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지금 그리고 내일_31

지금의 나_19

by 쑤라이언

조금 뜬금없지만 한복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장신구도 좋아하다 보니 알게 된 고마운 분들도 많으시다. 하루는 한 대표님의 도움요청으로 일을 도와드리러 갔다. 들어오는 손님들을 보노라면 눈이 즐거웠다. 이렇게 옷을 입으신 분, 저렇게 입으신 분. 이렇게나 옷 잘 입는 한국사람들이 많은가 싶었다.


다들 와서는 예쁜 것들을 보고 눈에 담고 또 구매하고, 나도 손님으로 왔다면 그러겠지. 저 예쁜 것들을 맘에 담고, 사고 싶어서 고민하고 그러겠지. 약간 그런 도파민이라고 해야 할까? 아름다운 것들에 취한 도파민. 가만히 서있었다. 지나가는 이들을 바라보았고, 그들의 옷을 바라보았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는 불행한데, 왜 사람들은 행복할까.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배려하는 것이라고. 내 불행을 굳이 사람들에게 얘기해서 서로 기분을 다운시킬 필요 없으니 배려하는 것이라고. 누구나 아픔이나 슬픔을 하나정도는 가지고 있지만 굳이 그걸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상대방을 감정쓰레기통으로 여기는 것이지 않을까?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나도 내 슬픔을 타인에게 말하면서 감정이 좀 수그러들길 바랄 때가 있는데 그러고 나서는 또 이불킥을 하곤 한다.


늘 조심해야지 말을 하지만 또, 막상 너무 슬프면 누군가 날 위로해줬으면 싶고, 내 눈물을 닦아주었으면 싶고, 그리고 안아주었으면 싶다.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지나가는 연인이 서로 손을 맞잡으면서 웃고 있다. 어느 순간 마음이 닫힌 나는 내 마음을 열어줄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지나가는 그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는 왜 이러고 있었나. 나는 왜 그런 과거를 보냈었나 하는 그런 생각들에 잠시 잠식되었다.


아마 앞으로도 몇 번씩은 이렇게 멍하게 잠식당하곤 하겠지. 모녀가 왔다. 서로 반지를 구경하는데 딸은 이런 분위기의 반지를 권하고, 어머니는 본인의 개성을 더 드러내는 반지를 원했다. 티격태격하고 있긴 했지만 딸은 결국 어머니에게 잘 어울리는 것을 권했던 것이고, 어머니도 본인이 좋아하는 걸 원했던 것이었다. 툴툴거리고 있었지만 서로를 지지한다는 마음이 다가왔었다.


한 커플이 들어왔다. 여자친구가 갖고 싶어 하는 액세서리를 구매하는걸 정말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막 웃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저 비싼걸 왜 사지? 그런 눈빛도 아니었다. 그저 편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이다라고 하는 그런 마음? 그리고 그녀가 액세서리를 구입하고 포장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그는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함께 손을 잡고 함께 마주 보고 함께 서로를 지지한다는 것은 너무 매력적인 것이었다. 그 어떤 것보다 강한 아름다움이었다. 예뻤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리웠다. 그리울 것이다. 앞으로 나는 가지지 못할 그럴 감정이기에 그리웠다. 누군갈 절대적으로 믿고 지지하고 또 기댈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은 아마 가지지 못하겠지. 눈은 뭔가에 잠식되고 있으면서 입은 웃고 있었다. 예쁘게 웃었다. 귀엽게 웃었다. 누군가 나를 보면 기분 좋아질 그런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오늘도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또 과거여행을 하고 왔다. 마냥 365일 24시간 행복할 순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이렇게 밀려오는 그리움과 외로움은 사실 내가 어떻게 막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니. 오롯이 그 쓰나미를 맞이하곤 한다. 예쁜 장신구들 틈에서 이런 생각이나 한다는 게 조금 웃기긴 하지만 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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