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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pypy Dec 21. 2020

[Sep 05, 2020] Yeosu Story I

첫 번째: 새로운 곳으로

제주가 아닌,

다른 곳으로의 여행이 하고 싶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내 여행 동무와 무궁화호에 올랐다. 쉽지 않은 선택. 하지만 늘 비행기와 차로 편히 여행을 즐기다가 KTX가 아닌 무궁화는 편한 여행은 아니었다. 영등포역에서 8:20 쯤 타서 여수역에 14:20 쯤 내렸다. 여행에 대한 들뜸으로 떠들다가 또 자다가 하다 보니 시간은 금세 갔다.

여수역에 도착하니 마스크 쓴 관광객들이 하나둘 기차에서 내렸다.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고 국내여행도 조심조심 다녀야 하는 이 현실이. 이제 익숙해져 버릴까 두려움을 넘어서 그냥 내 일상이 된 이 순간. 내가 누렸던 그 여행들이 사치였던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반면에, 한국에서의 명소를 하나 둘 찾아갈 수 있다는 건 장점인 걸까? 강릉은 몇 번 가보았기에 선택한 여수였는데 운치 있는 빗소리가 한껏 들뜬 마음을 조금 가라앉혀주었다.

이번 여행 테마는 뚜벅이 었기에, 버스정류장을 찾고서 바로 숙소로 향했다.

여수의 한 복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순신광장에 내려서 옥수수, 쑥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여수당에서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었다.

한 손엔 옥수수 아이스크림, 한 손엔 우산. 두 손이 없었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여기저기 다니기 편리하다고 했던 에어비앤비의 설명은 틀리지 않았다. 짐을 풀어놓고 여수에서 꼭 들러야 하는 벽화마을로 향했다.

벽화마을 곳곳에 테마가 있어서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만 실제 거주하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조심히 다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당연한 것) 관광객이 몰리는 게 지역경제에 도움은 되지만 이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 벽화마을에는 예쁜 카페들이 많았다. 사실 그리 녹록한 곳이 아니다 보니 올라가는데 좀 숨이 차기도 했지만 바다까지 쭉 뻗은 광경과 커피 한잔은 그 힘들었음을 잠시 잊게 해 주었다.

끼니를 채울 때가 되어 우리는 이순신광장 쪽으로 다시나왔다. 코로나 경계태세가 강화되어 바다 쪽의 노상 가게(?)는 열지 않는다고 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여수 바다의 게장+꽃게탕을 먹었다. 대부분 비슷한 요리를 했고, 사람 많은 곳이 진리다라고 생각해서 사람이 제일 많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전라도 음식은 반찬이 맛있다고 하지 않는가, 역시나 반찬이 맛있었고 갓김치는 정말 예술이었다.

서울서 내려온 피곤함과 내일의 여정을 위해 식사 후 귀가하였다. 맥주 한 캔과 술 못 먹는 글쓴이를 위한 디카페인 커피와 함께 방으로 돌아왔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다 그렇게 우린 잠이 들었다.


체크포인트: 무궁화 기차와 빗방울

여수당 샌드위치+아이스크림 17,000 원
낭만 카페 커피 10,000 원
일오삼 게장 24,000 원
키스링 7,900 원
편의점 18,1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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