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지금 그리고 내일_42

지금의 나_30

by 쑤라이언

마음이 어딘가 갑자기 고장이 나버린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일이 갑자기 일어났다. 아니 마음이 갑자기 밀려온 것 같다. 아빠가 아프고, 개인회생으로 곧 법원에도 가야 하고, 회사일도 바빠지고, 마음을 편히 둘 곳이 없다. 그리고 동생의 아이 그러니까 조카도 태어났다.


이 모든 감정들이 한 번에 밀려오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슬픔과 아픔, 그리고 기쁨, 질투 모든 감정이 밀려왔다. 병원에 있는 동안 아빠를 보는데 분명히 아플 텐데 아픈 티도 안 내고 참는 걸 보니 아빠라는 건 이런 건가? 가정을 가진다는 게 이런 건가? 어딘가의 가장이라는 건 이런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좀 아프다고 하지 힘들다고 하지 그래줬으면 좋았을 건데 그러지 않는 아빠가 밉고 마음 한편이 아팠다.


다시 신청한 회생이 승인? 되어서 법원에 땅땅하러 가야 한다. 문자가 왔는데 역시나 편치 않다. 굳이 가야 하나 싶고, 법원에서는 문서 보내고 나서 내가 제대로 받았는지조차 확인 안 하는데 나는 그들이 필요할 때마다 가야 하고, 비단 나뿐 아니라 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언제까지 출두하거나 증명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갈 텐데 법이라는 게 약자를 위해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법률 도우미가 있을 때의 이야기인 것 같다. 아무 돈도 없고, 지식도 없는 사람들은 법이라는 것 근처에 가지도 못한 채 당하고 말겠지. 법이 필요한데 최소한의 장치로 정말 필요한 것인데 잘 모르겠다. 내가 겪고 느낄 때마다 더 모르겠고, 더 미워지는 게 법인 것 같다.


이런 때에 꼭 회사일은 바쁘다. 급하게 처리해줘야 하는 일들 천지고 꼭 해 야한 것들 투성이다. 정말 나도 여유 있게 뭔가 멋있게 처리하고 읽고 넘기고 싶은데 마음이 급하고 졸리다 보니 시간에 쫓겨 처리하는 경우가 일쑤다. 남들처럼 재능이 뛰어난 것도 아니기에 나중에 또 수정해야 할 사항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럴 때 내가 누굴 탓할까 싶다. 슈퍼우먼처럼 이것도 잘하고 싶고 저것도 잘하고 싶은데 나는 일반인이 도 아직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다 보니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게 너무 속상하고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그러던 찰나에 동생의 아기가 태어났다. 쪼그만 아기였다. 이쁘고 예뻤다. 그리고 부러웠고, 기뻤다. 나에게 조카가 생겼구나. 내가 가진 예쁜 것들을 그녀에게 줄 수 있겠구나. 뭘 해줘야 할까? 내가 안을 수 있을까? 얼른 큰집으로 이사 가서 그녀가 와서 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러다가도 나는 결혼하지 힘들겠지? 나는 이제 누군가를 만나서 결혼하고 또 아이를 낳기에는 너무 늦은 거겠지? 내가 꿈꿔온 것들을 동생은 차근차근 이뤄내고 있구나. 기쁘고 고맙고 질투가 난다. 질투라는 게 악의에 찬 마음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질투가 난다. 그렇다고 이걸로 그를 해하거나 그녀를 해할 생각은 없다. 그냥 못난 나를 질타할 뿐이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을 일찌감치 잘 해낼 수 있었다. 내가 괜찮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그 사람들에게 어리석게 나의 재산을 나눠주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위한답시고, 행동하지만 않았더라도 나는 지금 좀 더 다른 게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좀 더 넓은 집에서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좀 더 멋지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 내 탓이기에 사실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아리고 아프다. 이런 기분을 내뱉기에는 내가 너무 어리고 또 멍청해 보인다. 괜히 부모님에게 틱틱거리기만 하고 정말 어디 맘 편히 어디 기댈 곳이 없다. 조금만 기대고 싶은데 그 사람을 내가 감정쓰레기통으로 생각하는 게 될까 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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