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_6
벌써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렇다고 해서 있던 일이 없어질 순 없다. 괜찮다고 하지만 계속 아프고 계속 생각이 난다. 그가 내게 했던 행복했던 말들. 그가 내게 했던 아픈 말들. 그가 내게 했던 아픈 행동들. 모든 게 계속해서 기억나고 나를 갉아먹는다. 알고 있다. 기억해 봤자 무슨 소용 있겠냐고 나를 계속 다독이지만 과거에 나빴던 기억까지 쌓이고 쌓이면서 더 마음이 아파진다.
사람들은 말한다. 쿨해져야 한다고 이겨내어야 한다고. 그런데 그건 일반제인게 아니다. 아픈데 억지로 이겨내라고? 그게 말처럼 쉬운 사람도 있겠지. 그런데 아닌 사람이 대부분이다. "야, 아직도 그러고 있어?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말하지 않길 바란다. 평생을 그렇게 아파할 수도 있다는 걸 모르겠지. 아픈 기억이 다시금 생각날 때는 그것만 생각나는 게 아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잘못했던 것일까, 내가.. 내가.. 생각이 결국 나로 확장되면서 내가 더 아파진다. 머리는 안다. 내 잘못이 아님을. 결국 잘못은 그가 했음을. 그런데. 그런데도 내가 아프다.
괜찮다고 다독인다. 일기도 써보고 타인에게 얘기도 해본다. 별거 아닌 이야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그러면서 별거 아닌 척. 남들에게서는 잘 이겨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속은 그렇지 않다. 마음이라는 게 한쪽 편이 맞아서 시퍼렇게 멍들었는데 괜찮아지는 듯하면서 다시 멍들면서 그렇게 변색되어 있는 상태. 다시 되돌릴 순 없다. 냉정하게 말해서 멍든 곳이 다시 불그스름 해질 순 없다. 그런 채로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변색되고 아프다고 도려낼 수도 없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도 또,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도 어려우면서도 쉽다. 어렵다는 건 이 사람이 날 진심으로 대하는 걸까? 나에게 하는 말이 진실일까? 사기는 아닐까? 수만 가지의 물음표가 붙기에 관계를 맺는 게 어렵다. 그런데 여전히 나는 사람이 좋아서 나에게 다가오면 바보 같은 강아지처럼 웃고 만다. 즉, 친해진다 가까워진다 생각하고서는 그러면서도 물음표를 던진다. 상대가 아니라 나에게. 그러면서 나만의 소설을 쓰고 마는 잘못을 범하곤 한다.
갑자기 아주 갑자기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내가 너무 불쌍해서. 내가 너무 아파서. 가만히 두면 통증은 덜한데 가끔 그 멍든 곳이 아프다. 욱신거리다가 말도 못 하게 아플 때가 있다. 그를 다시 만나면 나을까, 그가 내게 돈을 갚으면 나을까. 내가 나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지만 답은 없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이 글을 쓰는데도 갑자기 울음이 난다. 정리해서 한마디로 적을 수 없는 이 마음이 너무 바보 같고 복잡해서 울음이 난다.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말한다. 그런데도 정작 내 일에 들어서면 그게 맘처럼 되지 않는다. 단순하게 아니니까. 그에게 빌려준 돈은 받을 수 없고 그것이 시초로 회생까지 온 나 자신은 그 돈을 갚아야 한다.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그를 다시 보려면 고소하면 볼 수 있을까. 단순하다. 단순한 문제인데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웃기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