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때 그리고 내일_21

그때의 나_11

by 쑤라이언

깨어진 그릇은 붙여 쓰는 게 아니라고 했다. 한번 삐그덕 거리는 관계는 쉽사리 붙지 않았다. 게다가 나도 잠시 집에 와 있었고, 그도 그의 집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매일 보던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이주일에 한번 보게 되었다. 그는 또 다른 수험생이었고 공부 중이었다. 자주 자기는 능력이 안된다 이걸 할 수 있을까 힘들어할 때 아니라도 너는 잘할 수 있다고 해줄 수 있는 게 나로서는 최선이었다. 입바른 말이 아니라, 그는 정말 잘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자꾸 자신감이 없어지는 그를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원래도 다소 헌신적인 스타일이기도 했고,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좀 질척거린다거나 지루한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연애를 하면 여우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참, 나는 그게 안된다. 밀당은커녕 그냥 다 해주려고 한다. 그게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정말 너무 잘 아는데 굳이 머리를 쓰면서 여우처럼 행동할 만큼 민첩하지도 못할뿐더러, 그런 머리를 쓸 만큼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평범한 어느 날이었다. 그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갔고, 그와 밥을 먹었다. 스파크가 튄다거나 뭔가 특별하지 않은 날이었다. 그는 취직을 했고, 취직해서 겪은 일들을 이야기했었다. 부서 내에 자기에게 관심 갖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었다. 그 언젠가 그는 나에게 말했었다. “난 이제 네가 싫어” 그 어떤 말보다 분명한 말이었다. 헤어지고 싶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때 그를 붙잡았었지만 그때부터 나만의 속도로 이 순간을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뭔가 그 여자의 직감이라는 게 무서운 게, 그의 감정을 듣지 않아도, 그의 생각을 듣지 않아도. 그의 마음은 저쪽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녀가 맘에 드는지, 묻고 싶지도 않았고, 물을 수도 없었다. 암묵적으로 마지막 식사임을 알았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고서 그는 나를 기차역으로 데려다주었다. “우리는 이렇게 인사해야겠지?” 둘 다 알고 있었다.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게 헤어짐인 것을. 쿨함과는 거리가 먼 나였지만 애써 웃었다. 취업 축하한다고 행복하라고. 그렇게 그를 떠나갔다. 그는 서있었고, 나는 떠나왔다. 내가 떠나온 것이다. 행복했었다. 그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순간들이 너무 행복했었고, 속상했다. 더 오래 함께 하고 싶었는데, 그가 취직하고 행복해지면 관계가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건 나만의 오판이었다.


내 삶은 바뀐 게 없었다. 습관적으로 했던 그와의 연락은 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가 뭘 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되었다. 어느 누구도 내게 남자친구와 잘 되고 있는지 잘못되었는지 묻지 않았다. 나도 말하지 않았다. 별일 아니니까. 내 인생에서 그는 지워지고 있었다. 아주 희미하게. 특별히 그와의 추억을 지우거나 버리지는 않았다. 아직도 집안 어딘가를 찾아보면 그와의 추억이 한 곳에 모아져 있다. 얼마 전에는 사진도 발견했었다. 참 촌스러웠던 내 모습이 있었다. 카톡을 차단하거나 지운 것도 아니었기에 그의 카톡 프로필 정도는 볼 수 있었다. 언젠가 그는 결혼을 했고, 어느 순간 아이 아빠가 되어 있었다.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곁에 있는 여성분과 그의 아이가 보였다. 아주 잠깐 그 옆자리가 나였더라면.이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럼 현실적으로 그의 어머님과의 관계가 편치는 않았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기에, 잘 되었다고. 이렇게 추억으로 우리의 관계가 남은 건 잘된 거라고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나의 2번째 사랑은 지나갔다. 여전히 나는 그가 좋다. 내 추억 속에 있는 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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