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여행가이드 11] 키치죠지(吉祥寺), 도쿄인가?

by 하임

일본인들의 흔들림 없는 워너비 주거지와 지브리의 성지


도쿄에는 수많은 동네가 있지만, 매년 부동산 업체나 잡지에서 발표하는 '도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住みたい街ランキング)' 설문조사를 보면 늘 최상위권, 혹은 부동의 1위를 놓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도쿄 무사시노시(武蔵野市)에 위치한 '키치죠지(吉祥寺)'다.

여기서 잠깐, 주소가 '무사시노 시(市)'인데 왜 도쿄라고 부를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우리가 흔히 관광객으로서 인식하는 도쿄는 신주쿠(新宿), 시부야(渋谷), 긴자(銀座) 등이 모여 있는 도심 한복판의 '23구(区)'다. 하지만 행정구역으로서의 '도쿄도(東京都)'는 훨씬 넓다. 23구의 서쪽으로 뻗어나간 거대한 다마 지역(多摩地域)이 있는데, 무사시노시를 비롯한 26개의 시(市)가 바로 이 도쿄도에 속해 있다.

실제로 도쿄역에서 JR 주오선(中央線) 쾌속 열차를 타고 서쪽으로 한참을 달리다 보면, 창밖의 빽빽한 빌딩 숲이 묘하게 헐거워지면서 '이쯤 왔으면 이제 도쿄를 벗어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바로 그 타이밍에 거대한 터미널역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바로 키치죠지다.


Gemini_Generated_Image_ufrfilufrfilufrf.png <키치조지 팝 아트> Gemini 제공

키치죠지는 신주쿠, 도쿄역으로 직행하는 주오선과 시부야로 꽂히는 게이오 이노카시라선(京王井の頭線)이 교차하는 철도 환승의 핵심 요지다. 게다가 역 밖으로 나오면 무사시노시와 인근 지역 구석구석을 거미줄처럼 잇는 어마어마한 수의 버스들이 끊임없이 모여드는 거대한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즉, 도심의 편리함과 복잡한 빌딩 숲을 벗어난 외곽 주택가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기막힌 위치. 이것이 바로 현지인들이 키치죠지에 살고 싶어 안달 나는 가장 큰 이유다.

내가 키치죠지라는 이름을 처음 귀에 담은 건 10년 전쯤 방영했던 일본의 심야 드라마 덕분이었다. 제목부터가 아주 도발적이었는데, 무려 《키치죠지만이 살기 좋은 동네인가요?(吉祥寺だけが住みたい街ですか?)》였다. 개그맨 필이 충만한 두 자매가 부동산을 운영하며, 무작정 "키치죠지에 살고 싶어요!"라며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도쿄의 다른 숨겨진 동네(에비스, 나카노 등)를 소개하고 그곳의 매력을 찾아주는 버라이어티 형식의 B급 시트콤이었다. 그 드라마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도대체 키치죠지가 얼마나 좋길래 사람들이 저렇게 맹목적으로 살고 싶어 안달일까?'

드라마 제목이 뇌리에 박혔지만, 정작 그 이후로 키치죠지가 도쿄 어디에 붙어 있는지 크게 관심은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도쿄의 숨은 피자 맛집'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지도를 검색해 보니, 웬걸. 예전에 지브리 미술관에 가느라 스치듯 지나쳤던 바로 그 동네였다.

사실 키치죠지 역에서 이노카시라 공원 쪽으로 숲길을 따라 1km 남짓 걸어가면 나오는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三鷹の森ジブリ美術館)'은, 그 시절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부터 감동과 영감을 받으며 자라난 세대들에게는 단순한 전시 관람을 넘어선 일종의 '성지(聖地)' 같은 곳이다. 현란한 3D 디지털 기술이나 거대한 어트랙션이 있는 놀이동산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옥상에 외롭게 서 있는 거대한 로봇병(천공의 성 라퓨타)부터, 내부의 상징적인 디오라마와 영화 제작 과정의 낡은 스케치들이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으로 꽉 차 있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지난 시절 나를 몽글몽글하게 만들었던 그 세계 속에 직접 들어와 있다는 묘한 감동과 향수가 밀려온다.

- 미카타의 숲 지브리 미술관 https://maps.app.goo.gl/5obgNhaHh56u6PEf8

robot_fixed.jpg <지브리 미술관> 라퓨타의 로봇병사

그러니 감히 조언하건대, 살면서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보며 단 한 번이라도 마음이 움직여 본 경험이 없는 분들이라면 굳이 가지 마시라. 티켓은 매월 지정된 날짜에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하는데 경쟁이 꽤 치열하다. 치열한 예매를 뚫고 성공했다면, 실물 티켓은 현지 편의점 로손(LAWSON) 단말기에서 발권받아 입장할 수 있다.

당시 지브리 미술관을 가기 위해 이 역에 처음 내렸을 때, 역 앞 로터리의 풍경은 꽤 충격적이었다. 좁은 도로에 엄청난 인파와 수많은 버스들이 아슬아슬하게 뒤엉켜 있었고, 조용하기 그지없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버스의 '경적 소리'를 들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당시엔 그곳이 도쿄인 줄도 몰랐고, 그저 미술관으로 가기 위해 거쳐 가는 '복잡한 교통의 환승 길목' 정도로만 기억에 남아 있었다.


86세 장인의 뚝심, 토니스 피자(Tony's Pizza / トニーズピザ)


피자를 먹기 위해 다시 찾은 키치죠지. 역에서 700m 정도를 걸어가니 '토니스 피자(Tony's Pizza)'라는 낡고 자그마한 식당이 나타났다. 내가 처음 간 날은 11월 말이었는데, 가게 앞 골목은 묘하게 빌딩풍이 부는 바람길 같아서 유독 추웠다. 10명 남짓 들어가면 꽉 차는 이 좁은 식당 앞에서 무려 1시간을 덜덜 떨며 대기했다.

도대체 무엇이 이 허름한 식당에 사람들을 줄 서게 만드는 걸까? 정답은 86세(2026년 기준)의 노장, 후지하라 마스터의 뚝심이다. 2024년 뉴발란스 재팬의 광고 모델로 발탁될 만큼 힙한 멋을 지닌 그는 1968년에 처음 이 가게를 열었는데, 놀랍게도 여든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주방을 지키며 직접 피자를 굽고 계신다.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치즈 맛을 찾기 위해 세 가지 종류의 치즈를 직접 블렌딩 했고, 특히 손님들이 피자 꼬투리(도우 끝부분)를 남기고 버리는 것을 보고 도우를 아주 얇게 펴고 끝부분까지 꽉 차게 치즈와 토핑을 덮어 구워낸 것이 맛의 비결이 되었다.

- 토니스 피자 https://maps.app.goo.gl/kn7pDEdF2hojSmH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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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시그니처는 단연 '프레시 토마토 피자'다. 1인분(2조각)에 1,000엔 정도, 콜라가 400엔이다. 1인분을 먹으면 살짝 모자란 감이 있어서, 두 사람이 가면 3인분을 시켜 3조각씩 나눠 먹는 게 딱 맞다. 이렇게 먹으면 음료를 포함해 대략 3,800엔 선. 솔직히 피자 몇 조각에 지불하기엔 지갑이 살짝 서늘해지는 꽤나 사악한(?) 가격표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혀끝에 맴도는 치즈와 신선한 토마토의 절묘한 조화를 맛보면, '이래서 1시간을 덜덜 떨며 기다렸구나' 하고 얄밉게도 지갑을 열게 만드는 묘한 설득력이 있다. 짧은 도쿄 생활 중에도 이 맛이 생각나서 무려 세 번이나 찾아갔다.

단, 계산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겐킨 노미(現金のみ, 현금만 가능)". 이 맛집은 오직 지폐와 동전만을 고집한다.


돈을 씻어 부를 기원하는 곳, 이노카시라 공원(井の頭恩賜公園)


밥으로 채웠으면 무난했을 텐데 아무래도 밀가루로 배를 채웠으니 좀 걸어야 한다. 바로 근처에 '이노카시라 온시 공원(井の頭恩賜公園)'이 있다. 피자를 먹고 난 점심 무렵은 한여름만 아니라면 딱 산책하기 좋은 타이밍이다.

거대한 이노카시라 공원은 다리를 기준으로 분위기가 극명하게 반으로 나뉜다. 한쪽은 백조 모양의 오리배들이 유유자적 떠다니는 호수를 품은 '가족들의 공간'이고, 다른 한쪽은 붉은색 벤자이텐(弁財天) 신사를 중심으로 간절한 소원을 비는 '참배객들의 공간'이다.

- 이노가시라 공원 https://maps.app.goo.gl/PyS2GwXanhc5JGsZ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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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신사에는 재물과 지혜를 관장하는 벤자이텐을 모시는데, 재미있는 풍습이 하나 있다. 바로 신사 안의 샘물에 동전이나 지폐를 씻는 '제니아라이(銭洗い, 돈 씻기)'다. 맑은 물로 돈에 묻은 세속의 부정을 씻어내고 정화하면, 그 돈이 맑은 기운을 품고 몇 배로 불어나 돌아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박하게 동전을 씻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한 일본인 아주머니가 무려 1만 엔짜리 지폐를 물에 씻고는 손수건으로 꾹꾹 닦고 계셨다. '지폐가 저렇게 물에 젖으면 어떻게 되지?' 잠시 고민했지만, '에라 모르겠다. 기왕이면 크게 돌아와라!'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나 역시 지갑에서 1만 엔짜리를 꺼내 흐르는 물속에 푹 담가 버렸다.

연못이라 부르기엔 거대하고 호수라 부르기엔 아늑한 이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곳이 왜 '동네 주민들의 안식처'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잘 정돈된 산책로 곳곳에는 동네 꼬마들이 다 모여 있다. 아이들은 저마다 엄마 아빠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며 떼를 쓰고 있었고, 마치 동네 '떼쓰기 대회'가 열린 듯한 그 소란스러움마저 평화롭고 훈훈하게 느껴졌다.

역에서 공원으로 내려가는 초입의 길목에는 구제 옷가게부터 각종 잡화점 등 관광객의 지갑을 노리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지만, 정작 공원 깊숙한 곳에서 휴식을 즐기는 주민들은 이 소란스러운 상술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현지인과 관광객의 기묘한 동거, 나카미치 도리(中道通り)


키치죠지라는 동네의 입체적인 얼굴을 보고 싶다면 역을 기준으로 공원 반대편에 있는 '나카미치 도리(中道通り)'로 가야 한다. 역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 길게 뻗은 상점가는 언뜻 보면 평범한 동네 길이다. 청과물점, 식당, 옷가게들이 이어지고 길을 오가는 이들의 대부분도 장바구니를 든 동네 주민들이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건, 이 일상적인 풍경 틈바구니에 '관광객용 가게'들이 빨치산처럼 은밀하게, 하나둘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튜디오 지브리 공인 캐릭터 숍인 '동구리 공화국(どんぐり共和国)'이 동네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슬쩍 들어와 있는가 하면, 골목으로 돌아 들어가면 개구리 소품만 파는 상점이나 기발한 문구류를 파는 '공상가(空想街) 잡화점' 같은 독특한 매장들이 각자의 취향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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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죠지 <나카미치 도리>

이 거리에는 소품점뿐만 아니라 그릇을 파는 가게들도 여럿 눈에 띈다. 일본 전통 식기부터 빈티지 도자기까지 보물찾기 하듯 구경할 수 있는 '푸쿠푸쿠(PukuPuku / ぷくぷく)', 북유럽 식기와 일본 작가들의 세련된 작품을 나란히 진열해 둔 라이프스타일 숍 '프리디자인(Free Design)', 그리고 아기자기한 생활 잡화점 '마르카(marka)' 등 저마다의 개성이 확고하다. 유명 작가의 도자기부터 저렴하고 실용적인 중국산 식기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이 길에서는 현지 주민과 관광객의 묘한 크로스오버가 일어난다. 도쿄 변두리의 평범한 동네를 걷고 있다고 푹 빠져 있을 즈음, 가게 안에서 한국어가 너무 선명하게 들려와 흠칫 놀라기도 한다. 나 역시 그 분위기에 휩쓸려, 한국에 돌아가 비빔국수를 담아 먹으면 예쁠 것 같은 그릇 두 개를 냉큼 집어 들었다. 결제는? 역시나 "겐킨 노미(현금만)"다.


쇼텐가의 먹거리 전투와 '겐킨 노미(現金のみ)'의 습격


역 앞 아케이드 상점가인 선로드(Sun Road)와 '다이아가이(ダイヤ街)'는 여느 관광지와는 결이 다른, 영락없이 진짜 장을 보는 리얼한 재래시장이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다이아가이 한복판 교차로에 딱 달라붙어 있는 세 곳의 전설적인 간식 가게다. 첫 번째는 팥소가 꽉 찬 타이야키(붕어빵) 가게 '아마네(天音)'. 지난번에 왔을 땐 하교 시간과 맞물려 교복 부대의 줄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두 번째는 전국구 명성을 자랑하는 정육점 '사토우(サトウ)'의 멘치카츠(다진 고기 튀김)다. 세 번째는 평수가 한 평 남짓 될까 싶은 화과자점 '오자사(小ざさ)'다. 직원 세 명이서 쉴 새 없이 모나카를 포장해 파는데도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 키치죠지 사토우 https://maps.app.goo.gl/46fBhtZscTLSXQAi7

IMG_5822.heic 키치조지 <사토우>

지난번에는 멘치카츠와 붕어빵 조합으로 길거리 맛을 보았으니, 이번엔 멘치카츠와 오자사의 모나카 조합에 도전했다. 사토우의 멘치카츠는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터져 나오는 육즙이 가히 예술이다. 오자사의 모나카 역시 너무 달지 않은 앙금이 바삭한 껍질과 어우러져 훌륭했다. 재래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꽤 맛있는 간식이다.

하지만 여기도 키치조지이다. 두 가게 모두 "겐킨 노미(현금만)"였다. 글로벌 메가시티 도쿄, 그것도 가장 살기 좋다는 동네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 지독한 '현금 사랑'은 정말 감당이 안 된다. 아마네의 타이야키를 먹으려고 했다면 근처 은행 ATM으로 뛰어갔어야 했다.


AI가 찾아준 인생 양고기 나베, 유스케(生ラム 祐助)


저녁 식사는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찾은 곳이었다. AI와 키치죠지 여행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식당을 하나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칭기즈칸(양고기) 전문점인 '생양고기 유우스케(生ラム 祐助)'를 알려주었다. 구글 평점은 4.8이었지만, 현지 맛집 사이트인 타베로그(食べ ログ)에 들어가니 평점이 3.36이었다. 살짝 혼란스러웠지만 속는 셈 치고 가기로 했다.

메뉴는 양갈비 구이와 양고기 나베 두 가지였다. 보통 칭기즈칸 식당들처럼 볼록한 투구 모양의 철판에 고기를 굽고 기름을 아래로 흘려보내는 방식인 줄 알았는데, 이곳의 '양고기 나베'는 조리법이 달랐다.

아래로 움푹 파인 철판 가운데에 숙주, 양파, 감자 등 채소를 수북하게 쌓아두고 가장자리에 양고기를 빙 둘러 익힌다. 고기가 적당히 익으면 채소 위로 얹는데, 고기에서 나온 기름과 육즙이 아래로 흐르면서 채소에 깊숙이 배어들게 하는 방식이었다. 구운다기보다는 '쪄 먹는' 느낌에 가까웠다. 여기에 특제 타레(タレ) 소스와 매운 파 무침, 다진 마늘 등을 조합해 먹으니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주인장이 다가와 "어떻게 알고 오셨냐"라고 묻길래 "AI가 추천해 줬다"라고 대답하니,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었다는 듯 너무 기뻐하면서도 놀래는 거의 미스코리아 진 이름 불렸을 때의 표정 못지않았다. 덤으로 시킨 양갈비는 기름기가 좀 많아서 내 입맛엔 덜 맞았지만, 시그니처 메뉴인 양고기 나베만큼은 처음 먹어 보는 훌륭한 맛이라 식당 문을 나서며 재방문을 다짐할 정도였다. 식당이 지하 1층이었는데도, 계산을 마치고 나가는 나를 지상 입구까지 쫓아 올라와 정중하게 배웅해 주었다. 꽤나 기분 좋은 저녁 식사의 마무리였다. 흥해라, 유스케!!

- 키치죠지 유우스케 https://maps.app.goo.gl/2xzwvJXwLp2eeJ3p6

IMG_5838.HEIC 가게가 B1인데 1층까지 배웅해 주시는 주인장


마치며: 살기 좋은 동네가 품은 두 개의 얼굴


키치죠지는 도쿄 도심에서 25분이면 닿는 접근성, 그리고 역 반경 500m 이내에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맛집, 소품점, 지브리 미술관까지 모든 것이 모여 있는 매력적인 동네다. 역 앞에는 아토레(アトレ, atre)나 파르코(PARCO) 같은 대형 쇼핑몰도 있지만, 거리를 걷는 이들의 얼굴엔 관광객의 들뜸보다는 장바구니를 든 현지 주민의 일상이 훨씬 더 많이 배어 있다.

이 반경 500m의 시끌벅적한 상점가와 아케이드를 조금만 벗어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하고 평범한 일본 특유의 주택가들이 이어진다. 관광객들은 도쿄의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일본의 평범하고도 시끌벅적한 진짜(Real) 일상'을 찾기 위해 이 동네를 방문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키치죠지는 그저 조용하고 살기 좋은 '주거 지역'으로만 머물러 있지 않다. 현지인들의 평온한 삶의 터전이자, 동시에 그 로컬의 감성을 소비하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치밀하게 매장을 숨겨둔 상업 지구. 끝끝내 아날로그(겐킨 노미)를 고집하면서도 전 세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완벽하게 성공한 '두 얼굴'을 가진 동네가 바로 키치죠지다. (다음은 나카메구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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