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말하는 '옛날 사람'과 '요즘 사람'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고 자꾸만 부딪히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식,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학생, 회사에서는 상사와 그 직원들이 각자의 입장과 생각을 말하며 상대를 설득하려고 합니다. 역시나 시월드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나 시어머니들은 며느리에게 육아와 살림에서 본인의 방식이 옳음을 강조하며 그에 따를 것을 은근히 강요합니다. 그럴 때마다 며느리들은 답답해하며 '말이 안 통한다'라고 하소연하지요. 저도 그저 평범한 며느리 중 한 명이니 당연히 이런 경험이 있겠죠?
아이를 어린이집에 언제부터 보낼까 고민하던 중 시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사회성 키운다고 어린이집 일찍 보내지 마. 나도 네 남편 5살 때까지 내가 집에 데리고 있었거든. 너도 그렇게 해. 알겠지?" 저는 바로 답했습니다. "그때는 어린이집도 잘 없고, 다들 집에 있다가 바로 유치원 다니던 시절이었잖아요. 지금은 5살 때까지 엄마랑 둘이 집에 있는 아이 아무도 없어요."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는 남편에게 시어머니는 1980년대에 육아를 했던 사람이고 나는 202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인데, 왜 자꾸 나에게 그때 그 시절 방식을 강요하느냐고 반박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이가 돌 지나자마자 어린이집을 보냈고 그 일로 시어머니에게 또 한 번 미운털이 박혔답니다. 하하.
비슷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외벌이인 저희 집에서 경제관리를 제가 하다가 남편에게 넘겼지요. 그걸 알게 된 시부모님은 난리가 났습니다. "바깥일 하기에도 바쁜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쓰게 하지 말고 집에 있는 네가 알아서 잘해라."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지금은 남자, 여자 고정된 역할 없이 더 관심 있고 더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심지어 맞벌이 가정에서는 서로의 연봉조차 모른 채 각자 따로 관리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말이죠. 게다가 말이 나왔으니 하신다며 저희의 평소 돈 씀씀이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셨어요. 시부모님이 지나온 그 시절은 정말 말 그대로 '의식주' 그 이상의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본 생활이라고 하는 범위에 외식, 여행, 여가생활 등 그때 그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포함되지요. 이 부분에서 서로 달랐던 거예요. 결국 폭발한 저희 부부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지금의 현실을 설명하며 가정 경제 관련된 일은 둘이 알아서 하겠다고 답하니, 시부모님은 "아무리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생각될지라도 너희들이 말하는 우리의 '라떼'에서도 배울 점이 있는 건데 너희들은 그저 우리를 무시하는구나."라며 역정을 내셨어요.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부모님은 물론 시부모님, 주위 어른들과 이런 의견 충돌을 겪습니다. 다만 상대가 시부모님일 때 문제가 조금 더 복잡하고 껄끄러워지기 때문에 며느리들이 더욱 답답해질 뿐이죠.
언젠가부터 '꼰대'라는 말이 생겨나 어른들은 '나는 꼰대가 아니야'라며 꼰대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하고, 오히려 '그래, 나는 꼰대다.'라고 인정해버리는 분들도 생겨났어요. 그러다 보니 자신은 꼰대가 아니라고 젊은 사람들과 발맞추어 나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꼰대가 제일 답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더라고요. 한동안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라는 말이 유행했을 때도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여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기에 아주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이를 정말 잘못된 일에도 자신이 잘못한 게 아니라 그저 다른 것뿐이라고 포장해버리려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때로는 진짜 아닌 건 아닌 건데 말이죠. 이렇게 몇 가지 유행어만 보아도 옛날 사람과 요즘 사람은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요즘 사람들이 예전 그때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일방적으로 그 옛날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오히려 나보다 먼저 긴 세월을 보내온 분들에 대한 존중과 예의로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힘드셨겠구나. 고생 많이 하셨겠구나.' 이렇게 공감하고 어른들을 이해하면 되는 거죠. 지금 사람들도 이 시대를 살아가며 어른들이 살아온 옛날 그때와는 다른 나름의 어렵고 힘든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니 어른들도 '예전에는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구나, 시대가 변했으니 우리가 지나온 그때와 지금의 너희가 똑같을 수는 없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살아온 방식과 너희가 살아가는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고 한발 물러나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