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_1
멍하게 카페에 앉아서 빨대로 휘적이며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었다. 지난 대학생활을 생각해 보니 우습기도 하고 후회도 생기고 또 그립기도 하다. 나이가 들다 보니 만날 누군가가 있지도 않고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생기지 않다 보니 하루하루 집-회사-집-회사 만 반복된다. 굉장히 지루하다. 우습게도 지금까지 꽤 오랜 시간 남자친구도 없다 보니 더 지루한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렇게 카페에 앉아있는 것도 꽤 오랜만이다. 무슨 생각인지 빈번한 횟수로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니 한국 카페에서 멍 때리는 것도 흔치 않다. 한국에 있으면 주로 집에서 침대에 몸을 뉘이는 게 다인데 오늘 큰 마음먹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온다고 옷을 입는 것조차 귀찮은 상황. 7월의 햇살이 너무 따갑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울 거라더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홍대 근처 합정이라는 곳에서 산지도 10년이 다되어간다. 경제적인 이유와 귀찮음이 합쳐져서 이 나이 이때껏 원룸에서 살고 있다. 짐이 쌓이는 거 보면 이제 진짜 이사를 한번 해야 할 것 같은데 쉽지 않다. 사실 이사만 생각하면 좀 숨이 막힌다. 하긴 해야 하는데 여건이 녹록지 않다. 몇 년 전 시작된 개인회생과 잦은 해외여행으로 수중에 돈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막상 옮기려면 그것도 쉽지 않다. 이젠 투룸으로 갔으면 하는데 말이다. 집에 욕심이 없다고는 하지만 막상 나이가 40이 넘어가는데 원룸이라니 한심한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정신 차리고 없는 여건에 돈을 좀 모아야겠다 생각이 든다. 이제야.
언젠가 TV드라마 중에 www였나 임수정 이다희가 나왔던 드라마에서 지금의 내 나이쯤 되었나? 근사한 마세라티를 타고 아파트에서 살던 골드미스에 예쁜 여자 머 그런 모습으로 나왔었는데 지금 나랑 비교하니 그냥 어이없다. 지금의 내 모습은 합정 쪽 원룸, 그리고 뚜벅이. 늘어나는 살을 기력 없이 바라보는 그런 상황. 글로 옮기고 보니 좀 한심해 보인다.
이렇게 글만 적으니 조금 없어 보이긴 하는데 앞으로 글을 보면 알겠지만 그리 없어 보이는 사람은 또 아니다. 그냥 좀 더 도약하기 위한 준비기간이 아닐까 싶기도. 아, 역시 의사 선생님이 "생각하지 마세요~"하셨는데. 생각을 말아야 해. 뭔가 부정적인 생각이 가끔 날 잠식하는 거 같은데 지금 딱 그런 상황. 생각의 챕터를 넘겨볼까?
나는 좋아하는 게 꽤 많은 편이다. 예부터 시계, 패션, 옷, HOT, CD, 게임, 휴대폰, 영화, 스포츠 등등. 문제는 이 좋아하는 것들을 잘 놓지 않는다는데 있다. 모아놓은 수집품들도 다 진심이라 가끔 과한데? 싶을 것들도 몹시 많다. 요즘은 F1에 진심이라 경기규칙, 차공부를 하고 있다. 좋아하는 팀도 10팀 중, 페라리! 이유는 없다. 페라리선수들도 공부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온통 내 알고리즘이 F1과 페라리다. 운전이 세상에서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소 운전을 해도 안전운전을 지향하는데 F1그랑프리가 좋아지다니. 물론 브래드피트주연의 F1 더뮤비 덕일지도!
그랑프리는 월드컵과 올림픽과 함께 3대 스포츠라고 하는데 아직은 한국에서 경기를 볼 수 없어서 외국으로 가야만 실제 경기를 볼 수 있다. 유럽은 부담스럽고 싱가포르나 상해, 도쿄 정도면 내가 가볼 수 있지 않을까? 직접 선수들도 보고 싶고 차도 보고 싶고 진심을 다하고 있다. 관련굿즈를 한국에서 사려고 보니 그 가격도 만만찮다. 럭셔리스포츠라는 게 실감된다.
당장 영화 외에 쓴 돈은 없지만 관련소식이나 공부를 하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 있음을 느낀다. 소위말하는 덕질이라는 게 이런 거겠지? 누군가 덕질을 하면 수명이 길어진다고 하던데 행복함이 커져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의 내 나이면 보통 자식 덕질을 하는데 난 그대상이 아직 다른 곳에 있다. 경기를 보면서 느끼는 건데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과 차타이어를 바꾸는 하나 된 팀의 모습. 전략적인 모습과 현대기술로 점점 업그레이드되는 기술까지. 그냥 입이 벌 어질 정도로 멋있다. 내가 저 공간에 있으면 어떨까 하는 망상도 한번 해본다. 결국 멋지고 싶다는 마음 내가 좀 더 전문적이길 바라는 거겠지? 어느새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바닥을 보인다. 꽤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