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지금 그리고 내일_41

지금의 나_29

by 쑤라이언

얼마 전 동생의 아이가 태어났다. 조카라고 하는 아이가 태어났다. 분명 그 아이가 태어나기 전의 내 생각은 그랬다. 내 동생의 아이일 뿐이라고. 사실 다른 사람의 아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그냥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잠에 들 즈음, 아기 사진이 올라왔다. 눈도 못 뜬 채 꿈쩍거리는 아이의 사진.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나는 대학생 때 졸업하고, 대학원 때 연애와 결혼을 해서 조금 늦더라도 결혼과 박사학위를 동시에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름 나의 청사진을 만들어두었던 사람인데 연애사들이 그리 건강하지 못했던 탓에 내 꿈은 그저 꿈으로만 남았다. 보기 드물게 나는 좀 일찍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사회인으로서의 꿈도 있었지만 현모양처의 꿈도 있었던 사람이었다. 아직도 가능하면 아이를 낳으려면 빨리 결혼해야지 하는 생각이 있는 사람?


그랬기에 동생의 아이사진을 보는데 감정이 좀 묘했다. 뭔가 앞으로 나는 경험할 수 없는 아이를 본다는 느낌? 나도 아이를 낳으면 이렇게 생겼을까? 내 동생은 이제 정말 우리 가족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이 따로 생겼구나 하는 생각. 이상한 질투심과 부러움과 슬픔이 공존했다. 이상하게 눈물도 났다. 너무 귀여워서 웃음도 났고, 여기저기 자랑도 하고 싶었다. 내가 너무 복잡한 것일까?


오늘 사진과 어제 사진을 보니 아이의 얼굴이 많이 달랐다. 딸이어서 그런가? 아빠인 동생을 더 닮은 거 같기도 하다. 어제 갓 태어났을 때는 동생의 아내 쪽의 얼굴을 더 닮은 것 같았는데 오늘은 또 동생얼굴이다. 갓난아이는 오늘 얼굴과 내일 얼굴이 다르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뭔가 더 이상의 연애라는 건 내 인생에 없을 수 있다고 체념하긴 했는데 막상 체념이 되지 않은 것인지 마음이 또 너무 씁쓸하다. 아이를 보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데 참 아이를 두고 이런 생각이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또 한편으로는 우스운 생각이지만, 나의 사치품들을 물려줄 상대가 생겼다는 안도감이 생긴다. 모으는 걸 좋아하는 나는 옷도 신발도, 가방도, 텀블러도... 정말 많은 것들이 많은데 그걸 이제 물려줄 상대가 생겼다는 건 생각보다 꽤나 큰 안정감을 주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 부모님이 좀 비웃긴 했지만 그래도 난 진심인걸. 아기가 나랑 취향이 좀 비슷해야 할 텐데 그 부분이 좀 걸리긴 한다. 미래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 자꾸 발목을 잡는 나의 과거는 이렇게 작은 것에서 큰 것까지 괴롭히곤 한다.


좋은 걸 보고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어리석은 나 자신과 과거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지금의 고통은 뭐랄까 자승자 박인 거겠지. 나를 탓해야햐는데 또 나를 너무 탓하면 내가 너무 아프니까. 나를 탓할 수도 없고, 또 생각만 복작복작해진다.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서 감사의 인사를 받으려면 정말 열심히 살아할 텐데. 아니 열심히가 아니라 정말 좀 나은 삶을 살아야 할 텐데. 기쁜 날 나는 나를 또 이렇게 보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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