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지금 그리고 내일_32

지금의 나_20

by 쑤라이언

여름이 갓 시작될 어느 날이었다. 나는 일본을 여행했다. 도쿠시마라는 곳이었다. 여기저기 구경을 다니다가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을 들렀다. 내 앞에 줄 서있던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배우의 뒷모습을 닮은 친구였다. 누가 봐도 여행객이었고, 배냉에 태권도라고 적힌 한국어는 나에게 친근감을 불러일으켰다. 잘생겼다라고 생각했다. 그는 물건을 계산했고, 나도 뒤이어 물건을 계산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 남자를 쫓아가보았다. 이미 저만치 멀어진 그를 티 나게 쫓아가진 못했다. 저만치서 가는 그 사람의 뒷모습만 보고. 무슨 생각이냐고 정신 차리라고 나를 다독이고는 뒤돌아섰다.


다음날이 되었고, 도쿠시마에서 유명한 나루토해협을 보러 갔다. 시간 맞춰서 바쁘게 움직였고, 세계 3대 조류 중 하나를 배에서 볼 수 있었다. 신기했다. 양쪽에서 오는 조류에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건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신기한 자연의 현상이었다. 보통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조류에 파도가 일어나고, 또 그 파도를 따라 고래나 물고기들이 춤추는데 이 조류는 달랐다. 서로가 싸울 듯이 달려들어서 서로 엉켜서 소용돌이를 만드는 모습은 작은 보석을 만들어내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위험하게 큰 소용돌이가 발생해서 배를 삼켜버리는 것은 아니니까.


나루토해협을 보고 나서 이번에는 기타큐슈의 도시전경을 보기 위해 케이블카를 타고 움직였다. 산정상에 내릴 수 있었고, 계절이 계절인지 산비틀에 핀 수국들이 너무 예쁘게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평일인 데다가 작은 소도시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없어서 관광하기 좋았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도시를 바라보니 도시 주변의 바다와 함께 어우러진 자그만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크고 높은 건물들이 없다 보니 뭔가 한 손에 잡힐 것만 같은 아기자기한 동네였다. 내가 묵는 곳은 어디일까. 내가 본 나루토 해협은 어디일까를 눈으로 좇아보았다. 그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서 여기군 저기군 생각하면서 혼자 지도놀이를 했다.


야경을 보고 싶어서 올라갔었는데 시간 계산을 잘못한지라 해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한번 기다려볼까 싶어서 산정상의 카페로 갔다. 그가 있었다.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려고 들어간 것 같았다. 그는 날 알지도 못하는데 혼자서 그를 의식하면서 카페에 들어가지 못한 채 다시 밖을 서성거렸다. 산정상의 공원도 보았고, 산사도 구경했다. 산정상에 있는 종도 구경했다. 하지만 작은 곳이다 보니 이내 볼거리가 똑하고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여름이 시작되는 찰나다 보니 몹시 덥기까지 했다. 더 이상 돌아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나도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여전히 카페에 있었다. 드디어 나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던 모습이었다. 여행지에서 오는 뭔가 모를 기분 좋음이었을까? 어제는 뒷모습에 반했었는데 이제 그의 얼굴을 보고 나서 뭔가 두근거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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