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여행가이드4]
시부야 스크램블 :혼돈의 인증샷

by 하임

시부야는 언제나 공사 중이다. 시부야역을 중심으로는 내가 여행으로 왔었던 십수 년 전이나 거주 중인 최근에도 늘 타워크레인이 돌아간다. 특히 최근의 재개발 공사는 역대급 규모인 것 같다.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역에 도착하면 습관처럼 '하치코 개찰구(ハチ公改札)'로 방향을 잡지만 늘 길을 헤매게 된다.

시부야에 가는 사람들은 제일 먼저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Shibuya Scramble Crossing / 渋谷スクランブル交差点)로 향한다. 여행 전에 이미 사진 한 장 정도는 보았을 것이고, 그 혼잡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생각은 여행객으로서 당연한 욕심일 것이다. 미디어 아트에 나오는 미래 도시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인구 밀도의 공포를 시각화한 것 같기도 한 그 장면 말이다. 유튜버건, 관광객이건, 혹은 일본 타지에서 상경한 현지인이건 일단 시부야에 발을 디디면 의식처럼 치르는 행사가 있다. 바로 이 교차로 앞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일이다.

예전에는 '시부야 츠타야(SHIBUYA TSUTAYA)' 2층의 스타벅스가 이 스크램블을 찍는 유일무이한 명소이자 성지였다. 창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눈치싸움이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그곳 말이다. 하지만 도시가 리모델링되면서, 지금 다시 살펴보면 이 스크램블을 표현할 장소들이 적지 않다. 물론 공짜는 없다. 발품을 팔거나, 돈을 내거나,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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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츠타야(SHIBUYA TSUTAYA): 돌아온 클래식


가장 고전적인 장소다. 최근 리뉴얼을 마친 '시부야 츠타야' 2층의 스타벅스는 여전히 스크램블 교차로를 정면에서 바라보는 최고의 앵글을 자랑한다. 신호가 바뀌는 순간,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파가 마치 파도처럼 부딪히는 장관을 가장 적나라하게 담을 수 있다. 최근에는 3층 공유 라운지도 스크램블 샷의 명소라고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냥 많은 관광객이 모여서 어깨싸움을 하면서 두어 겹으로 샷 경쟁을 벌이는 곳이었다. 흡사 K-POP 스타의 일본 공항 입국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최근에 가보니 새로운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장소를 막아 둔 것은 아닌데, "1인 1음료 주문"이 원칙이라고 한다. 영업장이기 때문에 매장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일 것이다. 공짜 뷰는 이제 옛말이다.


-스타벅스 시부야 츠타야점 https://maps.app.goo.gl/sP35dPbfgGWBuqRP9

스타벅스.HEIC
차 한 잔.HEIC


록시땅 카페(L'Occitane Café): 우아함


스타벅스의 시장통 같은 분위기가 질색이라면, 길 건너편을 보라. 노란색 꽃장식이 화려한 건물이 보일 것이다. 바로 '록시땅 카페 시부야(L'Occitane Café Shibuya / ロクシタンカフェ 渋谷店)'다. 이곳 2층과 3층의 통유리 좌석은 스타벅스와 대칭을 이루는 또 하나의 명당이다. 차이점이라면 **'돈의 맛'**이다. 이곳은 음료 가격이 꽤 사악하다(차 한 잔에 1,000엔을 훌쩍 넘긴다). 덕분에 하이에나처럼 빈자리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고, 직원의 정중한 서빙을 받으며 우아하게 교차로를 내려다볼 수 있다. 하지만 돈만 낸다고 프리패스는 아니다. 이곳은 일본 현지 소녀들의 '디저트 성지'이기도 하다. 주말이나 피크 타임에는 그 소녀들 틈에 섞여 긴 대기 줄을 서야 하는데, 이 또한 도쿄의 '카와이(Kawaii / 귀여운)' 문화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듯한 특이한 경험이 될 것이다.

나는 사실 시부야 록시땅에는 가본 적이 없다. 대신 한 층 위에 있는*'우시하치(USHIHACHI / 牛8)'라는 야키니쿠 집에 간 적이 있다. 창가 테이블에서 갈비, 안심, 호르몬(내장) 등을 불판에 올리고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와 함께 시부야 스크램블의 야경을 감상했는데, 참으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고기 연기에 입 속으로 고기 육즙을 떠뜨리면 통창 아래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느낌, 빅 브라더의 기분일까??


- 록시땅 카페 시부야 https://maps.app.goo.gl/njV5NZVzumQodUFj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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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넷 바이 시부야109: 유리벽 너머의 부감 샷 (현재 휴업 중)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안전하게, 그리고 '내가 여기 왔다'는 인증을 확실히 남기고 싶다면 '마그넷 바이 시부야109(MAGNET by SHIBUYA109)' 옥상의 '매그스 파크(MAG’s PARK)'라는 장소도 있다. 스크램블 교차로를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부감(High angle)' 샷을 찍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리뉴얼 공사 등으로 인해 옥상 전망대는 당분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방문 전 확인 필수). 스타벅스의 혼잡함이 싫고 적당한 높이에서 깔끔한 사진을 건지고 싶었던 이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다.


- 마니넷 바이 시부야 109 https://maps.app.goo.gl/GVxbafjPu6UizU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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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스카이: 너무 높아서 슬픈 전망대와 뜻밖의 명당


"이왕 찍을 거면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비싸게 찍겠다"는 분들은 '시부야 스카이(SHIBUYA SKY / 渋谷スカイ)'를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Shibuya Scramble Square) 꼭대기에 있는 이 전망대는 현재 도쿄에서 가장 핫한 뷰포인트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교차로는 마치 레고 마을의 미니어처처럼 보이고, 날씨가 좋으면 후지산까지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다.

하지만 2,700엔이나 주고 올라간들, 정작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는 제대로 찍을 수 없다. 너무 높기도 하지만 각도상으로 발밑의 교차로는 사각지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꿀팁은 전망대에 올라가지 않는 것이다. 이 건물 13층의 유리벽 한쪽에 서면 돈 한 푼 안 내고도 시부야 스크램블의 전경을 기가 막히게 찍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돈 내고 올라간 꼭대기보다, 올라가는 길목이 스크램블 뷰 맛집인 셈이다.


- 시부야 스카이 https://maps.app.goo.gl/pZKNGL1tZbcgUKG6A

스카이 쪽.jpg


시부야 마크 시티 연결 통로: 숨은 무료 명당


"사진 한 장 찍는데 돈 쓰고 줄 서야 하나"라며 다소 불만인 실속파 여행자들을 위한 스팟도 있다. 바로 JR 시부야역과 '시부야 마크 시티(Shibuya Mark City)'를 잇는 '연결 통로(Connecting Walkway)'다.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이다. 유리창 너머로 스크램블 교차로가 아주 잘 보인다. 츠타야 스타벅스보다는 약간 측면이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교차로의 입체감이 더 잘 살아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무료'라는 점, 그리고 여름엔 에어컨이 잘 나온다는 점이다. 지나가는 길에 잠시 멈춰 서서 한 컷 찍고 쿨하게 갈 길 가면 된다.

- 시부야 마크 시티 https://maps.app.goo.gl/1ZavTGEEFSFEKm649

마크시티.HEIC 마크시티 쪽 통로


교차로 한복판: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거대한 '컷(Cut) 놀이'


마지막으로,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이 여행의 진짜 하이라이트가 남았다. 바로 신호가 바뀐 순간 교차로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전망대나 카페가 전지적 시점에서 바라보는 '풀 샷(Full Shot)'의 영역이라면, 횡단보도 위는 '참여'의 영역이다. 녹색 신호가 켜지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다. 이 거대한 혼돈의 무대에 직접 뛰어든 '출연자'가 된다.

재미있는 건, 이 횡단보도 위의 모든 인간이 동시에 '카메라맨'이자 '배우'라는 사실이다. 나는 타인을 배경으로 찍고, 타인은 나를 배경으로 찍는다. 수천 명의 사람이 각자의 앵글로 서로를 담으며, 약 2분 남짓한 시간 동안 거대한 집단 퍼포먼스를 벌이는 셈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장면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스마트폰을 통해 인스타그램 스토리, 틱톡, 유튜브 쇼츠가 전 세계로 실시간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내가 걷는 이 2분 동안, 내 모습이 지구 반대편 브라질의 누군가에게, 혹은 아이슬란드의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있을지 모른다. 동시간에 몇 개의 나라에 송출되고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시부야의 이 스크램블 교차로 하나에, 전 세계가 들어가 있는 셈이다.

그러니 이 글로벌한 씬(Scene)의 주인공이 되려면, 멈추지 말고 흘러가야 한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걸어가며 셔터를 누르시라. 그 역동적인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전 세계가 지켜보는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장식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


[번외] 도쿄 전망대 비교 : 시부야 스카이는 갈 만 한 곳


한동안 참 예약하고 싶은데 2주 전에야 예약 진행이 가능하여 예약 타임을 잘 못 맞추기도 했고, 설사 맞추더라도 예약을 하기가 쉽지 않았던 **'시부야 스카이'**를 우연히 다녀왔다. 도쿄에는 현지인들은 잘 안 가는 것 같은데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몇 개의 전망대가 있다. 스카이 트리, 도쿄 타워, 롯폰기 힐스, 도쿄 도청 전망대, 그리고 시부야 스카이가 있다.

세계 최고 높이(634m)를 자랑하는 '스카이 트리(Tokyo Skytree)'는 막상 올라가 보면 너무 높아서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라 현실감이 좀 떨어진다. '도쿄 타워(Tokyo Tower)'는 올라가서 보는 것보다 바깥에서, 혹은 롯폰기 힐스에서 바라보는 게 더 '도쿄 감성'을 충만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굳이 안 올라가도 될 것 같은 곳이다. 그리고 '롯폰기 힐스 전망대(도쿄 시티뷰)'는 도쿄 타워를 가장 예쁘게 볼 수 있는 곳이라 몇 번 올라간 적은 있었다. 도쿄 도청 전망대는 무료지만 올라본 적이 없어서 패스하고...

그런데 이번에 올라가 본 '시부야 스카이'는 여행객들이 한 번은 올라가 봐도 좋을 듯했다. 물론 티켓값 2,700엔은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다. 하지만 해 질 녘 서쪽 하늘, 후지산 쪽으로 떨어지는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인생샷 하나는 충분히 건질 수 있다. 유리 펜스가 낮아 개방감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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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스카이 옥외 전망대와 내부


마치며


결국 사진은 자기만족이다. 비싼 차를 마시며 우아하게 내려다보든, 무료 통로에서 실속을 챙기든, 교차로 한복판에서 전 세계인과 '컷 놀이'를 하든 정답은 없다. 다만, 뷰파인더 너머의 세상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내 눈으로 봐야 할 시부야의 활기를 놓치지는 말기를 바란다. 렌즈를 내리고 잠시 멍하니 그 혼돈을 바라보는 것, 어쩌면 그게 진짜 시부야를 즐기는 방법일지도 모르니까.


(다음 편은 시부야 쇼핑으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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