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_7
뭔가 짝사랑에 대한 감정이 가라앉을 무렵,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다. 남자여자애들이 우르르 모여서 같이 술도 마시고, 물론 술자리가 좋아서 떠들었던 거지만. 그땐 뭐가 그렇게 재미있고 심각했나 모르겠다. 새로 입학한 기분이었다. 학교캠퍼스를 거닐고 점심때 만나고 같이. 수업을 듣고. 그 와중에 시험기간엔 같이 공부도 하고 재미있었다. 외삼촌집에서 학교까지는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것조차도 재미있었다. 다들 모여서 와인공부한답시고 작은 와인바에서 와인 한 병 두병 까면서 인생공부를 했었다.
다들 각자의 여자친구 남자친구들은 우리 모임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그만큼 많이 어울렸다는 거겠지. 진짜 흥청망청 놀았던 것 같다. 그런데 중요한 건 다들 진짜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했던 친구들이었다. 정말 똑똑하고 현명했던 친구들. 그래서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 모임에 이름도 붙이고 오랫동안 이 모임이 지속되길 바랐다. 하지만 남자여자가 어울리는 모임이다 보니 연애가 없을 수없었다. 그래도 같은 모임 내의 커플이다 보니 모임이 와해될 일은 없었다.
티격태격하는 것도 보고 또 좋아하는 것도 보고 언젠가 헤어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다. 그러면 이 모임은 또 반쪽이 될 거니까. 재수하는 친구도 있었고 반수 하는 친구도 있었고 오래 지속되는 만큼 학교를 떠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결국 하루 건너 만나던 우리들도 드믄드믄 그 횟수가 줄기 시작했다. 나도 좋아만 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절함이 좋기도 했고 이때동안 겪지 못했던 다정함이 좋았던 것 같다.
시험을 칠 때나 놀 때나 문자도 엄청 주고받았던 것 같다. 지금생각하면 별내용이 아닌데. 하지만 그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나도 그냥 자주 연락하는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와 연애할 친구가 아니라는 건 진작에 알았고 선은 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며 좋아만 하던 친구. 이렇게 보면 짝사랑전문 인가 싶기도 하고.
왜 모임에 남녀가 섞이면 단순 친구관계로 머물지 못하는 것일까? 자주 보면 마음이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남사친 여사친은 한쪽이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거라고 하는데 우린 모두 모임에서 그랬던 것일까? 좋아하는 마음의 결이 왜 결국 남녀사이로 발전하는 것일까. 물론 잘되면 좋은 건데 잘 안되면 모임까지 와해되다 보니 속상하기도 하다. 지금 우리도 10여 년이 지난 채 다들 곪은 상처 하나씩 가지고 유지되고 있다. 카카오톡이라는 SNS덕에 그래도 드믄드믄 다들 뭐 하고 지네는 지는 알고 지내고는 있다. 신기하게도 말이지.
그래도 다행인 건 헤어지고 사귀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적어도 그랬다. 내가 아는 한. 청춘의 한 순간이었지. 우린 그렇게 순간순간 열정적이었고 행복했던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여자친구들끼리는 남자애들 흉도 보고 각자남자친구얘기도 하면서 여자끼리의 의리도 다졌고 남자애들은 각자 만나서 PC방에서 게임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의리를 다졌던 것 같다.
우리끼리 말했던 건 우리는 참 한 가지씩 부족한 친구들이다. 그런데 다들 멋있다. 멋있게 될 친구들이야.라고. 사실 그랬다. 멋있는 친구들인데 뭔가 하나씩은 부족했던 친구들. 그래서 더 인간미 넘쳤을까, 그래서 더 가까워졌던 걸까 싶다. 그 친구들이 다 좋았다. 늘 부족하다 하지만 리더십도 있고 공부도 잘했던 친구. 나사 빠진 듯했지만 다정하고 섬세했던 친구. 누구보다 똘똘했던 멋진 친구. 무심했지만 다정하고 따뜻했던 친구. 현명하고 자기가 할 일을 잘 정했던 친구. 똑 부러지고 감각적인 친구. 열정적이고 감정이 풍부했던 친구. 가진 거에 비해 겸손했던 친구. 누구보다 자신의 길을 잘 개척하던 친구. 다정하고 지혜로왔던 친구. 지금 생각해도 미소가 띠어지는 친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