니고 있나보다 싶었다. 단 타이야키 끝맛은 씁쓸했다.
몇 십년 전 이야기다. 학교 가는 길 대로변 모퉁이 골목에 간식 포장마차가 있었다. 가정 사정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고 하는 동네 형이 나무통으로 만든 아이스케키 박스를 메고 다니며 몇 해의 여름을 아이스케키 장사로 돈을 좀 번 다음, 동네 대로변에서 횡으로 난 가로등이 있는 골목길에 간식 종합 백화점인 포장마차를 열었다. 오뎅, 떡볶이, 뽑기, 붕어빵을 팔던 그 형의 포장마차에서 가장 폼 나는 장비가 붕어빵 기계였다.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얹고 다시 밀가루 반죽을 뿌리고 틀을 탁 닫고 적당히 여러 번 뒤집어서 만든 노릇노릇해진 붕어빵, 지금 생각해도 참 어떻게든 먹고 싶었다.
정말 오랫동안 잊어버렸던 기억인데 아카사카 뒷길 타이야키 집에서 몇 십년 전 부산 서구 동대신동 산복도로 골목길의 포장마차 형이 생각났다. 볼 때마다 웃어주는 형이었는데 지금은 바로 옆에 앉아 있어도 누구일지 모를거다. 불허 받지 못한 무허가 집들이 모여 살던 동네에 공동 수도가 있어서 물 한동이에 10원씩 팔던 동네 물집이 있었고, 아침마다 재칩국 파는 아줌마가 함석으로 만든 재칩국 통을 이고 다니며, “채칩국~ 재칩국~”하며 다녔고, 꼬마 학생들이 퇴교할 무렵에는 아이스께키 형이 “아이스 케~~끼”하고 외치고 다녔던 그 때, 불과 몇 십년 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